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발급 올스톱 '민원 대란'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2005. 9. 2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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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별관 1층 등기과. 법인 등기부 등본을 발급 받기 위해 창구에는 10여 명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자동발급기 8대에도 50여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비 의자에도 번호표를 받은 20여명이 짜증섞인 표정으로 앉아 있는 등 평소와는 달리 민원인들로 법원이 북적거렸다. 자동발급기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30대 주부는 "보통 집에서 열람하고 바로 뽑았는데 등본 한 통 발급 받으려고 30분이나 걸어 나왔다"며 불평을 쏟았다.

행정자치부의 인터넷 민원서류는 물론 대법원의 인터넷 등기부 등본도 위ㆍ변조가 가능하다고 밝혀지면서 관련 기관이 인터넷 발급 업무를 중단하자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시청 부근 상업등기소에서 만난 공모(32)씨는 "1~2분이면 끝낼 일을 1~2시간 걸리니 미칠 노릇"이라며 답답해 했다. 여의도 소재 모 전산설비업체에 다니는 공씨는 "거래처의 신용평가를 하기 위해 매주 10통 정도 인터넷으로 법인 등기부 등본을 발급 받았는데 오늘은 시청까지 50분이나 걸려 가야 했고, 발급기에서도 20분이나 기다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업무상 인터넷으로 등본을 많이 발급 받는 법률사무소는 하루 종일 법원과 공공기관을 오가며 진땀을 뺐다. 법무사 유모(32)씨는 "앞으로 구청이나 등기사무소를 매일 방문할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며 "하루에 끝낼 일이 2, 3일씩 걸릴 판"이라고 토로했다.

송파구에서 40분 걸려 서울동부지법으로 온 K법률사무소 김모(35) 소장은 "보안문제도 중요하지만 발급 중단으로 인한 불편도 크다"며 "하루 속히 인터넷 발급 업무가 재개돼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인터넷으로 발급되지 않고 관할 구청을 직접 방문해야 발급 받을 수 있는 건축물대장 같은 서류는 인터넷 발급 여부에 따라 업무 완료 시점이 하루나 이틀 정도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발급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도 눈코 뜰새 없이 분주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개인 부동산 등ㆍ초본을 발급해 주는 한 직원은 "평소에는 대기 인원이 한두 명 정도였는데 오늘은 오전부터 두 자리"라며 "인터넷 발급이 재개 돼도 시민들이 위ㆍ변조 우려 때문에 계속 방문할 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직원도 "쉬는 토요일이나 휴무일에는 등본을 어떻게 발급할 지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법원은 매월 2, 4주 토요일과 휴무일에는 오전9시부터 오후7시까지 인터넷으로만 등본을 발급해 왔다.

정보보안업체 BC큐어 관계자는 "위ㆍ변조를 막으려면 우선 컴퓨터에 파일 저장을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파일 생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면 되지만 이것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며 "추가적으로 온라인 조회를 하거나 오프라인에서 전자서명을 받지 않는다면 여전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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