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성추행 자성'? 너나 잘하세요

2006. 3. 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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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

▲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2004 이종호

최연희 의원(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최근탈당)의 성추행 문제에 대해 정두언 의원이 한나라당 전체의 자성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출당이나 의원직 사퇴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고 당 전체의 자성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또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도 ""세상에 자식이 잘못하고 형제가 잘못하면 자식을 자르고 형제를 자르면 끝입니까? '자식이, 형제가 잘못했으니 나는 어떻게 하겠다'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한나라당이 쓰고 있는 가장 큰 멍에는 '도덕성'"이라고 성토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이번 일로 5·31 지방선거는 '차떼기당'에다가 '성추행당'으로 치르게 됐다"며 "자성의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 아니고 진짜로 자성을 하자는 것"이라고 당의 도덕성 회복을 강하게 촉구했다.

같은 당 정의화 의원이 최연희 의원을 옹호하고 나서고, 당에서도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정 의원의 주장은 어떻게 보면 신선하다고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여성계 및 시민단체들은 정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진실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 의원이 도덕성을 강조하며 자성을 외쳤지만 정작 자신이 지난 2003년 저지른 여기자 성추행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이나 반성도 없었다는 것이다.

2003년 여기자 성추행... '기억 안나지만, 그랬다면 사과한다' 모호한 해명

정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재직하다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내고 2003년 10월 28일 서울시청 출입기자들과 송별회를 겸한 회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경향신문>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는 성추행을 저질렀다.

다음 날 그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기운에 실수한 것 같다,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출입기자단과 경향신문사를 찾아가 사과했다. 이명박 시장도 서울시청 출입기자단에게 공개사과했다.

그러나 2004년 2월 총선시민연대가 이 사건을 주요한 이유로 그를 낙천 대상자 명단에 올리자 그는 '기자들과 함께 노래부르면서 춤도 추는 과정에서 여기자와 어깨동무를 한것이 성희롱으로 와전됐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이에 피해 기자가 성추행 혐의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하자 "기자단 앞에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사과한다'고 해명했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내용의 수정 해명자료를 냈다. 이에 전국언론노조는 '양심불량 성추행범 정두언의 사죄와 정계 퇴출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4년 총선시민연대 활동을 했던 이구경숙 여성연합 지역여성운동센터국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자기반성 없는 이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며 "정 의원이 자성을 촉구하려면 이전에 저지른 자신의 잘못부터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구 국장은 또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것을 제시해야지, 마냥 자성만 촉구한다고 해서 변하는 것이 있겠냐"고 정 의원의 '도덕성 회복'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마찬가지로 2004 총선시민연대 활동을 했던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연합 사무총장도 "정 의원은 자기 사건에 대해 먼저 결자해지해야한다"며 "국회의원에 의해 벌어졌던 성폭언까지 포함한 성추행·성희롱 사건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사무총장은 또 "이런 일의 재발방지를 위해 국회가 성추행을 한 의원에 대해서는 제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놔야 한다"며 "진상조사를 통해 국회를 '대청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홍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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