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감소로 폐교되는 시골학교의 마지막 졸업식

입력 2006. 2. 20. 06:10 수정 2006. 2. 2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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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앞으로 커서 동창회를 열면 학교에 다시 오고 싶어도 선생님도 없고 돌아올 곳도 없다는 게 너무 슬퍼요."

우지형군(13·청양군 문성초 6년)은 "한달에 한번씩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같이 현장체험학습을 다니던 게 가장 재미있었는데, 이젠 추억으로만 기억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손에는 꽃다발을, 마음속에는 아쉬움을 쥐고 우군이 참석한 곳은 지난 17일 열린 모교의 마지막 졸업식장.

우군이 졸업하는 38회를 끝으로 1964년에 개교한 문성초(교장 편범희)는 다음달 1일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정책에 따라 문을 닫게 된 것. 우군과 함께한 마지막 졸업생은 윤승훈군과 송성미양 2명.

이날 졸업식에는 마지막 교가, 마지막 교정, 마지막 선생님, 마지막 친구들 어느 것 하나 마지막이 아닌 것이 없었다.

홀로된 할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4학년 때 대전에서 청양으로 전학 온 우 군은 못내 아쉬움을 삭이지 못했다. 친구들이 많은 대도시에서 살던 우군에게 2-3명밖에 안되는 문성초 친구들은 더없이 소중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

담임이었던 강연욱 교사에게도 문성초는 남다른 곳으로 남는다. 이 곳이 그의 첫 근무지이자 마지막 폐교인데다 졸업생들이 첫 제자들이면서 동시에 마지막 졸업생들이기 때문.

다음달 근무지를 경산초로 옮기게 되는 강 교사는 "교사로서 처음 발령받은 학교가 문을 닫게 돼 마음이 너무 아프다. 첫 제자들이 문성초의 마지막 졸업생이라는 점도 교사생활 중 잊지 못할 아픈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군의 어머니인 이영희 자모회장은 "친구가 적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들의 학창시절 추억마저 사라지게 돼 안쓰럽다"고 말했다.

서천 시문중학교(교장 김문자)도 17일 졸업생 10명에게 마지막 졸업장을 수여했다.

학생수 감소로 폐교되는 시문중은 지난 1970년 3월 2일 개교한 이래 총 4142명의 학생을 배출 시키며 지역의 배움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전교생 26명과 내외빈 및 지역주민이 참석하여 제34회 졸업식을 거행한 이날 전교생 모두가 주인공이 되었으며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되는 안타까움이 커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문성초와 시문중처럼 오는 3월 1일자로 통·폐합되는 충남도 내 초등학교는 태안 방두초를 비롯해 보령의 대농초, 도화담초, 청파초 및 청파초녹도분교, 서산 운산초와 운산초남중분교, 당진 가동초, 예산 신양초황계분교 등 모두 8곳이다. 또 중학교는 부여 남성중 충화분교등이며 유치원은 8곳이다. 이들 학교도 20일을 전후해 마지막 졸업식을 갖고 영원히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국민일보쿠키뉴스 제휴사/대전일보 박정식 기자 tangopak@dinz.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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