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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화해를 위해서'..욕 먹을 각오로 쓴 반일감정 비판

입력 2005. 09. 23. 15:36 수정 2005. 09. 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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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의 화해를 위한 노력은 요즘 내놓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반일감정에 경도된 여론은 화해니 중재니 하는 말을 종종 친일과 굴욕으로 해석하며 난타한다. 지난해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여기에 당했고,올해 가수 조영남이 다쳤다. 박유하 세종대 일문과 교수가 쓴 '화해를 위해서' 역시 욕 먹을 각오가 없었다면 내기 힘든 책이다. 그는 지난 2000년 친일파로 불려도 좋다는 심정으로 한국인의 반일감정을 비판한 '반일 민족주의를 넘어서'를 쓰기도 했다. 그는 용감하게도 뇌관을 곧바로 건드린다. 교과서,위안부,야스쿠니 신사,독도 문제 등 네 가지 쟁점을 꺼내 사실과 오해를 가리고,우리의 반일감정을 형성한 인식이 과연 사실이냐고 묻는다.

박 교수는 먼저 '반성과 사죄를 모르는,식민지 지배와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역사를 미화하고,다시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이라는 틀에 박힌 이미지를 따지고 든다. 그에 따르면 이같은 일본 이미지는 일본의 전후 60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명백한 인식 오류이다.

박 교수는 일본의 전후 60년은 크게 보아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반성의 역사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패전 직후부터 교과서에 자신이 저지른 일을 반성적이고 비판적으로 기술해 왔으며,이런 분위기 속에서 현재의 양심적 지식인들과 시민들이 태어나고 성장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일본 사회에서 우경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일까. 1993년 이후 미야자와-호소카와-무라야마로 이어지는 일본 정부의 대외적 공식 사죄발언이 그 계기로 작용했다는 박교수의 분석은 흥미롭다. 과거의 전쟁이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보는 역사관이 팽배한 분위기에 불만을 품고 있던 일본 우파들은 이른바 '자학사관'을 극복하자면서 '새로운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새역모)'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박 교수는 "새역모와 후소샤의 새 역사교과서는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확대된 현상이 아니라 '반성하는 일본'이 문제시된 사건"이라고 분석한다.

이처럼 일본의 전후 60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현재의 갈등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진다. 교과서 문제 뿐만 아니라 위안부,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도 일본의 지나친 반성에 대한 반동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이들 문제가 한일간의 현안 이전에 제국주의 일본이라는 과거사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에 대한 일본 내부의 오랜 논쟁이라는 점도 유념할만 하다(박유하·뿌리와이파리).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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