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그후] 유명해진 '청산 스님' 다섯 가족

2006. 5. 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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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오승준 기자]

▲ 기자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 동자암 다섯 스님들이 찾아왔습니다
ⓒ2006 오승준

19일 오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낯익은 전화가 걸려왔다. 담양 금성산성 동자암의 보리스님이었다. "광주에 볼일이 있어 일보러 내려간 김에 오 기자님도 뵙고, 동자승들에게 시청도 구경시켜 주고 싶습니다"라는 전화였다.

"아! 예. 환영합니다. 청사에 도착하면 바로 전화 주십시오"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을 하면서도 비오는 날 교통사정도 좋지 않은데 왜 산성에서 내려 왔을까 궁금했다.

그로부터 1시간 후 동자암 다섯 스님들이 그들만의 특별한 복장을 하고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들을 동료직원들에게 소개하니 모두들 놀라고 신기한 표정들이다. 다섯 스님은 담양이 고향인 청산스님(본명 송철수·44), 제주도가 고향인 부인 보리스님(본명 김경숙·38)과 두 스님 부부에게서 태어난 황룡(12), 청룡(11), 구봉(6) 스님이다.

보리스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오 기자님! 감사합니다. 오마이뉴스 때문에 얼마 전에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면서 카페 주소가 들어있는 명함을 건네준다.

그리고는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오마이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어떻게 사느냐, 무엇을 먹고 사느냐,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시키느냐 등 똑같은 질문을 많은 사람들이 합니다. 그래서 동자암 마당에다 게시판을 설치하고, 오마이뉴스 내용을 출력하여 게첨해 놓았습니다. 사람들이 찾아와 질문을 하면, 그 기사를 먼저 읽어보라고 합니다. 찾아오신 분들을 응대하기가 훨씬 좋아졌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보리스님은 "평소에는 동자암을 비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오늘 같이 비오는 날이나 궂은 날을 택해 산성을 내려와 볼일도 보고,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만납니다"라며 "앞으로는 인터넷 카페에 글이나 자료 등을 올리기도 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검색하여 우리들의 수행에 반영하는 일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라고 덧붙여 말하기도 한다.

봉은사 호국위령제 무술시범 이후, 주목을 받는 청산 스님 가족

▲ 동자암에 살고 있는 청산 스님 가족.
ⓒ2006 오승준

청산스님의 가족들은 지난 4월 18일 서울 강남 봉은사의 호국위령제에 초청 받았다. 그곳에서 청산스님의 검무와 청룡·황룡의 무술시범 등을 선보이며 '산중의 삶'을 조금 알렸다.

점차 사라져 가는 우리의 옛 문화와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지키기 위해 산에서 수행을 하면서 자연의 지킴이로 살고 있는 청산 스님과 그의 가족들. 그들을 만나면 언제나 참된 삶과 바른 건강이 보이고, 사랑과 희망이 보인다.

최근 근황을 물었더니 청산스님은 "전국의 많은 도사들이 TV에 출연하거나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비판을 가해 곤혹스럽기도 하고, 많은 곳에서 출연해 달라는 요청도 받고 있습니다"라며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한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된다며 전국으로 순회하며 자신들의 삶을 알려야 된다는 유혹도 있고, 무등산 같이 큰 곳으로 이사를 가라는 권유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도자로서 흔들림 없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금성 산성에서 10년 이상 살 계획이라는 청산스님은 얼마 전에 관광문화체험 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단체와 출연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 단체에서 장기계약을 요청했지만 산성을 한시도 비울 수가 없어 매일 출퇴근하는 조건으로 25일 계약을 하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루 30분씩 2회 정도 '산중의 삶'을 전하고, 무술시범 등을 선보이게 된다. 남도의 옛 전통문화를 알려주고, 학생들의 정신을 일깨워 주는 좋은 계기로 생각하여 봉사차원에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세상에 알리고 지켜 나가겠습니다"

▲ 막내인 구봉스님도 신기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서 섰습니다
ⓒ2006 오승준

1층 로비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 시(광주광역시) 홍보관으로 스님들을 안내했다. 엘리베이터와 로비에서 만난 직원들과 시민들이 그들의 도사 복장을 보고, 신기한 표정으로 반가운 눈인사를 한다. 동자승들은 홍보관 컴퓨터에 비친 자신들의 얼굴을 신기해하며 방명록에 글을 남기기도 하면서 즐거워했다.

청산스님의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과 역사의식, 문명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생각은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특히 남도문화와 전라도 민중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컸다.

스님은 "일본문화는 백제문화요, 백제문화는 남도문화입니다. 그런데 그 문화들이 점차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세상 바깥으로 끄집어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우리의 것을 지켜 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청산스님은 또한 "전라도 민중은 다른 지역의 민중에 비해 의기심이 강합니다"라며 "우리의 것을 지키고 알리려는 노력에 대해 국민들께서 높이 평가하고 많이 사랑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변하려고 하면 호되게 꾸짖고, 지적해 주십시오"라는 주문도 곁들인다.

또한 스님은 "수행은 자신의 집을 짓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의 집을 짓는 것은 기득권의 오해를 불러 일으켜 수행에 방해를 줍니다. 그래서 집을 짓지 않습니다"고 강조한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즐거운 도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제주도에서 지금의 보리스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라며 "보리스님은 하늘이요 천사입니다"라는 칭찬의 말도 빼놓지 않는다.

▲ 보리스님이 자신들의 카메라에 한컷 담아 가야 한다고 하네요
ⓒ2006 오승준

/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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