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라는 '너는 내 운명' 실제 인물에 대한 배려있었나?

2005. 9. 2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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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김용호 기자>

'너는 내 운명'이 관객들을 울리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는 AIDS에 걸린 부인을 끝까지 사랑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를 다뤘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한 남자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여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영화는 슬프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개봉 첫 주 만에 1백만명에 가까운 관객들을 모으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2002년 'AIDS에 감염된 매춘여성'이라는 타이틀로 기사화된 실제 K씨의 사연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당시 특종에 집착한 언론들은 K씨가 유부녀라는 것이 밝혀지자, 그녀의 남편 B씨를 인터뷰해 B씨가 사는 마을 주소와 사진까지 대문짝하게 찍어 기사화했다. 언론의 '마녀사냥'은 그렇게 시작됐고 결국 B씨는 마을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K씨와 B씨는 당시 당했던 상처 때문에 지금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영화는 결국 그들의 슬픔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물론 영화사 측에서는 영화화가 되는 과정에서 두 명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그들이 배려된 부분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영화사 관계자에 따르면 영화 제작과정에서 실제 K씨와 B씨에게 의견을 구한 부분은 없었다고 한다. 역시 실화를 다룬 영화 '말아톤'이 실제 인물 배형진 군을 동행 촬영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물론 영화가 다큐멘터리처럼 실제 이야기를 그대로 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민감하고 아픈 소재를 다룬 영화라면 기본적으로 실제 인물들에 대한 의견 수렴이나 배려가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결국 영화는 그들의 슬픈 소재를 이용해 관객들을 울릴 생각을 했지만, 실제 그들의 슬픔을 보고 울지는 않은 것이다.

더욱이 영화는 실제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각색하기도 했다. 실제 K씨를 언론과 법원의 부당한 판결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활동한 '한국 에이즈 재평가를 위한 인권모임'에서는 ''너는 내 운명'은 실화가 아닌 판타지'라는 글을 통해 영화가 K씨의 비극을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주인공 은하(전도연)가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와중에서 HIV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 K씨는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과정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 이는 위양성(가짜양성)의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오해를 설명하는 장치는 영화 속에서 찾을 수 없다. 실제 K씨를 배려하지 않은 부분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영화가 실제와 같을 필요는 없다. 영화가 기본적으로 판타지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전제이다.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은 시작하자마자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크게 자막을 넣었다. 또한 영화의 홍보를 통해서도 AIDS에 걸린 실제 여성의 이야기를 부각시켰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실화라는 것을 인식한 관객들이 영화 속 은하의 모습을 실제 K씨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부분은 당연히 고려됐어야 하는 사항이었다. 또한 AIDS는 아직 과학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많고 그만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소재이다. 하지만 영화가 그것에 대해 배려했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많지 않다.

결국 영화는 실화라는 자극적 소재를 이용했지만 실화를 영화화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영화의 마지막에 그들의 현재 이야기를 적어주며 실제 인물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영화화된 것에 대해 책임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영화사 측은 영화는 실제 K씨와 B씨에게 영화화를 동의 받았고 오히려 그들을 축복하기 위해서 영화를 제작했다고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영화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슬픔을 가지고 있는 실제 인물들을 영화화 하는 부분에서 그들에 대해 배려했다는 흔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은 도의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영화는 실제 그들 부부들의 이야기를 이용해서 큰 흥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준 부부는 아직도 그 슬픔을 간직한 채 아파하고 있다. 그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영화 속에서 부부의 이야기를 특종 보도하는 기자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제대로 한 번 울려보자" 석중(황정민)의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취재기자가 우려를 표시하자 사진기자는 "우리 선수끼리 왜 그래"한다. 문득 그 대사들이 생각이 난다. yhkim@new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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