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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창조적 분열뒤 5당체제로 가자"

입력 2005. 09. 22. 18:32 수정 2005. 09. 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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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창조적 분열과 5당체제'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론의 앞뒤 맥락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신병기'다. 유 의원은 얼마전 사석에서 몇몇 기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지만, 이런저런 오해의 여지를 우려한 때문인지 '비보도'를 요청했다.

22일 유 의원에게 '기사를 써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전날 당 정개특위 위원장인 유인태 의원이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를 주장하면서 정치권의 '헤쳐 모여' 가능성을 언급한 터라 맥이 닿는다고 생각해서였다. 유시민 의원은 "어제 의정부 강연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며 몇가지 얘기를 덧붙였다.

유 의원의 논리는 나름대로 수미일관한 흐름을 타고 있다. 거칠게 도식화하자면 '선거구제 개편->창조적 분열->정책과 이념에 따른 정치권 재편 및 지역구도 극복->5당 정치구도 형성->과반 연정형성->안정적 국정운영'으로 요약된다.

'창조적 분열론'에 대한 유 의원의 설명이다. "난, 노무현 대통령이 '창조적 분열'이 가능한 선거제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1987년에 형성된 현행 선거제도는 기본적으로 이념과 색깔에 따른 정당질서를 가로막고 있다. 비유하자면, 마치 애정없는 부부가 틈만 나면 헤어질 궁리를 하면서도 이혼이 초래할 불편을 꺼려서 이혼도장을 찍지 않는 것과 같다. 지금 체제에선 제아무리 생각이 달라도 절대로 당을 깨지 않는다. 서로 다 손해보기 때문이다. 이걸 고쳐야 한다. 애정 없는 부부는 헤어지는 것이 낫다. 헤어진 뒤에 친구처럼 우정을 나누며 사안에 따라 협력하면 된다. 이것이 연정이다. 부부 사이니까 싸우는 것이지, 헤어지면 싸울 일도 없다. 당연히 부부싸움에 따른 전력낭비도 막을 수 있다." 유 의원은 일단 '창조적 분열'이 가능한 선거구제가 만들어지면 우리 정치권의 이념적 스펙트럼상 5개쯤의 정당이 출현하는 다당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맨 왼쪽에 민주노동당, 그 다음에 개혁당, 맨 가운데에 열린우리당 중도우파 및 합리적 민주당파 및 일부 한나라당, 그 오른쪽에 한나라당 다수파 및 보수적 민주당, 맨 오른쪽엔 '5공당'의 순서로 정치지형이 짜일 것이라는 얘기다. 맨 왼쪽과 맨 오른쪽 정파는 사실상 정국운영에서 배제되고, 가운데의 3개 정파가 사안에 따라 제휴하는 연정을 하면 안정적인 정치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유 의원의 분석이다.

다시 선거구제 얘기로 돌아가자. 유시민 의원은 유인태 의원이 주장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정치권의 '창조적 분열'을 촉발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본다. 정치권에 던지는 충격파가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농복합선거구제 해봤자 수도권에선 조금 흔들리겠지만 지방에선 끄덕 없을 것이다. 이래가지곤 안 된다. 정당질서 전체를 통째로 흔들 수 있어야 한다." 유 의원이 제시하는 모범답안은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1대1로 하는 등 비례대표 중심이고, 정당 투표가 중심이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이 쉽고 다당제의 안착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다.

유 의원의 설명은 이어진다. "정치권이 총제적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지각변동과 빅뱅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 뒤엔 새로운 정당질서 속에서 선거를 치르게 되므로 지금의 정치구도나 현재의 의석수, 이에 따른 시뮬레이션 및 손익계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은 원희룡, 박형준 의원과 정형근 의원이 같은 당에 있다. 창조적 분열이 이뤄지면 손학규 경기지사와 박근혜 대표가 같이 할 수 없다.

우리 당 의원들 중에도 한나라당에 가더라도 능히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독일식 선거구제에 정치권이 합의하는 순간,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모두 찢어지게 돼있다는 게 유 의원의 전망이다. "만약 우리가 독일식 선거구제였다면 나 자신 개혁당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르고 나중에 원내에서 협력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난닝구-빽바지 논쟁' 같은 것도 없었을 것이다. 난, 스스로를 '리버럴 좌파'라고 생각한다. 우리당은 중도 우파다. 나와 맞지 않지만 갈 데가 없다. 민노당은 꿀꿀해서 싫다. 덜 엄숙하고 발랄한 정당을 원한다. 열린우리당도 '쿨'하지가 않다. 내게 맞는 정당을 만들고 싶지만 한나라당이란 거대 정당과 싸워야 하는 공포가 있기 때문에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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