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봉 전 의원, 16대 총선 앞두고 방송사 기자들에게 수백만원 '성 접대'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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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봉 전 한나라당 의원이 기자들에게 행한 성접대 내용이 수록된 판결문. |
ⓒ2006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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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봉 전 의원. | |
ⓒ2006 오마이뉴스 박정호 |
7·26 재·보궐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정인봉(53) 전 의원이 과거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성 접대'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위원장 이경재 의원)는 정 전 의원을 서울 송파갑 후보로 확정 발표했다.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전 의원이 2000년 4·13총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전력'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동안 언론은 정 전 의원의 전력에 대해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에게 수백만원대의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만 보도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단순 향응만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성 접대'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2001년 7월 26일 정 전 의원 등에 대한 서울지법 형사 합의23부(재판장 김용헌 부장판사)의 1심 판결문에서 확인됐다.
법원 "정인봉, 기자에게 성적 접대 등 향응 제공"
판결문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2000년 2월 25일 한나라당으로부터 서울 종로 후보로 공천 확정 통보를 받은 뒤, 그날 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J 유흥주점에서 한나라당을 출입하던 KBS A기자, MBC B기자, SBS C기자, YTN D기자 등 방송사 카메라 기자 4명에게 46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
다음은 기자들을 상대로 한 향응 내용에 대한 판결문 일부이다.
"카메라 기자들에게 16대 총선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카메라 촬영 및 보도를 잘 해 주어 선거에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술자리를 마련하여, 나모(여·29세)를 비롯한 유흥종사자 6명을 배석시킨 가운데… 양주 6병과 안주 7점 등을 먹고 마신 후 참석자 중 O모(MBC), O모로 하여금 인근 하일랜드 모텔에서 위 유흥종사자들의 성적 접대를 받도록 하는 등으로 시가 금 283만6667원 상당의 접대를 함으로써 향응을 제공하고…."
판결문에 기재된 283만6667원은 기자들에 대한 음식·술·성적 접대 등의 향응 액수이고, 정 전 의원 본인과 또 한 명의 당직자도 성적 접대 등으로 170여만원을 사용했다. 판결문에 첨부된 '계산서'에는 1인당 성적 접대비 30만원, 여관비 4만5000원 등 구체적인 내역이 기재돼 있다.
정 당선자는 당시 술값 등으로 160만원을 현금으로 지불했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했다가 며칠 후 술집 사장인 이모씨 계좌에 온라인으로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16대 총선이 끝난 직후 정 전 의원의 선거운동원이었던 김모씨가 고발장을 제출해 수사에 착수했다. 국회의원 당선자가 언론 관계자 등에게 향응이나 성 접대를 한 것 때문에 검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것은 정 전 의원이 처음이었다.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선거법)'은 선거 운동을 위해 방송·신문 등의 경영·관리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 기자에게 금품·향응과 기타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이를 어길 경우 5~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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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봉 전 한나라당 의원이 기자들에게 행한 성접대 내용이 수록된 판결문. |
ⓒ2006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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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봉 전 한나라당 의원이 기자들에게 행한 성접대 내용이 수록된 판결문. |
ⓒ2006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검찰 "판사 출신이 사법부 우롱... 사회에서 격리해야"
서울지검 공안1부는 2001년 7월 4일에 열린 공판에서 정 전 의원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논고에서 "판사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알고 있는 피고인이 기소된 뒤 고의적으로 재판에 불출석, 사법부를 우롱했다"며 "탈법선거운동의 죄질과 재판과정에서의 행동을 볼 때 정 피고인에 대한 형량은 국회의원 직위를 박탈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사회에서 격리할 수 있는 실형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편파적인 검찰수사 끝에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기자들 향응 제공'이란 내용으로 기소됐으나 피고인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 만큼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1년 7월 26일 서울지법 형사 합의23부는 정 전 의원에 대해 방송카메라 기자 4명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정 의원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카메라 기자 이모씨 등 2명에 대해선 벌금 150만원 및 추징금 88만여원을 선고하고 장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 의원이 기자들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것은 당시 정황이나 시기, 접대 규모 등으로 미뤄 선거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일상적인 식사 대접으로 볼 수 없다"며 "사조직을 만들어 사전선거 운동을 벌이고 명함 등을 불법배포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이후 고등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으로 감형됐고, 2002년 6월 25일 열린 대법원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돼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한나라당 "한두번의 실수보다 공이 더 크다"
정인봉 전 의원은 최근까지 당 인권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서울구치소 성추행 은폐 사건' 진상조사단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4·19의 개혁의지와 5·16의 혁명동기는 일치한다"는 글을 당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물의를 빚자 당 인권위원장을 사퇴했다.
선거법 위반 등 과거 전력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정 전 의원의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경재 공천심사위원장은 공천 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의원을 공천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이 위원장은 정 전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려운 사안인데, 언론인들과 식사를 한 것이고 그 당시에는 가벼운 관례였다"며 "(여권에서) 중대한 선거법 위반처럼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사건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또 "선거법 위반 문제는 복권이 됐고, 여러분(유권자)들이 양해를 해 줄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4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당시 정 전 의원의 사건은) 파렴치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단순한 향응 제공이 아니라 성 접대였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천심사에서) 그렇게 자세한 내용까지 거론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무슨 내용으로 선거법을 위반했었는지 (당직자에게) 물었더니 언론인들과 식사와 술을 먹는 등 향응이었다고만 하더라"며 "다만 나중에 복권이 됐기 때문에 공천심사 과정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 깊이 논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거에도 법을 위반했던 사람들이 복권이 돼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고 전제한 뒤, "사람은 한두번의 실수를 한다"며 "그것(실수)에 비해 정 전 의원은 정부 여당의 정치적인 공작이나 큰 사건들을 변호해 (한나라당의) 무죄를 이끌어 낸 것이 한두건이 아니었고, 그런 공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8월 정부가 광복 60주년 특별사면 및 복권을 단행할 당시 정 전 의원처럼 벌금형을 받은 선거법 위반자는 사면대상이 아니었지만 복권으로 피선거권이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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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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