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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번역했다"

입력 2006. 10. 11. 18:53 수정 2006. 10. 1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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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 <마시멜로 이야기> 표지.

<마시멜로 이야기(이하 ><마시멜로>)>를 실제 번역한 김아무개씨가 결국 입을 열었다. 이에 따라 <마시멜로> 밀리언셀러 신화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오마이뉴스>의 확인 요청에 대해 "저는 이렇다저렇다 얘기할 처지에 있지 않다"고 말문을 닫았던 김씨는 11일 오후 "대리번역을 조건으로 제가 <마시멜로 이야기>를 번역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국내외 대학·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일반기업에서 간부로 일했으며, 2000년부터 전문번역자로 활동해왔다.

김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8월 12일께 제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나간다는 조건을 달고 매절당(200자 원고지 1장당) 3500~4000원 선에 번역계약을 했다"며 "당시에는 번역자를 누구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출판사 측에서) <마시멜로>가 저작권료를 많이 준 작품이어서 마케팅상 유명인사를 내세워야겠다는 얘기는 했다"며 "그래서 자기계발이나 성공학 쪽의 전문가를 내세울 거라 생각했는데 출판 직전에 번역자를 정지영 아나운서로 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밀리언셀러에는 정 아나운서 이미지가 큰 영향"

이어 김씨는 "대리번역을 비밀에 붙이기로 한 조항이 계약서에 있었다"며 "하지만 제가 번역을 맡기 전에 다른 번역가들에게도 대리번역을 제안한 적이 있어 저만 알고 있는 비밀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의리나 신의 때문에 1년 동안 대리번역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있고 이제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얘기가 나오고 있어 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김씨는 "번역경험이 없는 정 아나운서가 솔직하게 '잘 아는 전문번역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면 더 아름답고 겸손하게 보이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한 김씨는 "1만부나 나갈까 싶었지 이렇게 많이 팔릴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용은 좋지만 밀리언셀러감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마시멜로> 열풍에 대해 "정지영 아나운서 개인의 이미지가 (책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정 아나운서를 내세운) 출판사의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사자와 가젤' 이야기를 감명깊게 읽었다는 독자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전에 출간된 경제경영서 등에 인용됐던 아프리카 속담이지 원저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가·대필작가 배려가 정착되어야"

또한 김씨는 "<마시멜로>의 판매가 폭발적이니까 다른 출판사에서도 이런 식의 대리번역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한 뒤 "이전에도 대리번역 관행은 있었지만 이것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지는 않았다"며 "저도 불공정거래에 가담해 할 얘기가 없지만 대리번역은 독자를 기만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번역가들은 주로 번역학원이나 전문번역회사를 통해 입문을 하는데 거기에서는 십중팔구 대리번역부터 시작한다"며 "1~2년 매절당 700~800원 번역료로 부려먹는데 이것은 노예"라고 열악한 출판번역계의 현실을 성토했다.

그는 "번역료조차 제때 주지 않고 질질 끌다 중간에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며 "문제는 그런 번역학원이나 번역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중진번역가들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마시멜로>의 원저자도 도움을 받은 사람을 공저자의 이름에 넣었고, 헨리 포드도 자서전을 낼 때 대필작가의 이름을 올렸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배려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출판사도 형편이 어렵다 보니 무리한 마케팅을 하고 편법을 강요하는데 이것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라며 "이러한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유지되면 진짜 좋은 책을 내겠다는 의지는 곤경에 빠지고 번역가들도 제대로 대우을 못 받는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김씨와의 전화인터뷰 전문이다.

"<마시멜로> 직접 번역했나?" "그렇다"

- <마시멜로>를 직접 번역했나?

"그렇다."

- 언제 번역을 의뢰받았나?

"지난해 8월 12일에 계약했으니까 8월 7·8일께 의뢰받았을 것이다. 원래 이 책이 미국에서는 그 해 9월 6일에 발간됐다. 국내에 출판되기 전이어서 원고 사본(하드 카피)를 받아서 번역했다."

- 언제 번역을 마쳤나?

"지난해 9월 5일께 넘긴 것 같다. 그 전에 출판사로부터 교정인쇄본(갤리판)을 받아서 원고에 변동된 내용이 있는지 검토했다."

