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통제인가 행정권 남용인가..법치주의 원칙서 따져야

2005. 10. 3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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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법부장관의 지휘권 발동 어떻게 볼까

지휘권 발동을 '생산적 논의'로

[기사원문]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사안의 핵심을 흐리는 극단적 주장이 난무하면서 논란이 소모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매우 개탄스럽다. '검찰 길들이기' '사법 질서 파괴행위' '국가보안법 무력화 의도' 등의 주장은 검찰을 자극·선동하거나 이번 사안을 정치쟁점으로 몰고 가는 데는 좋은 수단일지 모르지만 사안의 본질과 크게 어긋나고 생산적 논의와도 동떨어져 있다.

우선, 헌정사상 첫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검찰이 받은 충격과 당혹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주목할 대목은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면서 법무장관이 은밀하게 검찰총장에게 지시를 내린 적은 수없이 많았고, 아예 총장을 건너뛰어 지검장이나 일선 검사한테 수사 방향을 강요한 사례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우리 사회가 밀실주의에서 공개주의로 한걸음 전진한 것을 의미한다.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앞으로도 남발되지 않을까 하는 검찰의 우려와 걱정은 이런 점에서 기우로 여겨진다. 이번과 같은 지휘권 행사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며 앞으로 되도록 없어야 한다는 데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본다. 법무장관 또한 지휘권을 행사했다면 자신의 판단과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검찰 역시 자신들의 판단이 모두 옳다는 그릇된 발상은 버려야 한다. 검찰이 정치권이나 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게 옳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와 다를바 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검찰권 행사와 견제의 틀을 좀더 확고히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셋째, 이번 사태는 인신구속을 남발하는 그동안의 관행을 불식시키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동안 수사당국은 피의자를 일단 구속부터 하고 보자는 관행에 젖어 있었다. 국민의 일반적 정서도 '구속=유죄' '불구속=무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나 인식에는 이제 확실히 선을 그을 때가 됐다. 강정구 교수 사건의 경우 그가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 천 장관 역시 강 교수가 무죄라고 주장하지도 않았고 검찰에 수사중단을 지시한 것도 아니다. 혹자는 '법무부가 왜 다른 사건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강 교수의 경우에만 나섰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비판도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어차피 인식 구속의 남발 문제는 언젠가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번 사태를 승화·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제 국가보안법의 존폐 문제를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다.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서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회, 나와 다른 생각이라도 관용하는 사회, 사회의 대다수 의견과 다른 의견을 폈다고 형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사회를 의미한다. 국가보안법은 이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명제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볼테르의 유명한 경구는 강 교수 사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 정치권, 특히 열린우리당은 이번 사태가 보안법 논쟁으로 치닫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 법의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05년 10월14일치 1면 사설

[배경지식 쌓기]

검찰: 범죄의 수사, 증거의 수집, 공소의 제기·유지,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청구, 재판의 집행 지휘·감독, 기타 이에 수반하는 검찰행정사무 등을 처리하는 국가행정작용을 하는 부서. 검찰권은 행정권의 한 작용이지만, 사법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형사법의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사법권의 독립정신이 이 검사제도에도 준용돼, 넓은 의미에서 검사는 준사법관의 지위를 갖는 면이 있어서 일반 행정기관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음.

형사 소송의 일반적 절차

: 범죄의 발생→임의 수사(필요시 구속)→구속된 피의자의 구속적부심 신청→검사의 피의자 기소→피의자의 변호인 선임→심리 개시→보석 신청→피의자 신문, 증거 조사→검사의 의견 진술과 구형→변호인과 피고인의 최후 진술→판결→불복시 항소 혹은 상고.

