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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측량 갈등 타결 의미와 전망

입력 2006. 04. 22. 21:34 수정 2006. 04. 2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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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측량계획 철회, 등재 연기' 봉합

한일, 독도 포함 EEZ 갈등 일상화할 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조준형 이귀원 기자 = 한일 양국이 한쪽은 측량 계획을 철회하고 다른 한쪽은 독도 부근 해저지형에 대한 지명 등재를 연기하는데 합의함에 따라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일본 정부는 측량 강행을 위해 돗토리(鳥取)현 사카이(境) 항에 4일째 출항, 대기시킨 측량선 2척을 도쿄(東京)로 돌려보내고 우리 측도 동해상에 내린 비상경계령을 해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측의 이번 합의는 일본 측이 국제수로기구(IHO)에 통보한 6월말까지만 탐사를 중지한다는 것이고 한국은 지명 등재를 `적절한' 시기에 한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미봉책 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본은 7월부터는 탐사를 다시 강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우리 측도 일정 시기가 지난 후에는 언제든 지명 등재를 시도할 수 있어 갈등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독도부근 해역을 분쟁지역으로 비쳐지도록 하는 성과를 거둔 일본으로선 빌미만 있으면 동해 갈등을 유발할 공산이 커 동해 대치가 일상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번 한일간 합의는 말 그대로 봉합 수준이며 장기적으로 영토 갈등과 분쟁이 일상화될 전초가 됐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막판 반전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일본 보수 우익에서 이번 일로 한일관계 마저도 경색되면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크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인식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동해 EEZ 탐사 도발에 이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사무차관의 방한 교섭은 한국의 지명 등재를 포기시키려는 `계획적 도발'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측량 계획을 미리 밝혀 동해상 긴장을 높이는 방법으로 독도와 그 주변을 국제분쟁지역화하고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한국 정부를 압박해 지명 등재 포기를 받아내려 했다는 지적이 그 것.

일본은 1978년부터 은밀한 방법으로 IHO에 독도 부근 수역에 대해 자국 지명 등재를 추진해왔으며 `쓰시마 분지'와 `순요퇴' 등 이미 두 곳에 일본식 이름을 등재하고 공용화했다.

일본의 이러한 조치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위한 사전조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우리 정부가 이같은 움직임을 뒤늦게 파악, 작년에 일본식 지명이 붙은 두 지역을 `울릉분지'와 `이사부 해산'이라고 명명한 것을 포함해 독도 부근 18곳의 해저지형에 한국식 지명을 붙이고 IHO에 등재하려 하자 일본은 강력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다.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18곳의 한국식 지명이 IHO에 받아들여진다면 일본은 지금까지의 지명 `선점'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우리측에 등재 포기를 주장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일본 정부가 주변국의 역풍을 무릅쓰고 4월14일부터 6월30일까지 독도 부근을 포함한 EEZ에서 측량을 겸한 탐사를 강행하려는 것도 `쓰시마 분지'와 `순요퇴' 이외 지역에 일본식 지명을 추가하기 위한 사전 탐사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틀간의 외교차관 협의에서 일본 측은 올 7월로 예정된 한국국립해양조사원의 독도주변 해류관측 조사를 문제삼아 대응했다.

해양조사원의 조사는 독도로부터 12해리 안에 있는 우리 측 영해에 국한돼 있지만 일본 측은 독도와 울릉도의 중간선이 자기 측 EEZ 경계선이라며 그 구역은 자기측 EEZ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한국측 EEZ 안에서 이뤄지는 일본의 수로측량 계획에 대해 한국이 철회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한국의 해류관측 조사가 자국 EEZ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게 일본 측의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측은 해류관측 조사를 엄연히 한국 영해내에서의 일이라며 일본의 주장을 일축했다.

일본 측은 22일 오전과 오후에 걸친 마라톤 협의에서도 지명 등재 포기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도쿄와의 숨가쁜 교신을 거쳐 이뤄진 두차례의 추가 협의 끝에 등재 연기를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타결로 급선회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양측이 이번 사태가 동해 EEZ에서 한일간에 경계획정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빠르면 5월중 이와 관련해 국장급 협의를 시작하기로 한 데 있다. 한일 EEZ 협상은 1996년에 시작해 4차례 열렸으나, 2000년에 일본이 일방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양측이 협상을 통해 상시적인 동해 갈등을 해소할 솔로몬의 지혜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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