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문자 해독 첫 시도
홍콩 발해사학자.."철 녹여 무기, 농기구 만들었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발해인들이 기와에 새겨 유일하게 남아있는 발해 문자의 해독이 처음 시도됐다.
발해사 연구학자인 홍콩 능인(能仁)서원 한국학과 김광석(金光錫.62) 교수는 14일 발해인들이 남긴 문자 128자 가운데 65자의 의미를 풀어낸 뒤 뜻이 맞도록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발해문자를 일부 해독했다고 밝혔다.
이 문자는 발해의 관공서로 추정되는 유적지에서 발견된 기와에 새겨진 것으로 발해 정사(正史)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발해인이 자체 문자로 남긴 유일한 기록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가 해독한 내용은 "발해국은 태평성세를 누린다. 철을 녹여서 무기, 공구, 농기구 등을 만들었다. 사회상 규율이 엄격하고 사회악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린다. 백성들은 부처와 주역을 믿고 또 하늘, 땅, 산, 하천 등 대자연을 숭배한다"는 등 내용이다.
이 기와 글의 제작자는 "김씨, 박씨, 모씨, 목씨, 비씨" 등이었다는 내용까지도 김 교수는 해독했다.
발해문자는 한자와 가림다, 부호, 반서자 등을 섞어 새롭게 만든 문자로 발해인들은 이 문자로 역사서와 외교문서를 기록했다. `口'자가 들어간 문자는 토속어나 구음으로 풀이되고 `ㆍ'는 강조점으로 사용된 듯 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발해문자의 존재 자체가 발해가 중국의 속국이 아닌 독립국으로서 위상을 입증해준다고 강조했다.
시선(詩仙) 이태백은 당나라에서 발해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식인으로 발해와 당나라 사이를 오갔던 외교문서의 번역을 맡았다.
현재 삼국사기나 중국 사서 외에 발해인이 남긴 기록은 정혜공주 묘비문의 한자 725자와 정효공주 묘비문 한자 728자, 가림다 정음 38자와 함께 이 기와 문자 128자가 전부다.
김 교수는 "발해 사료가 극히 미미한 상황에서 발해주민이 남긴 이 기와 글은 매우 소중한 사료"라며 "해독 수준이 깊지는 않지만 일단 한국 학자로서 발해문자의 해제를 시도해본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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