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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몸짱? 일본엔 '다이짱'!

입력 2006. 04. 06. 14:48 수정 2006. 04. 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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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영미 기자] 일본인들은 가끔 엉뚱한 일에 관심을 갖고 열을 올린다.

▲ 2002년 유행어 대상을 차지한 바다표범 '다마짱'.
ⓒ2006 Kehin(京浜河川事務所)

비근한 예로 '2002 월드컵'과 함께 2002년에 유행어 대상을 차지했던 '다마짱'이 대표적이다. 다마짱은 그해 여름, 오른쪽 눈 근처에 낚싯바늘을 단 채 사이타마현 다마강에 출현했던 바다표범이다.

얼마 후 다마짱은 낚싯바늘이 떨어진 모습으로 다시 다마강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 후로도 종종 다마강에 얼굴을 비추었다. 이런 다마짱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다마짱은 일약 전국적 스타가 되어 각종 매스컴을 장식하기에 이르렀다.

바다동물이 강에 서식하는 것은 자연생태계 연구에 있어 중요한 사건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도 볼 수 있는 바다표범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일본인들의 행태는 유별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외국 언론들은 이 특이한 바다표범보다 일본인들의 이런 행태를 더 관심 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다마짱 이후에는 두발로 직립하는 래서 판다 '후타'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최근, 일본인들의 최대관심사는 '무'다. 이 무는 처음엔 '생명력 강한 무'로 불리다 지금은 '다이짱'이라는 어엿한 애칭까지 얻은 상태. 그런데 이 무의 사연이 기막히게 드라마틱하다.

아스팔트에서 자라난 '생명력 강한 무'

▲ 2005년 8월 효고현 아이오이 시의 아스팔트 보도를 뚫고 자라난 생명력 강한 무 '다이짱'.
ⓒ2006 후지TV 캡처

2005년 8월, 효고현의 아이오이 시에서 괴짜 무가 발견됐다. 이 무가 괴짜 무로 불린 이유는 무밭이 아니라 한여름의 딱딱하고 뜨거운 아스팔트 보도를 헤집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사람들의 입과 언론을 타고 순식간에 퍼졌다. 사람들은 아스팔트 위로 몸통을 반쯤 내밀고 무청을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에서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삶에 대한 굳은 의지를 발견하고 삶의 희망으로 여겼다. 그리고 무를 뜻하는 일본어의 '다이꽁'을 변형해 '다이짱'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그러던 11월 어느 날, 희망의 싹이었던 다이짱이 두 동강 난 채 발견됐다. 무청부분이 행방불명된 것. 다이짱에서 희망을 발견했던 사람들은 희망을 도둑질당했다며 분개했다. 도둑질 한 자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결국, 이틀 후 다이짱의 무청 부분이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이미 죽은 생명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런데, 다이짱의 운명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이오이 시청 직원 토미야마 케이지(48)가 무청 부분을 잘 다듬어 슬라이더에 물을 채우고 담가둔 지 며칠 만에 이파리가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전보다 더욱더 이 무의 생명력에 감탄하고 신기해했다.

죽었다 살아나다, 그리고 복제되다

다이짱은 그 후로 스타가 됐다. 언론들은 다이짱의 소식을 앞다퉈 전하고, 아이오이시 거리에는 다이짱 캐릭터가 쏟아져 나왔다. 연말이 되자 아이오이시는 시청 벽 한 편에 다이짱 일루미네이션을 만들어 점등했다.

▲ 대학 수험생들의 합격기원용으로 만들어 판매된 다이짱 쿠키와 다이짱 일루미네이션(좌측 원안).
ⓒ2006 아사히신문/아이오이시

대입 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끈기의 상징' 다이짱 쿠키를 선물로 받았다. 1월 1일과 2일엔 다이짱 전시회가 열렸다. 다이짱이 자라던 곳의 아스팔트에도 다이짱 캐릭터와 이름이 새겨졌다.

수경재배에 들어간 다이짱은 순조롭게 성장했다. 작년 말엔 새 이파리가 15매 자라났고 1월 중순엔 꽃봉오리가 맺히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월 말, 씨앗이 잘 영글도록 흙으로 이식한 후 시들기 시작해 급히 집중치료실에 수용되었다.

그러던 지난 2월 2일, 결국 자력재생이 어렵다고 판단한 아이오이 시는 한 연구소에 배양을 의뢰해 '복제 다이짱' 제작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3월 19일자 <마이니치신문>에 의하면 다이짱은 유전자 부분에서도 강인함을 발휘해 복제중인 11쪽 중 2쪽에서 서너 장의 새 잎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2쪽이 무로 자랄 가능성은 80~90%다. 현재대로라면 다이짱은 약 3개월 뒤에 고향인 아이오이 시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다이짱의 복제가 진행 중이던 3월 3일, 다이짱의 이야기를 엮은 그림책도 출간됐다. 작가는 아이오이 시 시민과 주임인 미야자키 아유미로, 다이짱 캐릭터를 만들어 홍보에 앞장선 주인공이다. 이 책은 발간 3일 만에 1만 부를 증쇄한 상태다.

