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에서 당당히 사회주의 말하겠다"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 입력 2006. 4. 9. 12:45 수정 2006. 4. 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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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인터뷰-1]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정치의 계절이 다가왔다. 5월31일 열리는 '제4회 전국단위 지방선거'는 국내 선거 가운데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는 최대규모의 선거이다. 1만 여명의 후보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권자의 판단을 돕기 위한 언론의 각별한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주요 후보 가운데 '뉴스메이커'로 부각됐거나 부각될 가치가 있는 후보들을 찾아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은 물론 감추고 싶은 부분을 건드리는 '도전 인터뷰'를 연이어 내보낼 계획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지방선거 최대 접전지라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후보로 확정된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이다. / 편집자주

정치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친일파와 군사정권에 유착한 이들이 사회의 주축 세력으로 활동했던 것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현실이다. 1987년 민주화대투쟁 이후 민주주의의 열기가 급격히 뜨거워졌고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정치의 현실도 많이 바뀌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2004년 4월15일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지만 진보정당을 표방한 민주노동당이 10석의 의석을 갖고 원내에 진출한 것 역시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일이다.

시간은 2년 가까이 흘렀다. 민주노동당은 보수정당 중심의 정치현실에서 '다크호스'로 자리 매김했다. 새내기 원내정당으로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기는 하지만 무시 못할 정치세력으로 우뚝 섰다. 5·31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이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에 따라 정치구도 자체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이자 '거센 바람'의 진원지로 예상되는 곳이다.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김종철(37·사진) 후보이다. 그는 서울대 90학번으로 대학에서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전형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90년대 학번 정치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진보진영에서는 주목받는 30대 정치인이다.

김혜경 전 대표 누르고 서울시장 후보 선출된 김종철

김혜경 전 대표를 당내 경선에서 누르고 서울시장 후보가 됐을 때 출입 기자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중적 인지도나 조직, 자금 무엇에서도 특출난 점이 없었던 김종철 후보가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고 진보정당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정치인'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어떤 인물일까. 미디어오늘은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전인터뷰' 첫 번째 주인공으로 김종철 그를 선택했다.

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사에 마련된 김종철 후보의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은 어수선한 모습 그대로였다. 인터뷰 장소는 잘 나가는(?) 다른 정당과는 달리 형광등은 하나가 꺼진 상태였고 의자 주변에는 이사를 하다만 풍경처럼 말 그대로 어수선했다.

그러나 김종철 후보의 표정은 진지했다. 표정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통해 설명했던 얘기 역시 '진지함' 자체였다. 그는 '사회주의'를 얘기했다. 김종철 후보는 "선거운동의 초점을 양극화에 맞추고 있다. 의료나 교육 주택 문제는 자본주의적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선언하고 강력한 주장을 할 예정"이라며 "사회주의적인 정책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종철 "자본주의 벗어나기 위한 노력 있어야"

90년대 초반 동구 유럽 사회주의가 붕괴된 이후 국내 진보운동 진영도 혼란을 겪었다. 과거의 얘기로 인식됐던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2006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로부터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었다.

김종철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이념대로 민주주의적 사회주의에 입각한 교육 보육 교통 에너지 기본권에 관심을 둬야 한다. 자본주의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를 내건 서울시장 후보가 생소한 것 같지만 4년 전에도 비슷한(?) 후보가 한 명 있었다. 현재 프로메테우스라는 인터넷신문 대표를 맡고 있는 원용수 당시 사회당 서울시장 후보였다.

김종철 후보는 원용수 후보의 공약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원용수 후보와는 완전히 다르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은 위상이 다르다"며 "사회주의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는)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이 생각하는 사회당에 대한 비중과 민주노동당의 비중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사회당이 말했던 사회주의와 내용은 같은 것이었을까.

