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수보호소가 이주노동자에게어떤 곳인지 아시나요

입력 2007.02.14. 15:58 수정 2007.02.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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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수용시설 화재로 27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변이 발생한 가운데, 국내 외국인 보호시설의 관리 소홀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적 처우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주노동자 카지 샤이불 이슬람(34·방글라데시)씨가 14일 이번 참사를 보고 느낀 점을 써서 보냈다. 카지 샤이불 이슬람씨는 현재 경남 김해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오마이뉴스]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열리지 않는 문을 향해 닫힌 창살 안에서 울부짖었을 친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이번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산하 외국인보호소에서 벌어진 화재 뉴스를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제일 먼저 한 일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단속되어 보호소에 있는 친구가 없는지 수소문하는 일이었다.

여수보호소는 부산에서 단속됐다가 체불 임금, 여권 발급 지연, 귀국 여비 부족 등의 문제로 출국할 수 없을 경우 수용되는 곳이다. 그만큼 나와 친구들의 큰 절망감과 두려움이 존재하는 곳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단속돼 강제출국 당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만약 친구들이 일찍 출국하지 못하고 여수에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하다. 그런 만큼 사건으로 죽은 노동자들의 유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이번 참사 희생자 중에도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장기 구금됐다가 죽은 중국인 노동자가 있다고 들었다.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장 때문에 여수보호소에 이감됐던 내 친구 두 명도 보호소의 힘든 생활을 견디지 못해 돈을 포기하거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에 합의하고 출국했다.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시간만 지연시키고, 이주노동자는 제풀에 지쳐 포기하고 만다. 결국 이주노동자들만 임금을 받지 못하고 보호소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한다.

부당한 대우, 인권침해에도 '불법체류자'는 침묵하라?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인권침해는 늘 있었고 언론에도 자주 보도됐지만, '불법체류자'라는 말 한 마디면 끝이었다.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불이익과 인권침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단속된 친구들은 좁은 방안에 많은 인원이 수용되어 반듯하게 눕기도 힘든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고, 제대로 된 샤워시설이 부족해 피부병이나 다른 질병이 생기지만 변변한 치료 한 번 받지 못했다. 보관을 부탁했던 소지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했고, 심지어 출입국 직원에게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같은 대우에 문제제기할 수 없었다.

▲ 카지 샤이불 이슬람.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한 중국인의 방화에 무게를 실으면서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설사 방화일지라도 그 책임은 온전히 출입국관리사무소와 한국 정부에 있다. 그 중국인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은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태도이고 화재에 대비하지도, 화재가 났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한 것도 분명 한국 정부의 책임이고 잘못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및 희생자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과 더불어 앞으로 절대로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전면적인 인식전환을 기대한다.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들이 편히 잠들기를 빌며, 치료중인 이들도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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