다이짱 붐, 어떻게 봐야 하나

어찌 보면 대단한 것도 아닌 일에 이토록 온갖 정성을 쏟는 아이오이 시의 정열과 이에 호응하는 일본인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다이짱 붐을 전하는 BBC 인터넷 판.
ⓒ2006 비비시 인터넷판

먼저 외신의 반응을 보자. 영국의 <비비시(BBC)> 인터넷 판은 다이짱을 살리려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비평가들조차 희귀식물에 대한 일본인들의 이런 애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인들의 반응은 찬반이 엇갈린다. 아이오이 시에 거주하는 '톰비이와'라는 네티즌은 자신이 관리하는 홈페이지에서 "아스팔트를 뚫고 자란 식물을 많이 본 터라 별로 놀랍지 않다, TV에서 보도되었다는 데에 의미를 둘 뿐"이라며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아이오이시에 대한 비판도 상당수다. '코잇코'란 블로거는 "일본은 평화롭군. 아이오이시는 무 한 개에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한가한가 봐"라며 "역시 취직한다면 아이오이 시청이네. 무 기르면 월급주지, 시장도 그런 일 하는 모양이지…"라고 비꼬았다. '아마텔루스'라는 블로거도 "다이짱이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는 건 알지만 아이오이 시청이 시간과 혈세를 들여 보호해야 할 문제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반면, '나비'라는 블로거는 "이런 일에 이토록 열심인 일본인이 귀엽다, 요즘 세상 인정이 메말라서 열심히 살아가려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여긴 것 아니겠냐"며 "인간이 자연의 생명력에서 힘을 얻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야지우마(yajihorse)라는 블로거도 "식물에 끈기나 집념과 같은 자유의지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감탄하는 게 어리석다고 비아냥거리는 이도 있지만 조금도 참지 못하고 서로 살해까지 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는 자랑할만하냐?"라며 "동물과 식물은 인간을 감동시켰다, 인간들은 어떤가?"라며 다이짱 열풍을 지지했다.

또한, 지짱이란 블로거는 "무 이파리가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오려면 무척 많은 시간과 힘을 쏟았을 것"이라며 "무슨 일에나 금방 싫증 내고, 도전해도 이내 좌절해버리는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그 무 이파리를 손톱만큼씩이라도 끓여서 먹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

아이오이 시 '다이짱, 그래도 너만 믿는다'

일부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아이오이 시는 다이짱 붐을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연말 종무식에서 타니구찌 아이오이시 시장은 다이짱이 가져올 시의 선전 및 경제효과가 3억5천만 엔이라고 발표했을 정도다.

사실 아이오이 시는 인구 3만3천 명 정도의 작은 시인데다, 이렇다할 대표상품이 없었다. 눈에 띌 만한 관광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랑할 만한 특산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무명의 시에 어쩌다 아스팔트를 뚫고 자라난 무가 매스컴을 타고 화제가 되면서 전국적으로 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다.

▲ 다이짱 붐이 일면서 생명력 강한 야채들에 이어 희귀한 무들도 매스컴을 탔다. 마릴린 먼로처럼 섹시한 포즈를 한 먼로짱 무(왼쪽 상하), 어린이 발 크기 정도의 무(우측상), 문어와 오징어를 무색케 한 13갈래 무(우측하).
ⓒ2006 후지TV 캡처

다이짱 붐으로 지역경제도 활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이오이 시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늘었음은 물론,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탄생한 다이짱 쿠키의 인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다이짱 쿠키는 1월 19일 판매 시작 후 2개월 만에 이전의 3년 반 치에 해당하는 매출을 올렸을 정도. 덩달아 다른 업체들이 판매하는 사브레, 만쥬, 단팥빵 등도 재고가 없을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과연 무 하나가 시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다이짱의 이미지를 활용해 어떤 상품이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한편 이런 다이짱 붐에 힘입어 일본은 지금 곳곳에서 생명력 강한 야채들에 대한 보고가 줄을 잇고 있다. '생명력 강한'이란 이름을 달고 부자지간의 무, 귤나무, 딸기, 감자, 가지 등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이에 더해 희귀한 무들도 덩달아 매스컴을 타고 있다. 일련의 '강한 생명력' 붐은 유행에 민감한 일본인들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장영미 기자

덧붙이는 글기자소개 : 장영미 기자는 일본에서 7년째 생활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다. 일본에 살고있는 이방인으로서 그리고 타국에 살고있는 한국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가감없는 시선으로 한국과 일본을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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