김종철 "민주적 사회주의 필요"…사회당 공약과는 달라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김종철 후보는 "사회당의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는 장기적으로 우리사회를 바꿔 나가기 위한 개혁으로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얘기한 것이다. 우리의 주장이 구체적인 것에 반해 사회당의 주장은 철학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급진적인 정책'을 전면에 내걸었다. 특히 대통령선거에 버금가는 공약을 내놓겠다고 해 관심을 모았다. 내용이 궁금했다. "교육 문제만 봐도 가장 정점에 있는 것이 대학의 서열 문제인데 서울대를 정점으로 서열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어떤 정책도 해결이 안됩니다. 서울시장 후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주택 문제에 대한 그의 급진적인 정책은 보다 분명했다. 김종철 후보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1가구 다주택자의 대출을 회수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을 보면 시장의 지배력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가) 경제질서에 개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위헌이 될 여지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 현실가능성은?

30대 차세대 정치인의 당찬 공약이었지만 현실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았다. 김종철 후보는 당선을 목표로 나온 후보이다. 당선이 돼야 만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서울시정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벽이 있다.

서울시장 후보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넘어서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60%가 강금실 전 장관을 지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종철 후보는 "강금실 후보는 열린우리당스럽지 않은 행동을 해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후보가 된다면 열리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강금실 후보가 여성 후보라고는 하지만 여성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정책을 갖고 있는 당의 후보인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종철 "강금실, 여당 후보로서 한계 있을 것"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강금실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라는 점이 부각된다면 높은 지지율도 한계를 드러내고 말 것이란 설명이다. 다른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김종철 후보는 "맹형규 후보를 정책 중심으로 본다면 미국 공화당의 축소판"이라고 주장했다. 강북을 강남 수준으로 올린다고 얘기를 하지만 결국에는 강남 수준이 되지 못하는 강북 주민들을 내쫓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철 후보는 "길음 뉴타운이 개발됐는데 입주한 이들은 원래 살던 사람의 10% 밖에 안된다. 수준이 되는 사람만 들어오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에 대한 평가는 더욱 냉정했다. 김종철 후보는 "홍준표 후보는 실현되지 않을 공약을 얘기하고 있다. 아파트 반값을 얘기하기 전에 당이 토지공개념을 당론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며 "서울시민 1000만명을 설득하려면 한나라당 대표부터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철 후보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다른 정당의 유력 후보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그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 "기존 질서에 대해 할 말은 하고 금기시 되는 권리를 복원하는 패기를 갖고 있다. 대중을 설득하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증된 TV토론 능력…미디어선거에 자신감

김종철 후보의 이러한 주장이 괜한 자신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학 때 학생회장을 지냈고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에는 대변인 활동으로 잔뼈가 굵었다. 그는 알아주는 'TV토론' 능력을 갖고 있다.

김종철 후보는 "사람들 앞에 나가서 무슨 얘기부터 해야 도움이 된다거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된다거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미디어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많이 알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냉정히 따져 볼 때 김종철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TV토론을 통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각인시킬 수 있다면 김종철 자신도 민주노동당에게도 선거는 '승리'의 의미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언론보도, 판돈 안 걸린 내기"

김종철 후보는 '콘텐츠'를 갖고 승부를 할 생각이다. 그러나 언론이 그의 콘텐츠를 충실히 전달해주지 않는다면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김종철 후보와 인터뷰 약속을 잡던 지난 4일 정치권에서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MBC <100분토론> 출연 문제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MBC가 강금실 후보를 단독으로 출연시켜 방송을 진행하려 한 것에 대해 야당들이 반발했고 민주노동당 역시 거세게 항의했다. MBC는 강금실 후보 이외에도 다른 유력 후보들에게도 같은 형식의 초청 토론회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금실 후보가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당일 100분 토론에 단독 출연한다는 것은 오해를 살만한 일이었다.

김종철 후보는 "언제나 정책 선거를 하자고 하는데 가장 정책을 얘기하지 않는 후보가 가장 인기가 있다"며 "후보가 정책을 통해 검증 받지 않는 것을 비판하기도 하고 당이 잘못된 태도를 비판적으로 보도해야 하는데 흥미위주로 보도한다. 판돈 안 걸린 내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내부의 민주화가 언론개혁의 관건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김종철 후보가 생각하는 언론개혁의 방향이 궁금했다. 그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와 같은 신문을 볼 때 입장이 다른 것은 크게 문제가 안된다. 과장하거나 폭력적인 방식이 문제"라며 "현행 법 자체에 폭력적인 부분이 있는데 (법을 강조하면) 합법적인 것 같지만 옹호하는 것 자체가 폭력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을 옹호하는 것은 폭력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철 후보는 "보다 중요한 문제는 언론의 내부 구성원인 기자들이 어떤 다른 압력 없이 자율적으로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언론사 내부 민주화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철 후보는 집에서 한겨레,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 3개 신문을 본다고 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보지 않는 이유는 '폭력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종철 후보는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서 지방선거 전체의 흐름을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창당 때부터 당에 참여했고 내부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에게 당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들어봤다.

