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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터 카트리지 재활용 안 되는 이유

입력 2006. 09. 12. 18:25 수정 2006. 09. 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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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여성위원회가 카트리지 재활용을 막는 기업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들이 재활용을 막는 칩이나 볼트 등을 프린트용 잉크 카트리지에 장착하고 있어 카트리지의 재활용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는 3월 시장 점유율이 80%이상인 삼성과 휴렛패커드(HP), 신도리코 3개 업체에서 생산하는 카트리지를 조사한 결과 제품의 상당수가 재활용 방지를 위한 특수 칩이나 볼트를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2003년 이전에 출시돼 사용된 뒤 재활용 하기 위해 재활용업체로 온 제품이었다. 이 제품들 중 특수 칩이 장착된 제품은 카트리지를 다 쓴 뒤 잉크를 새로 채우더라도 프린터가 카트리지 안에 잉크가 없는 것으로 인식해 재활용할 수 없다. 또 카트리지에 특수 볼트를 써 카트리지 내부를 열 수 없도록 해 잉크를 다시 채우기 힘들게 한 경우도 있다. 4월 서울환경연합이 2003년과 2004년 출시된 신제품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상당수 카트리지에 재생방치 칩이 장착돼 있었다.

환경연합이 조사한 재활용이 되지 않는 카트리지 모델 [표=환경연합]

그 동안 소비자들이 재활용 잉크 사용을 꺼려 왔던 것은 프린터 구매 시 사용안내서에 정품 잉크 만을 사용하도록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재생잉크를 쓰다 제품에 이상이 생기면 무상 A/S를 받을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 프린터 제조업체들은 제품에까지 재활용을 막는 장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카트리지를 재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데서 오는 피해는 적지 않다. 우선 소비자는 정품을 계속 쓸 수밖에 없어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정품은 재활용품에 비해 가격이 2~3배정도 비싸기 때문이다. 삼성 레이저 프린터용 토너 'ML-C800'의 경우 정품은 가격이 14만9000원인데 반해 재생 제품은 5만5000원 정도이다. 3배 가까이 차이 나는 셈이다.

대부분의 프린터 생산 업체들은 프린터 본체뿐만 아니라 재생할 수 없는 카트리지를 팔아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HP는 프린터 관련 소모품의 매출이 전체 프린터 제품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환경연합은 "프린터 생산 업체들의 수익 구조를 봤을 때 이들 업체들은 프린터 본체를 싸게 파는 대신 소비자들이 카트리지 정품을 계속 쓰게 만들어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인체와 자연에 끼치는 피해도 크다. 카트리지는 프린터 종류에 따라 잉크와 카본블랙, 토너 등이 들어간다. 잉크와 카본블랙은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토너에 들어있는 납 성분 가운데 하나인 카본에이트는 대기 중에 방출되면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 카트리지 케이스에는 에틸렌글리콜이 들어있어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에서 한 해 발생하는 폐 카트리지 약 2500만개 중 13%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 2175만개는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버려지는 카트리지로 인한 환경오염 역시 우려할만한 수준이다.'재생 잉크의 성능이 정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편견 또한 잉크 카트리지의 재활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생 잉크 생산 업체들이 2002년 산업기술시험원에 의뢰해 실험해본 결과 재생 잉크의 성능은 정품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삼성에서 생산하는 잉크 카트리지 ML-8000을 정품과 비교해 본 결과 같은 조건, 같은 화상도(A4 용지, 흑백 기준 5% 밀도)의 인쇄물을 출력했고 인쇄매수도 12,000장으로 동일했다. 삼성의 다른 제품인 ML-C800은 같은 조건 ,같은 화상도의 인쇄물을 생산했지만 인쇄매수는 정품이 6000장, 재생 제품이 5000장으로 차이가 나타났다.

재생잉크 생산업체 관계자들은 "재활용을 막는 칩이 붙어 있어 재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 "재생잉크를 만드는 업체마다 기술이 조금씩 달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재생 잉크의 성능은 정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잉크 카트리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재활용을 막을 의도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HP관계자는 "카트리지에 장착된 칩은 '스마트 칩'으로 일부 고급기종에만 부착돼 있고 남아 있는 잉크량을 알려주는 등 프린터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착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특수 볼트는 아무나 카트리지를 열 경우 내부의 유해물질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위해 설치한 안전장치" 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에서는 '제품의 분해와 재결합이 가능한 디자인을 의무화하고 재생 및 재활용을 막는 디자인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2006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도 카트리지 재활용을 막는 기업을 대상으로 시민단체가 소송을 걸어 승소한 적이 있다.

환경연합 여성위원회 명형남 부장은 "기업들은 더 이상 이익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기적인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며 "정부는 하루 빨리 프린터 소모품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품목으로 지정해 카트리지 재활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고 말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생산자가 수거와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로 현재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타이어 등이 그 대상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환경연합은 재활용을 막는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과 소송을 벌여 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미디어다음 / 조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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