- 어떤 조건으로 번역계약을 했나?

"매절당(원고 1장당) 3500∼4000원 선에 계약했다. 또 대역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제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나간다고 했다. 다만 제가 계약할 당시에는 누구로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번역자를 정지영 아나운서로 정했다는 얘기는 출판되기 직전에 들었다.

(정 아나운서 측에서는 출판사로부터 초벌번역된 원고를 건네받았다고 하는데) 초벌번역은 유명한 번역가가 문하생에게 시키는 것이다. 전문번역가가 번역한 걸 초벌번역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 대리번역을 받아들인 이유는.

"그것은 공공연한 업계 관행이다. 사실 처음엔 수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출판사측에서 '다른 번역가들에게 부탁했는데 해주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부탁을 했다.

<마시멜로>는 선인세(저작권료)를 많이 준 작품이다. 그래서 마케팅상 유명인사를 내세워야겠다는 얘기를 하더라. 당시에는 자기계발이나 성공학 쪽의 전문가를 내세울 거라 생각했다. 정지영 아나운서 얘기는 전혀 없었다. 그건 출판 직전에 나온 얘기였다."

- 대리번역은 비밀에 붙이기로 했다고 들었다.

"그런 조항이 계약서에 있다. 제가 대리번역을 맡기 전에 출판사에서 다른 번역가들에게도 대리번역을 제안했기 때문에 다 알고 있었다. 나 혼자 알고 있는 비밀이 아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의리나 신의 때문에 1년 동안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다른 사람들 입을 통해 나오고 있어 저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출판되기 직전 번역자를 정지영 아나운서로 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조금 씁쓸했다."

▲ 밀리언셀러로 등극한 <마시멜로>. 그러나 번역자 김아무개씨는 "책이 너무 많이 팔렸다"며 그 원인으로 정지영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꼽았다.

"다른 출판사도 대리번역 기획... 독자기만, 불공정거래"

- 그런데 <마시멜로>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는데….

"제가 마지못해 했든 거래를 위해 했든 제가 하기로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선 얘기할 게 없다. 번역저작권은 매절로 넘겨줬지만, 저작인격권은 양도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와 관련된 판례가 없어 그것까지 포기한 처지니까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

다만 번역가들은 다른 출판사에서도 이런 식의 대리번역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마시멜로> 판매가 폭발적이니까 그런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대리번역 관행이 있었지만 이것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지는 않았다.

몇 군데에서 대리번역자를 구해 그런 식으로 책을 내려고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저도 거기에 가담했으니까 할 얘기가 없지만, 이것은 독자를 기만한 행위라고 본다."

- 지난 3일 기자와 통화할 때는 실제 번역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입을 열게 된 이유가 있나.

"그 때까지는 덮어두고 싶었다. 이제 와서 그 얘기를 꺼낸들 개인적으로 무슨 도움이 될까, 또 공연히 배가 아파서 그런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까 봐 덮으려고 했다. 또 불법적인 약속이든 합법적인 약속이든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의리가 있었다.

하지만 며칠 곰곰이 생각해봤다. 과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서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왕에 얘기할 거면 말하고 끝내자고 생각했다."

"대리번역은 입문절차... 번역료조차 제때 안 준다"

- 출판계의 대리번역 관행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가.

"대리번역은 번역하는 사람에겐 입문절차라고 봐야 한다. 물론 어떤 경로를 통해서 입문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출판사에 잘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는 처음부터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번역가는 번역학원이나 전문번역회사를 통해 입문한다. 거기에서는 십중팔구는 대리번역부터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 번역학원이 상당히 많다.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을 수강료로 받고 출판 알선을 보장해준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번역료는 매절당 700~800원 준다. 그렇게 1∼2년 대리번역으로 부려 먹는다. 이건 노예다. 번역료조차도 제때 주지도 않고 책이 나와야 준다며 질질 끈다. 중간에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번역학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중진번역가들이라는 점이다. 다음 카페에 가면 번역카페가 많이 있다. 회원이 1만명 이상 되는 카페가 가면 대리번역 등 피해사례를 엄청 많이 모을 수 있다."