김종철 "민노당,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으려 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김종철 후보는 "진보정당다운 것을 진보정당답게 선언하지 못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으려고 했다"며 "진보정당의 사회적 책무, 사회를 진보시킬 것인가에 대한 비전에 대해 당 지도부도 공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종철 후보는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앞장서서 논쟁을 만들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한 지도 2년이 돼 간다. 원내진출 초기에는 진보정당이라는 '깃발'만 내걸어도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진보정당이 왜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믿음을 심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에게 5·31 지방선거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몇 명을 당선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정당과 '다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김종철 후보는 그러한 역할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논쟁의 전면에 뛰어들 것"

김종철 후보는 "우리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반대자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당내 경선에서 나를 뽑은 것은 김종철은 그것을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판을 감수하면서 논쟁의 전면에 뛰어드는 모습. 김종철 후보의 다짐이 지방선거에서 어떤 형태로 실천될 것인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종철 후보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왔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민주노동당을 하나의 시민단체로 여기던 과거의 위상과는 많이 달라졌다. 국제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이뤄낸 중요한 성과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의 색깔을 보여주려고 한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보랏빛 정치'를 들고 나왔다. 민주노동당의 색깔은 무엇일까.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 동안 김종철 후보가 서울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과제이다.

다음은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 인터뷰와의 일문일답.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 '5·31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진보정당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선거전략이 있다면.

"초점을 양극화에 맞추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문화코드를 들고 나왔는데 사실 서울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이다. 양극화를 중심으로 쟁점을 삼아 나가겠다. 실제 관심사이기도 하다. 양극화에 대해 완전히 다른 대안을 얘기하겠다. 의료나 교육 주택 자본주의적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선언하고 강력한 주장을 할 예정이다."

-자본주의적인 방식은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가.

"사회주의적 정책이 맞다고 본다. 오늘날 유럽의 복지국가는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놓아두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주의 정책이 빛을 발할 때가 있다. 옛날 사회주의는 국민들의 인식도 좋지 않고 반성도 해야 할 지점이 있다. 민주노동당 이념대로 민주주의적 사회주의에 입각한 교육 보육 교통 에너지 기본권에 관심을 둬야 한다. 자본주의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주의 정책을 내세우는 등 정책공약이 2002년 사회당 원용수 후보를 연상시키는데.

"원용수 후보와는 완전히 다르다. 민주노동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 언론 인터뷰만 해도 수십 차례를 했고 TV토론에 나가면 말 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그러나 원용수 후보는 딱 한번 TV 토론을 통해 발언을 했을 뿐이다. 사회주의에 대해 내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은 위상이 다르다.

당시에는 기회도 제대로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여론이 주목을 하지만 사회당이 얘기하면 전혀 이슈가 안되는 그런 상황이다. 사회당의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혁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우리사회를 바꿔나가기 위한 개혁으로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얘기한 것이다. 우리의 주장이 구체적인 것에 반해 사회당의 주장은 철학적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된 이후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정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교육 문제만 봐도 가장 정점에 있는 것이 대학의 서열 문제인데 서울대를 정점으로 서열이 있으면 다른 어떤 정책도 해결이 안된다. 서울시장 후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민주노동당 서울시장은 정치권을 상대로 대통령을 상대로 압력을 가하는 시장이어야 한다. 의료나 주택도 마찬가지인데 서울만 봐도 1가구 다주택자가 11%, 집 없는 가구 58%이다.

