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보좌관, 대통령에 '과장보고' 의혹

2005. 11. 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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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황우석 신화'의 숨은 주역으로 알려진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과장보고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보좌관의 사퇴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박 보좌관의 '과장보고 의혹'은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2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촉발됐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 윤리문제와 관련 MBC < PD수첩 >팀의 취재과정 등에 관한 보고서를 박 보좌관이 올렸다고 노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

이날 노 대통령은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이 MBC < PD수첩 >의 취재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연구원들이 고통과 불안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보고를 하면서 대책을 의논해 왔다"고 밝혔다.

즉 박 보좌관이 < PD수첩 >팀의 "위압적"인 취재태도는 물론이고 심지어 연구원을 "협박"까지 했다는 내용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그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 PD수첩>이 협박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 그런 일 없다"

하지만 < PD수첩 >팀은 이러한 연구원 협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PD수첩팀은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원 K씨를 만날 때 공개된 장소인 카페에서 만났는데 어떻게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자세로 취재를 할 수 있었겠느냐"며 "K씨를 인터뷰하는 도중 < PD수첩> 취재진이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만약 < PD수첩 >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보좌관은 노 대통령에게 과장된 사실을 보고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보고내용이 노 대통령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그의 책임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글에서 노 대통령이 "(박 보좌관이 보고하는 자리에서는) 취재의 동기와 방법에 관하여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물론 호의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 박 보좌관의 보고가 주로 < PD수첩 >팀에 불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노 대통령은 "나도 MBC의 이 기사가 짜증스럽다"라고 토로한 뒤 "취재의 계기나 방법에 관하여도 이런 저런 의심을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며 "연구과정의 윤리에 관하여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방법이 꼭 이렇게 가혹해야 할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러한 허위보고 의혹을 일축했다. 김만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박 보좌관이 허위보고를 한 게 아니다"라며 "당시 황 교수를 둘러싼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고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박기영 보좌관 "인터뷰 하지 않는다" 연락 끊어

박 보좌관의 과장보고 의혹이 불거지면서 입각 가능성까지 거론되었던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특히 줄곧 황 교수 연구의 윤리문제를 제기해온 민주노동당은 지난 24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함께 박 보좌관의 공직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박기영 보좌관은 현재 윤리적 오점으로 얼룩진 2004년 <사이언스>지 논문의 공저자"라며 "'무임승차가 아니냐'는 첫 비판에 대해 '윤리적 자문으로 기여했다'고 변명하더니 이제는 자신은 비윤리적 난자 확보와는 무관하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박기영 보좌관의 해명 어디에서도 공직자로서의 정직성과 책임성을 찾을 수 없다"며 "과학자로서도 정직성과 책임성을 잃었다"고 박 보좌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박 보좌관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윤리적 문제가 없었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강변하면서 학계 및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이 제기한 의혹을 부정해왔다"며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의혹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고 거듭 박 보좌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지난해 1월 청와대에 입성한 박 보좌관은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정부지원을 이끌어낸 공로자로 알려졌다. 황 교수 연구팀이 정부로부터 총 26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던 데는 그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박 보좌관은 황 교수와 함께 정보통신부가 지원한 '광우병 내성 유전자 조작소' 연구에 참여했고, 2004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황 교수 논문의 공동저자로 등재될 정도로 황 교수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그동안 황 교수의 연구에 쏟아진 윤리적 문제 등을 일축하며 황 교수를 옹호해왔다.

현재 박 보좌관은 언론과의 접촉을 완전히 끊어놓은 상태다. 보좌관실의 한 관계자는 29일 "박 보좌관이 '(언론과의)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만 전했다. 하지만 그동안 황 교수의 결백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그가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내일 국가생명윤리위 개최... 과학계-윤리계 위원 간 의견충돌 예상

한편 정부는 내일(29일) 아침 7시 국가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양삼승)를 열어 황 교수 연구의 윤리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정식회의가 아니라 상황을 점검하는 간담회 자리"라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생명윤리위는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등 7개 정부부처 장관들과 과학계 7명, 윤리계 7명 등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생명윤리를 심의하는 최고기구인 셈이다.

특히 서울대 수의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조사보고서를 놓고 과학계와 윤리계 위원들 간의 의견차가 표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학계 위원들은 황 교수가 공개사과와 공직 사퇴를 한 만큼 논란을 매듭짓고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주력하자고, 윤리계 위원들은 의혹이 남아 있는 만큼 진상규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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