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임박..'천성산 도롱뇽'의 운명은?

2006. 5. 13. 22: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 천성산 화엄벌.
ⓒ2006 안현주

천성산의 도롱뇽은 어떻게 될 것인가.

대법원이 오는 5월말경 '도롱뇽 소송'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2002년 천성산 관통터널의 문제점이 제기된 지 4년여만에, 소송 제기 2년 7개월여만에 내리는 결론이다. 대법원의 '도롱뇽 소송' 선고는 새만금 사건 못지않게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고, 그 결과에 따라서는 정부와 환경단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고 할 것이다.

도롱뇽 소송 경과(1990~2006년)

- 1990. 6 :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노선 확정.

- 2002. 5 : 금정산․천성산 관통 반대 토론회 개최.

- 2003. 3 : 공사 중단과 대안노선 검토.

- 1003. 9 :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기존 노선 결정.

- 2003.10 : 도롱뇽소송(공사금지가처분신청) 제기.

- 2003.11 : 공사 재개.

- 2004. 4 : 1심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

- 2004.11 : 2심 조정권고 불성립 후 항고 기각.

- 2004.12 : 대법원에 재항고.

- 2005. 2 : 공단-환경단체, 공동조사 합의

- 2005. 9~11 : 공동 현장조사, 공사 중단.

- 2006. 2 : 공동조사결과 발표 후 보고서 제출.

'도롱뇽 소송'은 대법원 제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가 맡고 있다. 지난 11일 대법원은 '도롱뇽 소송'에 대해 오는 5월말께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송은 천성산 내 사찰인 내원사·미타암과 천성산에 사는 동식물을 대표한 도롱뇽, 지율 스님으로 대표되는 '도롱뇽의 친구들'이 낸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터널(원효터널)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을 말한다.

신청인인 '도롱뇽'을 소송의 당사자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하나의 쟁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정은 자연물은 재판을 청구할 법률적인 주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으며, 이 소송의 1심과 2심도 같은 입장이었다. 환경단체는 외국에서 자연물도 소송의 당사자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면서 우리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터널 공사로 인해 천성산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다. 환경단체는 터널공사로 인해 지하수 유출과 터널붕괴, 습지(무제치늪․화엄늪) 고갈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시설공단은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11월 사이 환경단체와 공단 측에서 공동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가 지난 2월말에 나왔지만 양측은 합의를 보지 못했다. 공동조사결과 보고서는 대법원에 제출되어 재항고심의 판단 근거로 활용된다.

대법원은 새만금사건에 대해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도롱뇽 소송' 결정을 앞두고, 대표적인 국책사업인 고속철도공사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 국민적 관심이 높다.

지율 스님, 재판장 앞으로 편지 보내 호소

▲ 천성산 내원사 계곡의 도롱뇽.
ⓒ2006 안현주

'도롱뇽 소송' 재항고심 결정을 앞두고 지율 스님은 최근 대법원 재판장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재판장님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지율 스님은 일본의 사례와 함께 천성산 터널공사의 각종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율 스님은 편지에서 "소송의 한 사람으로 글을 드리는 무례함보다 도리어 조소 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보낸다"면서 인사부터했다.

그는 편지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설명했다.

"일본에서 30년 동안 논란이 되었고 법정 소송으로 갔던 '아마미 흑토끼 소송' 패소 판결 직후 '흑토끼' 대리인으로 참석했던 환경단체가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법원의 판결에 온기를 느꼈다'고 이야기했다"는 것. 소송 당사자가 패소하더라도 '감동'을 받을 정도로 애정으로 결정을 내려달라는 부탁의 의미가 담긴 것이다.

"저는 한 번도 현장을 다녀가 보지 않은 분들에 의하여 터널의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번도 천성산을 다녀가지 않은 언론에 의하여 '지방의 작은 산', '그깐 도롱뇽', '한 비구니의 감성'이라는 회의적인 결정론이 번져나가고 그것이 실상이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율 스님은 그동안 했던 단식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몇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던 극단적인 선택에도 불구하고, 천성산 문제에 있어 저는 한 사람의 관찰자였을 뿐이며 소송의 승패를 떠나 이 사회가 가고 있는 진행방향과 무질서에 대하여 한사람의 종교인으로 제가 본 것을 기록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저는 천성산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바람소리, 물소리, 새들이 우는 소리, 양지에서 봄꽃들이 피어나며 맑은 물가에서 도롱뇽이 알을 낳고 부화하는 모습을 그려 보이고 싶었다."

특히 자연물도 소송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우리가 자연물을 대표하는 도롱뇽과 지극히 이기적인 개인이나 단체를 중심에 두고 가치와 이익의 문제를 서로 같은 잣대로 다룰 경우 이 사회의 비리와 범죄는 합법적이 되고 말며 가난과 빈곤은 그 자체가 범죄 행위처럼 다루어 질 것.

사람들이 '그깐 도롱뇽'이라고 이야기할 때마다 '신데렐라의 마차'를 생각했다. 신데렐라가 꿈의 궁전으로 타고 갔던 마차는 늙은 호박이었고 마차를 끌었던 마부들은 부엌의 작은 생쥐들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생쥐가 마부가 되고 마부가 다시 생쥐로 돌아가면서 반전된다."

지율 스님은 편지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리의 관심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은 생명에게 머무를 때, 그리고 이 사회가 그 작은 생명을 하나의 가치로 인정할 때 굳이 신앙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가 사는 이 땅이 불국토이며 하나님의 나라라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윤성효 기자

- ⓒ 2006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