주택보급률은 90%가 넘는다. (주택문제를 해결 할) 수단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가구 다주택자의 대출을 회수하면 된다. 1가구 다주택자 11%가 반발하겠지만 헌법 조항을 보면 시장의 지배력 완화하기 위해 (국가가) 경제질서에 개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집이 한 채 있는데 이를 뺏는 것도 아니고 집이 다섯 채나 네 채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위헌이 될 여지가 없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대결할 가능성이 많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노동당 지지자 중에서 강금실 전 장관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분 중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분이 많이 있다. 강금실 후보는 열린우리당스럽지 않은 행동을 해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후보가 되면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있고 원내 과반수를 갖고 있던 열린우리당이 양극화 해결을 실패한 것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민노당 지지층은 저에게 올 것이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여성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방법이 있는지.

"강금실 전 장관은 서울시장에 출마한 유일한 여성후보 될 가능성 높고 여성코드를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기초의원 42%가 여성인데 기반이 여성이어야 여성정당이지 대표적 정치인이 여성이라는 것과는 다르다. 여성단체들이 강금실, 한명숙 두 사람 때문에 현 정권에 우호적인 것은 유감이기도 하다. 사회에서 가장 차별 받는 이들이 여성이다. 여성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인데 사회적으로 가장 차별 받는 입장이다. 강금실 후보가 여성 후보라고 하지만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정책을 갖고 있는 당이 후보인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강금실 후보나 맹형규 후보 등 다른 정당 서울시장 출마 예상 후보들에 대해 장단점을 평가한다면.

"강금실 전 장관의 장단점은 모르겠다. 장점은 부드러운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책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장단점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을 들고 나오는 순간에 검증이 될 것이다. 정책 중심으로 보면 맹형규 후보가 된다면 미국 공화당의 축소판이다.

강남을 그대로 두고 강북을 올린다는 얘기이다. 강북을 강남수준으로 한다는 것은 뉴타운을 세운다거나 강남의 교육수준으로 만들고 자립형 사립고를 세운다는 것인데 그 수준(뉴타운에 입주 못하거나 자립형사립고에 들어갈 능력이 없는)이 안되는 사람은 나가라는 얘기이다 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난 일이 있다. 길음 뉴타운이 개발됐는데 입주한 이들은 원래 살던 사람의 10%밖에 안된다. 수준이 되는 사람만 들어오라는 얘기이다."

-홍준표 의원이나 오세훈 전 의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홍준표 후보는 실현되지 않을 공약을 얘기하고 있다.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만 지어서 아파트를 반값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당이 토지공개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서울시민 1000만명을 설득하려면 한나라당 대표부터 설득해야 한다. 오세훈 전 의원은 잘 모르지만 강금실 전 장관의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다. 다른 당 전략에 대해 유감인 것은 당 이미지를 탈색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당선되면 당이 시정을 이끌어 갈 것인데 포장만 내세워 국민을 현혹하는 것 아닌가. 정당은 당을 가장 잘 대변할 사람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 이념과 정책을 가장 잘 대변할 사람을 내세우는 것이 정당이다. 당의 색깔을 가장 잘 숨길 수 있는 사람을 내세우는 것은 시민에 대한 혹세무민이다."

-다른 후보에게 없는 김종철만의 색깔을 설명한다면.

"젊다는 것은 다 아는 것이고 진보적인 대안을 갖고 있는 민주노동당 후보이다. 진보적인 대안이 있다는 것이 저의 색깔이다. 기존 질서에 대해 할 말은 하고 금기시 되는 권리를 복원하는 패기를 갖고 있다. 경력에서 드러나듯이 당 대변인과 중앙연수원장을 했기 때문에 논리적인 것 같다. 대중을 설득하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가 진행되면 미디어선거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TV토론 등 미디어선거에 대한 전략이 있다면.

"미디어선거에서는 TV토론의 중요성이 가장 큰 것 같다. TV토론에서는 파격적인 논쟁을 이끄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젊은 줄 알았더니 굉장히 구체적이고 결론적이고 맞다는 느낌을 주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젊음과 함께 무게 감이 더해질 것이다. 현장에서 많은 일을 하고 싶다. 강금실 후보가 지하철을 타고 걷는 이벤트를 했다고 하는데 이벤트가 될 수 있나. 서민들은 늘상 겪는 일인데 이벤트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TV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현실을 알고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인데 제가 생각하는 대안을 얘기하고 전문가에게 거꾸로 평가받고 반론을 듣는 연습을 하고 있다.

