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李통일의 말 실수

2007. 3. 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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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일 제20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했다. "(쌀과 비료 지원문제는) 이 정도면 좋지 않겠냐고 한 게 비료 30만톤, 쌀 40만톤이다. 양측 합의내용이 그렇다."

이것은 남북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쌀ㆍ비료 문제는 북한의 강한 집착으로 회담 기간 내내 가장 큰 관심사였기에 이 발언은 당장 '이면 합의' 의혹을 낳았다.

이 장관은 발언 직후 참모들의 지적을 받고 난 후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북측이 요구한 양이 그랬다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으나,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

결과적으로 경의선ㆍ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이산가족상봉 행사 재개 등 회담 대표단이 공들여 만들어낸 성과는 이 장관의 이 말 한마디에 묻혀버렸다.

공동보도문에는 빠져 있지만, 회담에서 북측이 쌀과 비료 지원을 요구했고 규모와 시기를 두고 양측간 논의가 이뤄졌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래서 내달 열리게 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 앞서 대체적인 지원규모에 공감했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 여기까지는 막전과 막후가 어느 정도 따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회담의 속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공개되면 문제가 다르다. 이면합의라는 공격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전반적 남북관계와 회담의 큰 흐름에 반하지 않는 내용이더라도 그렇다.

통일부는 3일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쌀ㆍ비료 지원에 대한 이면합의는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정작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장관의 말 실수로 쌀ㆍ비료 지원이 논란이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시키고 분별력을 키워 다시는 이런 소동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정치부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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