- <마시멜로> 대리번역은 다른 대리번역과 좀 다르지 않나.

"일단 너무 팔렸다는 것이다. 몇천권 팔리고 말았다면 이슈가 안 됐을 것이다.

특히 번역가들이 분개한 대목은 정 아나운서가 '하룻밤에 100쪽을 번역했다'고 얘기한 것이다. 그게 아무리 쉬운 책이라고 해도 읽는 것하고 그걸 이해하고 우리말로 옮기고 다듬는 것은 다르다. 번역에서는 후자가 중요하다. 그런데 하루 100쪽을 번역했다고 하니까 분개한 것이다."

"번역가들, '하룻밤 100쪽 번역'에 분개했다"

- 그동안 정지영 아나운서가 실제 번역자로 행세해온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참 안타깝다. 제가 번역원고를 넘겨준 이후에 정 아나운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정 아나운서는 번역 경험이 없다. 오히려 떳떳하게 잘 아는 전문번역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면 더 아름답고 겸손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마시멜로>의 원저자도 전문작가의 도움을 받았다. 공저자로 나와 있는 엘런 싱어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원작자는 그걸 책에서 스스럼없이 밝혔다. 헨리 포드도 자서전을 낼 때 자기 이름과 함께 대필작가 이름을 넣었다. 이러한 배려가 우리나라에서도 정착되어야 한다. 그나마 요즘에는 그런 문제의식이 있어서 번역자를 3명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 넘길 때 파일명을 '마시멜로 이야기'로 했고 이걸 출판사에서 제목으로 삼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파일명을 그렇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번역자는 원래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 원래 있는 제목을 넣어준다. 제목은 출판사에서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 100만부가 판매된 후 출판사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은 적이 있나.

"없다."

"조잡한 <마시멜로>, 밀리언셀러감은 아니다"

- <마시멜로>의 내용은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이렇게 팔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1만부나 나갈까 싶었다. 원서의 문장력도 좀 그렇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도 좀 그렇고…. 편집자가 편집하는 과정에서 윤문을 (많이) 했다."

- 밀리언셀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나?

"못했다.

서평들을 보면, '사자와 가젤'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얘기한다. '사자와 가젤은 아침에 눈을 뜨면 뛰어야 한다. 사자는 가젤을 잡아 먹기 위해, 가젤은 사자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뛴다.' 이걸 감명깊게 읽었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 얘기는 이전에 출간된 경제경영서 등에 인용됐던 아프리카 속담이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에도 인용된 내용이다. 이 얘기가 부각됐지만 이것은 원저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물론 지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 사람은 나중에 커서 성공한다는 내용은 좋다. 그렇지만 밀리언셀러감은 아니다. 참 조잡하다고 봤다."

- 그렇다면 왜 <마시멜로>가 밀리언셀러가 됐다고 생각하나?

"정지영 아나운서 개인의 이미지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정 아나운서를 번역자로 내세운) 출판사의 마케팅이 성공한 것이다. 정 아나운서의 팬들도 움직였고, 젊은층에도 먹혔다. 또 책 표지도 예쁘다. 내용보다 삽화가 더 좋다."

- 앞으로 대리번역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원천적으로 없어져야 한다. 사실 출판사도 어려운 형편이다. 어렵다 보니까 무리한 마케팅을 하고 편법을 강요한다. 이것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다.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유지되면 '진짜 좋은 책을 내겠다'는 의지는 곤경에 빠진다. 번역가들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너도 나도 번역하겠다며 출판사에서 유명인사들을 내세우면 번역가들이 설 자리가 없다.

<다빈치 코드>도 오역이 있어 중간에 감수를 받아 감수자 이름을 올렸다. 그런 식으로 감수자를 넣어주어야 하지만, 이것도 마케팅 수법으로 이용된다면 문제다. 유명인사를 감수자로 끼워넣고 그에게 번역자보다 많은 대가를 준다. 당연히 번역자에게 가야 할 대가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행이 시정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영어의 경우 인력이 풍부하니까 출판사에서는 '너 아니라도 시킬 사람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번역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요즘에는 출판사보다 먼저 아마존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메신저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 어떤 비밀도 지켜질 수 없다. 그걸 빨리 깨달아야 한다."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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