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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독일-체코 과거사 분쟁 무마에 진땀

입력 2005. 05. 18. 10:06 수정 2005. 05. 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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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 독일과 체코 간의 해묵은 과거사 분쟁이 재연된 가운데 17일 체코를 방문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이를 무마하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독일 언론이 전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프라하에서 지리 파로우벡 체코 총리와 회담 뒤 기자회견을 통해 독일 보수 야당 기독교사회연합의 당수인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 주지사가 지난 주말 이른바 `주데텐 문제"에 대해 한 발언을 강력 비판했다.

슈뢰더 총리는 "주데텐에서 추방된 독일인들의 개인적 재난을 과소평가할 생각은 없으나 그 원인은 나치 독일 측의 주데텐 점령과 전쟁이었다"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양국이 과거 상처를 들추기 보다는 미래를 보자"고 강조했다.

슈토이버 주지사는 지난 주말 `주데텐 피추방 독일인 모임"에서 "1945년 5월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종 청소 중 하나가 시작됐다"면서 체코에 추방령 폐기와 공식 사과, 피해보상 등을 요구해 과거사 분쟁을 다시 일으켰다.

체코인들은 슈토이버가 주데텐 추방을 인종 청소에 비유한 것에 발끈했으며, 사회민주당은 17일 성명을 내 "슈토이버 발언은 과거 히틀러의 체코슬로바키아와 에드바르트 베네스 전 외무장관에 대한 비난과 유사하다"며 정부에 대응을 촉구했다.

반면 슈토이버 주지사와 주데텐 독일인들은 체코 정부가 지난 16일 베네스 전(前) 대통령 동상을 세움으로써 자신들의 상처를 건드리며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베네스는 지난 1938년 대통령에 올랐으나 나치 침공으로 런던으로 피신, 망명 정부를 이끌었다. 2차대전 종전 후 다시 대통령이 됐으나 소련에 의해 3년 만에 축출된 그는 체코의 민족적 영웅이지만 독일인에게는 문제의 인물이다.

2차대전 이전에 옛 체코슬로바키아에는 전 인구의 22%나 되는 독일인들이 거주했으며, 대부분 독일과 접경하는 북부 및 북서부의 주데텐 지역에 있었다.

히틀러는 나치 지지자들이 많았던 이 지역 독일계 주민들을 활용하고 영국 등의 협조를 얻어 체코를 침공하고 주데텐을 독일에 합병했다.

2차대전 후 체코슬로바키아는 약 300만 명의 독일계 주민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추방했으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학살당하기도 했다.

독일의 국력 회복이 이뤄지면서 피추방 독일계 주민들은 고향인 주데텐 복귀와 피해보상을 요구해왔으며, 극우파는 물론 보수 우파 정치인들도 이에 가세해왔다.

체코 정부는 지난 1997년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을 치른 것에는 유감을 표명했으나 보상요구는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면서 반발했다. 이에 슈뢰더 총리 정권은 이를 수용, 주데텐 문제가 더는 양국 화해 협력에 장애가 안된다고 선언했다.

한편 슈뢰더 총리는 17일 프라하에서 40km 떨어진 나치 시절 강제수용소를 파로우벡 총리의 안내로 찾았으며, 희생자 묘역에 헌화했다.

http://blog.yonhapnews.co.kr/seberlin/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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