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는 좌측통행일까 우측통행일까 ?

2006. 4. 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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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치원때부터 사람은 좌측통행, 차는 우측통행으로 배웠다. 그러면 철도는 좌측통행일까, 우측통행일까? 정답은 둘 다이다.

사람, 자동차, 열차가 한꺼번에 만나는 철도건널목. ⓒ한우진

현재 한국철도공사(구 철도청)가 관할하는 구간의 철도는 좌측통행을 하며, 각 시에서 운행하는 지하철은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몇가지 예외는 있음)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의 대한 유례는 여러가지가 알려져 있다. 이 중 유명한 것은 마차 이야기이다. 즉, 말이 여러 마리 달린 마차가 다니던 시절에, 오른손잡이인 마부가 오른손으로 말들에게 채찍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왼쪽 말에 앉아야 한다. 그런데 왼쪽 말에 앉아서 맞은 편 마차와 부딪히지 않게 마차를 움직이려면, 상대편 마차를 봐야하므로 길 오른쪽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차가 발달한 미국권과 유럽권에서는 우측통행이 선택되었다고 한다.

반면 영국에 비해 소형마차를 사용했고, 마차 자체에 마부의 좌석이 달려 있었던 까닭에, 오른손으로 휘두르는 채찍이 뒤에 있는 마차에 닿지 않으려면 마차의 오른쪽에 앉아야 했으므로 좌측통행이 선택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영국권 나라에서는 좌측통행을 쓴다. (일본 포함)

우리나라의 경우는 철도를 일제시대에 받아들였고, 본격적인 자동차는 미 군정시대에 받아들여서, 철도는 좌측통행, 자동차는 우측통행으로 정해졌다.

좌측통행, 100년 이상 써온 소중한 전통

우리나라에 철도가 첫 개통된 것은 1899년 제물포~노량진의 경인선 구간이다. 즉 통행방식이 어디서 왔든지, 철도의 좌측통행은 이미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전통인 것이다. 그래서 철도의 좌측통행은 건설교통부의 국유철도 운전규칙 44조에 명시되어 있다.

철도공사의 전철은 좌측통행을 한다. 반면 대도시 지하철은 우측통행을 한다. ⓒ한국철도공사, 서울시

일각에서는 철도의 좌측통행을 일제의 잔재라며 바꾸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좌측통행은 일본만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철도의 통행방식은 세계적으로 다양한데, 일본 외에도 중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이 좌측통행을 쓰고 있다. 물론 미국, 독일, 노르웨이, 폴란드, 터키 등은 우측통행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꾼다고 실익이 있을까?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현재의 철도설비는 좌측통행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일순간에 우측통행으로 바꿀 수가 없다.

선로가 두가닥 있으므로, 다음 날부터 바꾸기만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각 역이나 플랫폼의 안내판 수정 같은 사소한 것부터, 철도의 안전운행과 직결되는 신호시스템까지 모조리 교체가 필요하다. 이것이 일순간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결국 운행중인 철도의 운행방향을 바꾸는 것은 철도를 새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단순히 일제청산으로 기분을 내기 위해서는 치뤄야할 비용과 안전 문제가 너무 크다.

한편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새로 만드는 것부터 우측통행을 해보자'라고.

문제는 도시철도법

이런 발상으로 나온 것이 바로 도시철도법이고, 그 아래의 도시철도 운전규칙 36조이다. 도시철도 운전규칙 36조에 따르면 "열차의 운전방향을 구별하여 운전하는 한 쌍의 선로에 있어서 열차의 운전진로는 우측으로 한다. 다만 좌측으로 운전하는 기존의 선로에 직통으로 연결하여 운전하는 경우에는 좌측으로 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다. 즉, 어쩔수 없을 때만 빼고 우측통행을 하라고 정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철도공사(구 철도청)가 운영하는 국유철도는 좌측통행을 하고, 각 시에서 만드는 도시철도(지하철)은 우측통행을 하기 시작하여,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철도는 좌측통행을 하는데, 지하철은 우측통행을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결정은 큰 문제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에 우측통행을 하는 철도가 처음 나타난 것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간이었다. 서울지하철 1호선은 철도청의 수도권전철과 직결운행을 하고 있었기에, 좌측통행을 유지했지만, 순환선인 2호선부터 우측통행을 하게 된 것이다.

본인은 왜 그때 지하철이 갑자기 우측통행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다. 일제 청산을 위해서인지, 자동차하고 일치시키기 위해서인지, 그냥 한번 바꿔보고 싶기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피해는 지금 후손들이 고스란히 뒤집어 쓰고 있다.

서울-수도권의 4호선 전철을 이용해본 사람들은 남태령 이북에서는 우측통행을 하던 4호선이 선바위 이남에서는 좌측통행을 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서울지하철 4호선을 우측통행으로 만들어버린 바람에, 나중에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에서 만든 좌측통행 과천선을 만들기 위해서 남태령과 선바위 사이에서 터널을 한번 꼬아 만든 '꽈배기굴'을 만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건설비용은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4호선 남태령-선바위간 꽈배기굴의 구조. ⓒ한우진

아울러 이 같은 운전방향의 차이는 지하철과 전철의 직결운행에 큰 방해물이 되고 있다. '직결운행'이란 서로 다른 두 회사의 철도가 하나의 철도처럼 연결하여 운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직결운행은 승객의 환승불편을 없애준다는 점에서 매우 권장되는 운행방식이며, 선진국 지하철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전철과 지하철이 애초에 방향부터 다르게 만들어져 있으니, 추가 구조물이 필요하여 직결운행이 힘든 것이다. 건설은 백년을 내다보고 해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수십년도 못 내다보고 후손들에게 짐을 지우게 된 것은 정말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억울한 한국철도공사

한편 더욱 억울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한국철도공사(구 철도청)이다. 서울-수도권에는 철도공사에서 운행하는 좌측통행 전철구간보다, 서울시에 운행하는 우측통행 지하철이 많다보니, 잘 모르는 시민들은 우측통행이 당연한 것인줄 알고, 철도공사를 탓하고 있다.

구조물은 쉽게 바꿀수가 없으므로 기존의 규칙을 바꿀때는 항상 앞을 내다보고 해야한다. ⓒ서울시

한국철도공사는 100년 넘게 좌측통행을 써왔는데, 겨우 30여년 된 우측통행 지하철 때문에 이런 말을 듣고 있으니, 그야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돌을 빼내는 셈이다. 철도의 좌측통행은 한국철도공사의 잘못이 아니다. 이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다.

오히려 진정한 잘못이 있다면, 바로 대도시의 지하철이다. 기존의 좌측통행을 함부로 우측통행으로 바꾸는 바람에 후세에 두고두고 짐을 지운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기존 철도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일이다. 기존 철도의 좌측통행을 바꿀 수도 없고, 기존 지하철의 우측통행을 바꿀 수도 없다. 더구나 국유철도 운전규칙과 도시철도 운전규칙이 병존하는 한 앞으로도 전철 좌측통행, 지하철 우측통행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국정넷포터 한우진(http://blog.naver.com/ianhan)

<한우진님>은 신설예정 철도, 지하철 노선안내 '미래철도DB' 운영자이시며 교통평론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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