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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후원자'는 지금 말이 없다

입력 2005. 12. 04. 04:54 수정 2005. 12. 04.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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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황우석 신화'의 숨은 주역으로 알려진 박기영(48)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현재 언론과의 연락을 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박 보좌관은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의 윤리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박 보좌관의 사퇴는 없다"고 일축했지만, 그가 황 교수 연구에 생명윤리를 자문해왔다는 점에서 책임론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황 교수의 연구성과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황우석 지원정책'을 주도해온 박 보좌관은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황우석 지원 묘안 짜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

황 교수는 올해 초 공개석상에서 "박기영 보좌관은 (나의) 든든한 후원자"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11일자 <세계일보> 칼럼에서 "순천대 박기영 교수께서는 수년 전부터 우리 연구팀의 한 축이 되어 우리를 이끌어 주신 분으로 이 연구의 초반부터 막중한 역할을 해주었다"고 박 보좌관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박 보좌관이 황 교수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1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황 교수가 '형질전환을 통한 광우병 내성 소' 연구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자 박 보좌관은 이를 받아들이고 황우석 연구팀에 합류했다.

박 보좌관은 주로 황 교수 연구의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 자문했다. 이런 역할을 인정받아 지난해 2월 <사이언스>에 황 교수 논문이 실릴 때 15명의 공동저자 중 한사람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 일간지는 "(박 보좌관은)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알리고 황 교수 연구팀에 지원을 늘리는 묘안을 짜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다"며 "박 보좌관은 황 교수와 함께 앞으로 수십년간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생명과학(BT)을 이끌어나갈 '투톱'으로 꼽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보좌관 청와대 입성 이후 '황우석 지원금' 4배로 늘어

박 보좌관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황 교수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우선 황 교수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팀을 꾸렸다. 또 총리실과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 유관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황우석 연구지원 모니터링'을 운영했으며, 한국과학재단에 황 교수의 지적재산을 관리할 별도 팀도 만들었다.

박 보좌관은 황 교수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모임도 주도했다. 그는 이 모임에 대해 "지난 10년 IT가 한국경제의 동력이 됐듯이 IT와 BT 융합의 시대를 앞두고 국가 차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자유롭게 대화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 모임에서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최고 과학자상'을 신설하자는 방안이 나왔고 지난 6월 황 교수는 최고과학자 1호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황 교수는 연간 최고 30억원의 연구비(5년간)를 지원받는다. 또한 연구원 50~100명 정도의 연구실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연구 기자재와 연구실 관리비도 지원된다. 정부가 개인별 후원회 결성까지 적극 지원한다.

황 교수는 지난해 4월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상금 3억원)을 수여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에는 과학기술인에게 수여하는 최고훈장인 '창조장'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 보좌관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박 보좌관은 황 교수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늘리는 데도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2004년 65억원에 불과하던 지원금이 2005년에는 265억원으로 늘어 무려 4배나 증가했다. 내년부터는 20억원이던 연구비를 매년 30억원(4년간)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박 보좌관은 생명과학(BT)이 중요한 국가정책과제로 설정되는 데 이바지했다. DJ정부가 정보통신(IT)에 주력했던 것처럼 노무현 정부는 그의 노력에 힘입어 생명과학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설정했다는 것. 그는 "노 대통령은 바이오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이며 생명과학이 한국경제 미래의 활로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생명윤리 자문, 문제 없다"→"난자확보와 무관"

하지만 황 교수 연구를 둘러싸고 윤리적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질주하던 박 보좌관의 '황우석 지원'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황 교수 연구에 쏟아진 윤리적 의혹을 일축하며 황 교수를 적극 옹호해왔다.

특히 지난해 <사이언스>에 실린 황 교수의 논문에 박 보좌관이 공동저자로 올라간 것을 두고 의혹이 일었다. 박 보좌관의 전공이 인간배아줄기세포 분야와 무관한 식물생리학인데 어떻게 공동저자로 올랐느냐는 것.

이에 대해 박 보좌관은 "내 역할은 논문의 생명윤리를 조언하는 일이었다"며 "황 교수 연구에 윤리적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새튼 교수의 '결별 선언'이 나온 직후에도 "황 교수와 통화해보니 '(연구원의 난자 기증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고 전하며 계속 황 교수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MBC < PD수첩 > 보도와 황 교수의 '고백' 등을 통해 황 교수가 매매된 난자를 연구에 사용했으며 여성연구원 난자를 기증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박 보좌관은 "나는 비윤리적 난자확보 과정과 무관하다"며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여 비난을 자초했다.

