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기 만에 되살아난 창덕궁 진작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조선조 순조 무자년(1828년)에 행해진 창덕궁 진작례(進爵禮)가 근 2세기 만에 되살아났다.
세계민족무용연구소(소장 허영일)는 26일 오전과 오후 각각 한 차례씩 창덕궁 연경당 본채에서 복원 공연을 갖고 순조 무자년 당시 진작례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순조 무자년 진작례는 조선 최초의 '문화기획자'로 평가되는 효명세자가 대리청정 기간 병중에 있던 아버지 순조와 어머니 순원왕후의 생일을 경하하기 위해 창덕궁 연경당 본채에서 거행한 것으로 조선 후기 궁중 연회의 독창적인 멋을 엿볼 수 있는 행사.
세계민족무용연구소는 한국학술진흥재단 기초학문육성 과제에 공모돼 지난 3년간 철저한 연구와 고증을 거친 뒤 복원 공연의 결실을 보게 됐다.
그동안 궁내 공연을 허용하지 않던 창덕궁측도 이번 복원 공연의 의미를 높이 평가해 처음으로 외부 공연 단체에 문호를 개방했다.
빗속에서 비공개로 치러진 이날 진작례는 초여름의 신록과 어우러져 전통 문화의 여유와 운치를 한껏 발산, 최태지 정동극장장 등 30여명에 가까운 초대 손님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이날은 음력 6월1일로 무자년 진작례 시행일(1828년 음력 6월1일)과 똑같아 의미를 더했다.
복원 공연에선 왕과 왕비, 세자 등 의례팀 27명, 무용수 12명, 악사 17명 등 총 60명이 연경당 본채에 꾸려진 무대에 올라 꼭 178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놨다.
의례팀은 악사들이 연주하는 풍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순조 무자년 진작례를 기록한 '진작의궤'에 따라 술잔을 올리는 등의 의식을 재현했고, 그 사이 무용수들은 망선문, 헌천화, 보상무, 춘앵전, 가인전목단의 연목을 차례로 연주해 흥을 돋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 예술원, 무용원, 영상원, 연극원의 학생과 교수가 총 동원돼 공연의 수준을 끌어올렸고, 전통복식협회 회장인 이용주씨와 궁중음식 전문가 한복려씨가 고증해낸 의복과 음식도 품격을 높였다.
허영일 세계민족무용연구소장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심해 거의 완벽하게 진작례를 복원해냈다"면서 "내년과 후년까지 진작례 전체를 복원해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연경당 개장 시간과 예산 등을 고려해 전체 의식 가운데 3분의 1만 복원해 선보인 것.
허 소장은 이어 "우리 궁중 문화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한국 만큼 옛 궁중 의식 기록이 남아있는 데가 없다"면서 "이런 복원 공연을 통해 잠들었던 옛 문화를 깨우고, 그 우수성을 안팎에 널리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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