-TV토론 경험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교 때 학생회 간부를 한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2004년 총선 때 5차례 정도 TV토론에 나갔고 대변인으로서 공중파 방송과 라디오 토론 등에 나와 현안에 대해 토론을 한 일도 있다. (TV토론에 나가보니) '민주노동당에 노회찬 의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김종철도 있네'라는 얘기를 들었고 TV토론 섭외도 많았다. 대학교 때 단과대 학생회장을 했고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졌다. (학생회 간부를 하면서) 사람들 앞에 나가서 무슨 얘기부터 해야 도움이 된다거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된다거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미디어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많이 알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MBC 100분 토론에서 강금실 후보를 단독으로 출연시키려는 것에 대해 당에서 항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보도도 많아지고 있는데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이 있다면.

"언제나 정책 선거를 하자고 하는데 가장 정책을 얘기하지 않은 후보가 가장 인기가 있다. 한국 정치의 가장 희극적인 단면이다. 정당이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 언론이 바로 잡아줘야 한다. 시민을 위해서는 언론이 이 사람이 되면 생활이 어떻게 바뀐다를 살펴봐야 하는데 전략 중심으로 보도를 한다. 신비주의, 판세예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언론의 공익적 임무라고 한다면 저 사람이 당선되면 서울이 어떻게 바뀌는지 객관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후보가 정책을 통해 검증 받지 않는 것을 비판하기도 하고 당이 잘못된 태도를 비판적으로 해야 하는데 흥미위주로 보도한다. 판돈 안 걸린 내기를 하는 것 같다.

-결국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언론이 바로 서기 위한 '언론개혁'에 대해 소신이 있다면.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와 같은 신문을 볼 때 입장이 다른 것은 크게 문제가 안된다. 과장하거나 폭력적인 방식이 문제이다. 현행 법 자체에 폭력적인 부분이 있는데 (법을 강조하면) 합법적인 것 같지만 옹호하는 것 자체가 폭력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을 옹호하는 것은 폭력적인 것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언론의 내부 구성원인 기자들이 어떤 다른 압력 없이 자율적으로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언론사 내부 민주화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1인이 지배하고 사주가 지배하는 이런 언론들은 우리사회가 표방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언론법과 관련해서 안타까운 것은 소유지분제한, 독과점 제한 등은 좋은 얘기이지만 자유롭게 글을 쓰고 견해를 하는 장치가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언론이 권력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정치권력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언론이기 때문에 자본의 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인데 내부 민주주의가 확립되면 광고주의 압력에 대해 지적할 수 있고 저항하려는 목소리가 생길 것이다. 언론이 정치권력 쟁탈전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 늘 그렇게 생각해온 부분이다.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한겨레, 경향, 중앙일보 등 3개 신문을 본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폭력적이다. 개인적으로 폭력적인 것을 싫어한다. 여기서 폭력은 흔히 말하는 폭력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원내에 진출한지 2년이 됐다.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 등으로 활동했는데 당을 비판적으로 평가한다면.

"진보정당다운 것을 진보정당답게 선언하지 못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으려고 했다. 이슈가 만들어지면 조절하는 입장, 어려운 사람 만들어놓은 이슈, 비정규직 문제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나 세입자 문제나 이런 것을 이슈가 만들어지면 대변한다고 하지만 먼저 한발 나가서 이슈를 나가서 불러모으는 역할을 못했다.

중재하고 협상하는 것에 끌려 왔다. 교육문제가 대학의 국공립화 방안이라면 학교의 국공립화를 목표로 한다면 사립학교법 파동이 나왔을 때 부패로 문제가 있는 사학이 있다면 그런 사학을 국유화하자고 했어야 한다. (당이) 두려워하는 것 같다. 민주노동당이 반대자를 덜 만들려고 했다."

-민주노동당도 반성이 필요하다는 얘기 같은데.

"진보정당의 사회적 책무, 사회를 진보시킬 것인가에 대한 비전에 대해 당 지도부도 공유하지 못했다.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앞장서서 논쟁을 만들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를 드러내면서 반대자를 만들 필요도 있다. 당내 경선에서 나를 뽑은 것은 (김종철) 제는 그것을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과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을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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