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세계일보

[지상토론]복면시위 금지 추진

입력 2007. 01. 16. 21:10 수정 2007. 01. 16. 21:1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복면한 시위 참가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이 개정안은 신분 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거나 신분 확인을 방해하는 물건을 가지고 집회에 참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폭력 행위자의 신상 파악을 위해 복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민주주의와 인권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양측의 의견을 소개한다.

[찬성]폭력행위자 신분 파악 위해 필요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극심한 교통체증, 줄지어 늘어선 전경차량, 시위행렬의 차도 점거, 전·의경과 시위대의 극한 충돌, 부상한 사람들, 요란한 스피커와 확성기의 소음, 기물파손, 시위 지역 주변 상인들의 짜증과 푸념, 행인들의 찌푸린 얼굴…. 집회·시위하면 우리 국민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상들이다.

이처럼 시위문화가 과격해지고 폭력적으로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집회나 시위 참가 시 '신분 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는 행위 또는 신분 확인을 방해하는 기물을 소지하여 참가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라 본다. '복면 시위'를 금지함으로써 시위 참가자들이 익명성 뒤에 숨어 과격·폭력시위를 하는 것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과 시위참가단체들은 복면 등의 착용 금지가 인권 침해이자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집회와 시위를 범죄로 예단하는 인식이 깔린 개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만큼 민주화되기까지는 부당한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와 권리를 사수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왔다. 과거 민주화를 위한 집회와 시위에서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은 무자비한 공권력 앞에서 무력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자기 방어를 위한 마지막 자구책의 하나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됨에 따라 현재 시위의 상당수는 공익과 공공선 수호가 목적이 아닌 특정 집단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자신의 직접적 이해가 걸려 있어서 시위 행태가 더욱 과격해 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과격 시위는 정당한 공권력의 집행을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처럼 건전한 시위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시위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건전하고 평화적인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이것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회적 용인한계를 넘어서 불법에 이르러 일반 다수의 피해를 초래한다면 이는 법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복면 시위' 금지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복면 시위' 금지를 시위 참가자들의 얼굴을 증명사진 찍듯 찍어 처벌하기 위한 방편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시위를 계획할 때부터 폭력을 행사하려 작정하고 파이프·각목·죽창 등의 무기를 소지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을 감추는 사람들을 가려 처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봐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개정 추진 중인 집시법 개정안은 과격·폭력으로 치닫는 시위문화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고 시위 참가자의 익명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개정안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신분 확인이 어렵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한다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또 인권단체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회적 편견과 보복의 위험 때문에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집회나 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반대]민주주의ㆍ인권에 역행하는 발상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복면금지 집시법안'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신분 확인을 어렵도록 위장하는 기물' 범위의 명확한 기준을 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범위를 정하려는 발상 자체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개최, 진행의 자유, 참가의 자유(헌법 제21조)를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다.

우선 신분 위장의 기물이라고 하는 것을 들어보자. 황사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목도리를 두르는 것, 침묵시위를 위해 ×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는 것은 신분 위장을 위한 것일까. 집회시위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하는 것은 어떤가. 그리고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는 집단의 경우, 동성애자나 성매매 여성들이 집회 시위를 하려면 경찰과 언론 앞에 맨얼굴을 드러내야만 한다는 말인가. 신분 위장을 위한 기물의 범위는 정할 수 없을 만큼 포괄적이고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혹자는 이번 복면금지법을 들어 독재시대의 두발 단속이나 미니스커트 단속과 무엇이 다르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이 또다시 국민의 복장을 단속하는 해프닝을 벌인다면 이것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세부적인 갑론을박보다 걱정되는 것은 법안을 제안한 전제에 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집회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인식하는 기본 전제가 없고서야 이러한 법안을 내놓을 수가 없다.

최근 언론은 한미 FTA, 평택미군기지, 비정규직 관련 법안 등 우리 사회 중요 의제들로 인한 갈등이 있을 때마다 의제의 내용보다 집회의 폭력이나 불법 문제에 귀착된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요구하는 의제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모두 배제된 채 오늘 집회는 어느 거리의 교통을 불편하게 했는가, 집회 참가자들이 폭력을 저질렀는가에만 집중했다. 이렇게 반복된 부정적 이미지는 집회시위에 대한 사회 심리적 거부감을 조장해 내고, 정작 거리로 나선 이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의 중요성을 묻어버렸다.

결국 발의한 의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집회시위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겠지만 최소한도에서 행사해야 한다는 필요악으로 인식케 만들었다. 그래서 복면금지법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발상도 어쩔 수 없이 용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자체 발표한 자료에도 2006년 7758건의 집회 중 폭력시위로 규정된 것은 38회에 불과했다.

그리고 2005년 전용철, 홍덕표 농민 사망, 2006년 하중근 노동자 사망은 경찰의 과도한 진압과정에서 벌어진 비극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모든 발상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희생되는 국민에 대한 묵비권을 요구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행정적 편의주의나 교통문화를 위해 희생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이미 집회시위의 자유는 시내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금지, 소음 규제, 문화제나 기자회견도 불법 집회로 판단되면 현장검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 등에 의해 심각하게 제한당하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복면금지법은 법안의 현실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전면적인 재논의, 집시법에 대한 재검토로 나아가야 맞다.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