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도어, '오오미'정신의 잘못된 실험

김응교 2006. 1. 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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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요시'[三方よし]는 에도 시대 상인의 중요한 경제이념이었다. 상인은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판매자에게 좋고', 둘째 '구매자에게 좋고'、셋째 '세상 사람에게 좋고'라는 개념이다.

이 말은 1754년 70세가 되었던 삼베 상인 나카무라 오사무[中村治]가 쓴 글에서 나오는 말로, 오오미[近江] 상인들의 경제 이념이었다. 오오미는 현재 시가현[滋賀県] 지역으로,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까지, '오오미 상인'[近江商人]으로 불리는 대상인이 연이어 나타났다. 그들은 오오미에 본댁(本宅)을 짓고, 중앙 상품과 지방 물품을 교역하여, 자산이 생기면 체인점을 만들어 큰 부를 축적했다. 이들은 오오미만을 터전으로 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나가 상업을 했다. 오늘의 벤처 정신을 예견한듯한 상인들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했던 오오미 상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이었다. 판로 확장을 위해, 매년 지연이나 혈연도 없는 곳에 거래처를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그들에게 '신용'이란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이것을 위해 오오미 상인은 그 덕목을 '산보요시'[三方よし]라는 말로 집약했던 것이다.

이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 2006년 1월 일본의 거의 모든 신문의 톱으로 도배되었다. 그 주인공은 일본의 3대 포털 사이트인 라이브도어(livedoor)의 CEO인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32)다. 10년 전, 23살 청년 호리에는 도쿄대를 중퇴하고 단돈 5000만원으로 벤처기업을 만든다. 일본의 상징인 제조업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 벤처기업은 불과 몇 년 만에 시가 총액 7조원대의 거대 그룹으로 변모한다. 야구단 인수를 시도하는가 하면 '일본방송'(日本放送)'을 인수하고, 2005년 2월 후지 TV와 산케이신문까지 손에 넣겠다고 나섰다. 시퍼런 젊은이가 방송과 신문까지 인수하겠다 했으니, 일본 전체가 발칵 뒤집혔었다.

바로 이 무렵, 일본의 FBI라고 불리는 도쿄지검 특수수사부가 비밀리 수사에 착수했고, 고이즈미 정권은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이번의 혐의는 미리 자회사로 만든 회사를 네달 뒤에 합병한다고 발표해서 주식값을 올린 혐의와 10억엔 적자의 회사를 14억엔 흑자로 둔갑시킨 점 등이다. 작년 초부터 일본의 3대 IT회사(소프트방크, 라쿠텐, 라이브도아) 중 한 군데는 분식(粉飾)회계를 했을 거라는 말이 돌았는데, 아니나다를까 호리에 사장이 증권관리법으로 체포됐다. 창업 10년 만에 3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로 우뚝 섰던 벤처 신화가 추락한 것이다.

그의 추락과 함께, 라이브도어의 주식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1월 18일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식시장은, 라이브도어의 분식결산 의혹으로 발단한 도쿄 시장의 거래 정지와 닛케이 평균주가의 급락을 부정적으로 보아, 모두 떨어졌다. 대만, 한국, 홍콩, 싱가폴, 오스트레일리아의 종합 주가지수가 도미노처럼 하락했다. 라이브도어를 둘러싼 의혹이 도미노 현상처럼 아시아 지역 증권시장에 악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작년 자민당 선거에 출마했을 때의 호리에 사장.

게다가 작년 9월 자민당이 호리에 사장을 자민당 후보로 중의원 의원에 출마시켰던 것도 문제가 됐다. 공천된 호리에 사장은 "일본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해보겠다"며 선거에 나섰다. 그런데 자민당과 총리가 지지했던 인물은 사실 범법자였던 것이다. 결국 법을 위반한 사람을 밀어준 꼴이 되었으니, 자민당은 곤경에 빠진 것이다. 야당은 도의적 책임을 지라고 고이즈미 총리를 몰아부치고 있지만 총리는, "이번 사건과 지난해 선거때 호리에를 지지한 것은 별개 문제다"라고 회피하고 있다.

돈이 전부다?

호리에는 '호리에몽(ほりえもん)'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곤 했다. 포켓몬스터의 약칭인 포켓몽(ぽけもん), 혹은 만화 도라에몽에서 몽을 따서 붙였는데, 늘 튀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그를 응원했던 사람들은 비즈니스계 리더의 '신구교대'를 불러 일으켰다고 했다. 송년회에서 사원들과 함께 춤 추면서 권위를 부정하는 모습은 대중적 인기를 끌었지만,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거침없는 언행은 기성 세대의 눈총을 받았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넥타이를 안 매는 그에 대해 '품위가 없다'(品が ない)'라는 말로 비판했다.

솔직히 처음에 나는 그의 에너지가 일본의 고여 썩은 물을 갈아치우는 동력이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오였다. 결정적으로 '돈이 전부다'라는 말만 강조하는 그의 생각에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라이브도어 홈페이지는 누구라도 쉽게 성인 섹스 동영상을 볼 수 연결 있게 돼 있다. 그리고 '수영복 아나운서 뉴스'라는 동영상란을 두기도 했다. 어떤 컨텐츠를 쓰더라도, 오직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에는 '산보요시'의 정신은 흔적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작년 언젠가 '빈부차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서, "자본주의는 더욱 빈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당연하다. 버는 자는 더욱 벌어야 한다. 가난한 자, 홈리스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고민도 없는 그를 볼 때 나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가용 제트 비행기에 미녀 탤런트를 태우고 아프리카를 다녀오는 몇억의 여행을 하기도 하고, 라스베가스에서 하룻밤 몇억의 게임을 한다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곤 했다. 그의 말에는 오직 '판매자에게 좋고'만 있었고, 구매자나 세상 사람을 위한 생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작년에 호리에 사장은 '소우테이나이'[想定內]라는 말로 일본의 대표적인 신조어 2위에 올라섰다. "그 정도는 알아요"라는 말이다. "그 정도는 알아요"라고 자신있게 살아 왔던 도쿄대 출신 수재, 땅값이 비싼 록본기에서 한달 월세 200만엔(우리돈 2000만원)을 내던 성공 인생은, 결국 3평짜리 감옥으로 추락했다.

이 사건은 일본의 경제계에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실로 오오미 상인 같은 벤처 정신은 있으나 '산보요시'의 정신은 잊고 오직 판매자에게만 좋은 쪽으로, 돈만 벌면 된다는 쪽으로 폭주하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다.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비단 일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은 오늘 한국의 기업, 그 이기적인 비계덩어리에도 내려 꽂히는 하늘의 죽비(竹篦)가 아닐까. /김응교(시인, 와세다대학 문학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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