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혈세만 날린 대구시'고모역 육교'

2006. 9. 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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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한국철도공사가 불과 7개월 뒤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대구시 수성구 고모역에 8억9천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승강장 육교를 설치,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낭비행정'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특히 고모역은 오는 12월 역 운영마저 중단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시설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됐고, 일반인의 안전사고를 우려해 역 직원이 육교 출입까지 통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대구선 철도이설 사업의 하나로 2001년 10월 8억9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고모역에 덮개까지 있는 최고 시설의 승강장 육교 설치공사를 착공, 2003년 12월 완공했다. 그러나 불과 7개월 뒤인 2004년 7월 고모역에는 하루 왕복 4편의 여객열차(통일호) 정차마저 중단됐고, 지난 4일부터는 화물열차도 정차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고모역은 운전취급이 마무리되는 12월부터 폐쇄된다.

고모역은 여객열차의 운행이 중단된 이후 역을 찾는 일반인의 안전을 위해 승강장 육교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역 직원들의 또다른 업무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며, "고모역 승강장육교는 철도청 시절에 계획된 사업"이라는 식으로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대구지사 관계자는 "역사 내 시설물은 철도공사 소관이 아닌 철도시설공단에서 맡고 있다"면서 "고모역 폐쇄는 인력효율성 방안 가운데 하나로 지난 3월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모역을 비롯, 역 기능을 상실한 봉정·아화·모량역 등은 카페 또는 주유소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고모역 승강장 육교는 철도청 시절 여객유치차원에서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객열차 중단 계획이 발표돼 공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요 '비내리는 고모령'으로 널리 알려진 고모역은 80년 역사를 뒤로하고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경부선 동대구역에서 부산방향으로 5.1㎞ 떨어진 고모역은 70년대 이용객이 연간 5만명이 넘었으며,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구 칠성시장이나 번개시장을 오가는 인근 주민들이 많이 이용했다. 박해수 시인의 '고모역에 가면 옛날 어머니 눈물이 모여 산다…'라고 시작하는 고모역 시비가 역의 역사를 대신하고 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임성수 기자 s018@yeongnam.com , 우태욱 기자 wt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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