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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리포트)유재하 가요제가 중단된 이유

입력 2005. 11. 03. 18:16 수정 2005. 11. 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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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헌기자]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의미있는 가요제가 열립니다. 지난 87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스물 다섯의 꽃같은 나이에 팬들 곁을 떠난 유재하를 기리는 가요제입니다. 지난해까지 이 가요제는 16번이나 열렸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는 열 수가 없다는군요. 증권부 김국헌 기자는 유재하 가요제가 열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과 함께 `이 시대의 화수분`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합니다.

올해 제17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열리지 못했습니다. 지난 1989년부터 조규찬, 낯선사람들, 유희열, 일기예보, 자화상, 재주소년 등 색깔 있는 음악인들을 배출하며 재능있는 싱어송라이터의 산실로 자리잡았던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이하 유재하 가요제)가 16회만에 잠정 중단됐습니다.

유재하는 지난 87년 8월 독집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표하고, 그해 11월1일 새벽 강변도로에서 자동차사고로 숨졌습니다. 이 앨범은 그에게 단 하나였지만 150만장 가까이나 팔려나가면 가요계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세상을 떠나자 유족들은 고인을 추모하고 음악 장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앨범 판매 수익을 중심으로 88년 유재하 음악장학회를 만들고 다음해인 89년부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열었습니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입상자 전원에게 푸짐한 상금이 주어졌지요. 장학금 총액은 150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조규찬, 유희열, 나원주, 박경환등이 이 가요제에서 상금을 받고 얼굴을 알렸습니다.

나름대로 가요계와 가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귀중한 가요제였던 셈이지요.

그런데 올해 갑자기 중단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엉뚱하게도 장학금으로 지급할 돈이 모자랐기 때문이라는군요. 또 돈이 모자란 이유는 누가 장학회의 돈을 횡령했거나 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자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학기금은 은행에 예치돼 매년 이자로 상금을 주어왔지만 이젠 이자가 너무 낮아지고 경기도 불황이고 해서 원금 보전마저 힘든 모양입니다.

동료 가수들이 추모앨범을 만들어 수익금을 기탁하기도 했지만 결국 저금리의 장기적 흐름으로 재정적 어려움 끝에 기약없이 중단됐습니다.

이런 사례는 국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재단들이 원금을 종잣돈으로 해서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각종 지원사업을 펼칩니다.

대표적인 재단인 노벨재단도 1901년 첫 수상식을 개최한 이후 수상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음에는 노벨재단도 풍부한 자금으로 시작했습니다. 1900년 노벨재단이 설립될 무렵 재단의 투자원칙 첫 번째는 "원금을 보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원금을 증대시키는 것이 두 번째 원칙이었습니다.

이러한 투자원칙에 따라 노벨재단은 3100만크로나를 안전한 유가증권에 투자했습니다.

그 당시 기준으로 안전한 유가증권은 우량 채권이나 부동산·우량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을 의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그러한 투자의 수익률이 점차 낮아지면서 기존의 투자방식은 더이상 원금을 보존할 수 있는 안전한 투자방식이 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노벨재단은 경제동향과 금융상황에 맞게 돈굴리기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기존의 부동산, 채권, 담보대출 이외에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또 세금공제를 위해 긴 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노벨재단은 홈페이지에서 변화된 투자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노벨재단은 2004년 12월31일 현재 기금의 61%는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스웨덴 국내 주식은 4%정도에 불과하더군요.

이러한 노력 덕분에 노벨재단은 첫 수상금이었던 15만크로나 수준을 현상유지할 뿐만 아니라 현재는 상금을 1000만크로나 수준까지 높일 수 있었습니다.

또 1900년 3100만크로나에서 시작했던 재단 원금이,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원금 환산가치로 29억6600만크로나로 증가했습니다.

유재하 음악장학회의 설립 취지를 폄하할 뜻은 전혀 없습니다. 매년 열던 가요제를 열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따지자면 그 누구도 유족과 장학회만 못하겠지요.

추측하건대 원금마저 위태한 또다른 속사정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유재하를 아꼈던 팬 입장에서 가요제가 지속되려면 장학회의 돈굴리기 전략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금리가 고착화되는등 금융시장 환경이 바뀐 만큼 단체나 개인들의 자금운용 전략도 바뀌어야 수익이 가능하다는 뜻이지요.

화수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안에다 온갖 물건을 넣어 두면 새끼를 쳐서 끝없이 나오는 보물단지라고 하지요. 그런 화수분은 가상현실 속에서나 나오는 허황된 이야기로 회자됩니다.

그러나 화수분은 탐욕이나 허구의 상징만은 아닙니다. 시대와 경제상황에 맞게 안전한 투자대상에 투자한다면 얼마든지 실현될 수 있는 현실인 것입니다. 노벨재단은 안전한 투자처의 개념이 변한다는 것을 지켜보고 화수분이 그리 어렵지 않은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벨재단이 주는 교훈입니다. 이 교훈은 월말에 각종 청구서 자동이체로 공중분해된 월급통장을 붙들고 허무해하는 직장인들에게 더 절실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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