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하루에 밥 두 공기도 안 먹어서야

입력 2006.01.11. 14:18 수정 2006.01.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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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희경 기자] 농사 중에 어느 것 하나 중하지 않은 것이 있으랴마는, 나는 콩 농사를 제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반미(飯米), 쥐눈이콩을 즐겨 심는다. 이들 콩은 가장 민중적이면서 토종냄새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반미 콩은 '서리태'라 하여 콩 중의 콩이고 비타민 덩어리이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저지방 고단백질로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겉은 검고 속은 새파란 연두색이다. 겉과 속은 달라도 요즘엔 참살이 식품의 선두주자인 두유의 원료로 사용되어 그 진가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 비타민 덩어리 반미콩
ⓒ2006 윤희경

하루에 두 공기 밥도 안 먹어서야

최근 통계청 보고의 따르면 국민들이 하루에 두 공기 밥도 안 먹는다고 해 비상이다. 쌀이 남아도는 건 둘째치고 국민건강문제가 심각할 정도이다. 더구나 여성들은 툭하면 끼니를 거른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예부터 우리 어른들은 '삼시 세끼 굶으면 사람 구실 못한다' '밥 먹는 힘으로 일한다' 하여 끼를 거르지 않고 꼭 챙겼는데 격세지감(隔世之感)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설 뿐이다.

이 참에 흰 쌀밥을 콩밥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다. 흰 쌀밥은 밥맛이 심심하고 덤덤하여 밥맛이 덜하다. 그러나 반미 콩을 섞어내면 문제는 달라진다. 밥에선 벌써 기름기가 흐르고 입맛부터 싹 당겨 올라온다. 더구나 기장이나 좁쌀을 조금만 배합하면 그 맛이 한결 더하다.

▲ 기름이 반들하게 흐르는 반미 콩밥, 노란색은 기장 쌀이다.
ⓒ2006 윤희경

최근엔 반미 콩이 천연단백질의 창고로 소문이 나면서 성인병 예방은 물론, 비만 방지와 뚱뚱한 살을 빼는 데 특효가 있다 하여 상한가를 올리고 있다. 두유 스킨, 두유 목욕까지 유행할 정도이고 보면, 반미 콩의 씀씀이를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

두유 만들기

두유를 만드는 방법 또한 간단하여 조금만 손을 보면 쉽게 마실 수 있는 참살이 식품이 된다. 국산 반미 콩, 즉 서리태를 뭉근하게 푹 삶는다. 어느 정도 흐물흐물해지면 껍질을 손으로 벗긴다. 다음엔 체로 쳐 걸러내면 끝이다.

콩물과 물의 비율은 1:1 정도면 충분하고, 그냥 먹기 뭣하면 천일염소금을 조금 넣어 마시면 고소한 맛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콩 찌꺼기는 찌개에 넣어 마시면 또 다른 구수한 맛을, 화분에 거름으로 사용하면 훌륭한 유기질 비료가 된다.

▲ 반미콩을 걸쭉하게 갈아낸 두유
ⓒ2006 윤희경

고단백 식품이라 그런지 콩밥을 먹으면 밥 한 공기는 뚝딱이고 소화도 잘 된다. 두유를 만들어 마시면 공복감이 훨씬 덜하다. 입안이 꿉꿉하고 무언가 자꾸 먹고 싶을 때 조금씩 마시면 허기증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이 허기증이 가시고 포만감이 차오르기 때문에 식사 조절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체질에 따라선 녹차를 섞어 마시면 효과가 더욱 크다 하고, 잘만 하면 알코올 중독자도 술을 끊을 수 있다니 대견하다 할 것이다.

▲ 껍질을 완전히 벗겨 걸러낸 두유
ⓒ2006 윤희경

콩을 즐겨 먹어서일까.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고 꼬박 식사를 챙겨 먹어도 살이 찌질 않는다. 오히려 귀농하기 전 한때 71kg까지 나가던 체중이 지금은 63kg까지 내려가 멈추더니 성인병을 모른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반미 콩의 덕분이 아닐까 싶다.

쥐눈이콩으로 콩나물을 키워 보면

쥐눈이콩을 '서목태'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쥐 눈을 닮아 콩알이 반들거리고 반짝반짝 빛난다. 서리태처럼 밥에 놓아먹어도 좋지만, 쥐눈이콩이 제 몫을 하자면 콩나물로 다시 태어났을 때이다.

▲ 쥐눈을 닮아 반짝이는 쥐눈이 콩
ⓒ2006 윤희경

국산 쥐눈이콩을 깨끗이 씻어 시루에다 기르는 게 정상이지만, 번거롭다면 밑면의 구멍이 촘촘히 뚫린 그릇이면 가능하다. 방 윗목이나 부엌 한구석 따스한 곳이면 어디서나 잘 자란다. 검은 보자기나 천으로 덮어 햇볕을 차단하고, 받침대에 올려 깨끗한 물을 아침저녁으로 주기만 하면 쑥쑥 솟아올라 기쁨을 더해준다.

▲ 쥐눈이 콩이 길러낸 콩나물, 파란 음표에 까만 모자를 쓰고 솟아나와
ⓒ2006 윤희경

콩나물시루에서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잊어버렸던 그 옛날의 까마득한 추억을 되살려내기도 하고, 가습기가 아니어도 실내 공기를 정화시켜 촉촉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 물을 주기 시작해 며칠 지나면 쥐눈이콩에선 저마다 파란 음표에 까만 모자를 하나씩 쓰고 이 세상 귀경을 나온다. 하도 귀엽고 앙증맞다 보니 뽑아 먹기가 아까울 정도다.

▲ 저 귀여운 것을 어찌 뽑아 먹을까 안쓰러워
ⓒ2006 윤희경

이른 아침부터 마른 북어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오늘 아침, 콩밥에 콩나물 국으로 텁텁한 입맛을 돋워 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침이 꿀꺽대건만, 저 어린 것을 어찌 뽑아내 끓여먹을까 안쓰러울 뿐이다.

/윤희경 기자

덧붙이는 글다음카페 '북한강 이야기' 윤희경 수필방에도 함께합니다.기자소개 : 윤희경 기자는 북한강 상류에서 솔바우농원을 경영하며 글을 쓰는 농부입니다. 올 4월에 에세이집 '북한강 이야기'를 펴낸 바 있습니다. 카페 주소는 cafe.daum.net/bookhanka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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