이에 시민단체들과 민주노동당은 '박기영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직사퇴까지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11월 24일 "황 교수가 최근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공직에서 사퇴했음에도 정작 윤리문제를 조언했다는 박 보좌관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에게 박 보좌관의 해임을 거듭 촉구했다.

25일에는 녹색연합·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14개 시민단체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이미 박 보좌관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고위책임자로서 도덕적 지위를 상실했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2004년 논문에 생명윤리 자문에 응했다는 이유로 공동 저자에 포함된 박 보좌관이 정작 윤리문제가 불거지자 한발 빼는 것은 부도덕한 처사"라며 "난자매매와 연구원 난자 사용 등이 사실로 밝혀진 이상 박 보좌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네이처>도 사설(11월 17일자)을 통해 "박 보좌관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며 "(박 보좌관은) 황우석 박사의 문제를 조사하는 데는 적절치 못한 인물"이라고 박 보좌관을 직접 겨냥했다.

과장보고 의혹까지... 침묵하는 '든든한 후원자'

게다가 과장보고 의혹까지 일면서 박 보좌관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그가 MBC < PD수첩 >팀에 불리한 내용만을 담아 노 대통에게 보고했다는 것.

이는 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이 MBC < PD수첩 >의 취재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연구원들이 고통과 불안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보고를 하면서 대책을 의논해 왔다"고 밝히면서 촉발되었다.

하지만 < PD수첩 >팀은 "취재과정에서 강압·협박이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청와대 보고내용도 우리 측의 확인도 없이 이뤄진 박 보좌관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도 지난달 28일 자신이 진행하는 <진중권의 SBS전망대>에서 "노 대통령은 박 보좌관의 보고가 혹시 그가 황 박사에게 했다는 생명윤리 자문만큼 엉터리는 아닌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진씨는 "도대체 생명윤리를 어떻게 자문했길래 연구원들이 난자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황 박사가 헬싱키 선언이 있는지도 몰랐냐"며 "황 박사도 사퇴한 마당에 정작 엉터리 자문을 한 보좌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보좌관은 황 교수 연구의 윤리적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자 언론과의 연락을 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황 교수의 생명윤리 자문역이자 "든든한 후원자"로서 윤리적 의혹들에 대해 그가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박기영 보좌관은 노 대통령의 '과학기술 과외교사'

후보 시절부터 자문역 활동... 경실련 활동하기도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과학기술 과외교사'로 불린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교수자문단(단장은 현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일원으로 이종오 교수(계명대) 등과 함께 문화·환경 분야를 맡아 과학기술정책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이후 박 보좌관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산업·농림·노동) 위원으로 활약하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냈다.

그리고 지난해 1월 그는 김태유 전 정보과학기술보좌관 후임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2002년 대선 때 노 대통령의 자문교수단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자문하는 등 정보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것이 발탁의 이유였다.

전남 순천 출신인 박 보좌관은 창덕여고와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에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미국 퍼듀대 연구원을 거쳐 1992년부터 순천대 자연과학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박 보좌관의 전공분야는 '식물생리학'(plant physiology)이다. 그는 주로 식물의 노화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과 그 유전자를 연구했다. 특히 '시들지 않는 꽃'을 연구한 논문은 <뉴욕타임즈>에 소개되기도 했다.

또 박 보좌관은 1998년 한국식물학회 학술논문상을 받았으며, <킴볼생물학> 등 역서와 <식물생리학> <생명과학> 등의 저서를 가지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 "경제가치 있는 치료목적 연구는 금지하지 말자"

박 보좌관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과학기술위원장을 지내는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지난해 1월 청와대 입성 직전까지 녹색소비자연대 등과 생명과학분야의 윤리규정을 정리하는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생명과학은 인간복제 등 민간한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연구단계마다 윤리문제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시민단체 경력 때문에 박 보좌관은 인간배아복제연구에 반대할 것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황 교수도 함께 활동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 보좌관은 "나중에 안 일이지만 황 교수는 제가 비정부기구(NGO) 대표니까 연구에 강력히 반대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감동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보좌관은 경실련 과학기술위원장 시절에도 생명윤리보다는 생명과학 발전에 더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해칠 여지가 있거나 악용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한 감시와 제한은 필요하지만, 경제적 부가가치가 있는 치료 목적의 연구까지 금지시키는 것은 문제가 된다"는 현실론을 폈다.

이러한 생각은 대통령과도 일치한다. 노 대통령은 10월 19일 세계줄기세포허브 개소식에 참석해 "생명윤리에 관한 여러 가지 논란이 훌륭한 과학적 연구와 진보를 가로막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보좌관은 청와대 입성 이후 이러한 현실론을 바탕으로 황 교수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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