[살펴보기]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토록 검찰총장에 지시했고, 이를 정치적 압력으로 본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쟁점이 시작되었다. 한편에서는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해서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적법하고 적절한 지휘권의 행사로 보고 있다. 위 사설은 후자의 입장에서 이 사안을 다루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횡포를 부릴 수 있으며 조직 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 또 인권 보호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를 계기로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까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공격을 받기도 한다. 국가보안법과 연결해서 이 법을 없애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불손한 정치적 의도'라는 것이다. 이 쟁점을 불러일으킨 원인과 결과도 역시 쟁점 대상이다.

따라서 자신의 논지를 펴려면 먼저 강 교수의 발언이 학문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지, 국가 질서 위반으로 처벌을 받아야 할 사안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어떤 의도로 행해진 것인지 그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정치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그 본질을 추론해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보안법과의 상관관계도 일관성 있게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행정 작용이면서 동시에 사법적 성격이 있는 검찰의 특성 역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예상논제]

법부무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시는 지휘권의 행사인가, 검찰권의 침해인가?

[예시]

저는 검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이란 행정 작용이고 때문에 장관 아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여, 법원에 법의 정당한 적용을 요구하는 행정 작용입니다. 즉 사법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타 다른 행정 기관과는 다르게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이 필요합니다. 재판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사에게 압력을 가할 수 없는 것처럼 역시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는 기관인 검찰에 정치적인 압력이 행해질 수 없습니다. 통상적인 사법 절차에서 사법적 통제를 받는 영역은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장관의 수사 지시는 분명히 검찰권의 침해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불구속 수사 원칙 여부도 법원에 의한 사법적 체계를 통해 결정하는 것입니다.

[도움말]

쟁점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강정구 교수의 발언 내용부터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해 두는 것이 좋다. 즉 학문의 자유와 국가 질서 유지가 상충하는 것이 됐을 때 어느 것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국가 질서 유지를 위한 국가보안법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한가 하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여기에서도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며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법이라는 견해와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법이라는 견해가 대립된다.

그러나 질문에 답변할 때는 이 내용을 간단히 이해해서 태도를 정리할 필요는 있지만, 처음부터 질문의 핵심에서 벗어나 사상의 자유나 국가 질서 유지 운운하며 시작하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검찰권의 특징에 초점을 맞춰 설명을 한 위 답변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좀더 완성된 답변을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분명히 법무부 장관의 검찰 지휘권도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이다. 단, 법무부 장관의 지시 내용이 민주적인 통제인가 행정권의 남용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민주적인 통제와 정치적인 압력을 구분해야 하는데, 법치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인지, 특정 정파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등이 그 기준이 될 것이다.

참고로 검찰권의 독립과 무관한 행정 작용이었다는 견해는 제시된 사설 내용을 통해서 정리해 두자.

[기출문제]

●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의견이 많은데 만약 주변 사람이 정에 이끌려 죄를 저지른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2002학년도 서강대)

● '국가보안법' '불고지죄'와 관련해 친척 중 자신의 이념 때문에 법을 어겼을 경우 자신은 법과 양심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2002학년도 서강대)

●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북한 주민과 접촉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인터넷상의 접촉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설령 북한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동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법규정상 사이버상의 접촉은 위법이다. 실효성이 없는 법을 시행하여 남북화해 분위기를 훼손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과, 북한을 적성국가로 보는 한 이 법규정 시행의 필요성도 있다는 의견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밝히시오. (2004학년도 건국대)

[기출문제 해설]

국가보안법 철폐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위의 갈등도 결국은 국가보안법에 대한 정치적 의견 차이가 대립된 것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결국은 보안법에 대한 논쟁으로 흐를 것이라는 것도 틀림이 없다. 보안법의 존폐 논란과 관련해서는 북한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와 법이 사상이나 이념을 제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관건이다. 반인권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것인데 그와 같은 논란의 핵심을 파악하고 적절한 사례를 들어 자신의 태도를 정리해 두자.

[예상문제]

● 검찰의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보시오.

● 경찰은 수사권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견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 국가보안법 존폐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해 보시오.

서울 예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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