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소 몰고오는 FTA, '정말 미치겠네'

2007. 3. 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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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허환주·권우성 기자]

▲ 매서운 꽃샘추위속에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집회에 3,000여명의 축산농민들이 눈발이 거세게 날리는 가운데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권우성
▲ 축산농민들이 빨간 우산에 '한미협상 국민투표 실시' 등의 요구사항을 적어서 들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국 각 지방에서 상경한 축산농민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5·6일 양일간 진행되는 '농업 고위급 회담'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앞으로 나섰다. 한미FTA 협상에서 농업 및 축산분야가 '빅딜'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전국한우협회 소속 3000여명의 축산농민들은 5일 오후 1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 모여 '축산물 빅딜 반대, 농업 고위급 회담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권오을(한나라당)·이인기(한나라당)·강기갑(민주노동당)·이인제(국민중심당) 의원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소가 소를 먹으면 광우병, 미국이 한국을 먹는 건 FTA"

▲ 축산농민들이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권우성

축산농가에서 걱정하고 있는 점은 농업 고위급 회담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이 결정됐을 때 발생하게 될 타격이다. 정부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기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우려는 더욱 크다.

남호경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은 이번 회담에서 축산업이 빅딜의 대상이 된 것에 울분을 토했다.

남 회장은 "왜 축산업에서만 양보를 하라고 강요하는지 모르겠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수천년 국민의 먹거리를 유지해온 우리에게 사약을 먹으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 회장은 "그렇게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종국에는 미국과 쇠고기 수입을 협의하고 있다"며 "미국의 입장만을 옹호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협상이 누구를 위한 협상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농업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측은 FTA 관련 가장 민감한 부분이었던 쌀 시장 개방 요구를 접는 대신, 그 대가로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고 현행 40%로 책정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할 것을 한국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측은 쇠고기를 수입하되 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반송 또는 폐기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황에 따라 한국의 축산업이 결국 FTA에서 빅딜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과 미국은 광우병으로 수입을 금지한 쇠고기에 대한 수입여부를 고위급 회담에서 논의한 뒤 8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는 제8차 협상에서 결론지을 전망이다.

▲ 축산농민들이 '미친소가 몰려온다'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권우성
▲ 축산농민들이 한미FTA 협상 중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권우성
▲ 연단에 오른 여야 국회의원들. (오른쪽부터) 이인제 국민중심당, 이인기 한나라당, 강기갑 민주노동당,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
ⓒ2007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강기갑 의원은 "FTA가 수출이 잘되고 경제 성장을 꾀할 수는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설사 그렇다 한들 우리의 건강, 문화, 먹거리 등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할 농림부가 이젠 그 의무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인기 의원도 "농민들이 바라는 것은 광우병 우려가 없는 쇠고기가 수입되는 것"이라며 "광우병 문제가 깨끗이 해결 된 뒤에 FTA에 대한 논의와 협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험한 미국산 쇠고기, 아이들에게 못 먹인다"

학부모들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가 학교 급식에 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빈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학교급식에서는 일주일 동안 4번 정도 고기가 배식된다"며 "만약 미국산 수입쇠고기가 들어오게 된다면 과연 어떤 쇠고기를 학생들에게 먹일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FTA가 체결되면 광우병에 걸린 쓰레기 같은 고기가 밀려올 것"이라며 "FTA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전국한우협회에서는 이날 결의문에서 "한미간 농업 고위급 밀실 협상을 통해 시간에 쫓기듯 한미FTA를 졸속으로 타결지으려는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미FTA를 위해 빅딜의 대상으로 축산업을 선택, 무조건적인 축산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FTA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정치권에 ▲방관에서 벗어나 한미FTA 반대의 목소리를 낼 것 ▲미국의 뼛조각 수입 압력을 저지할 것 ▲퍼주기식 농업 고위급 회담 즉각 중단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변경이 한미FTA 빅딜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도 농업분야 고위급 협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고위급 협상과 양국 정상간 '빅딜'이라는 절차를 통해 미국에 일방적으로 퍼주기 하는 방식으로 한미FTA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350만 농민의 생존권과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짓밟는 국민배반적 폭거"라고 비난했다.

"열통터져 미치겠당께"

[현장 목소리] 축산농민들의 '분노'

▲ 집회에 참가한 축산농민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권우성

꽃샘 추위가 매섭게 몰아치는 여의도 거리는 이제 막 따듯한 남쪽에서 상경한 축산농민들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귀마개, 장갑 등으로 중무장을 한 농민들은 추위에 발을 동동 거리면서도 집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축산농민들이 풍선에 자신들의 마음을 담아 하늘로 날리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풍선에는 'mad cow=mad USA''FTA 그만두고 우리끼리 잘살자'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북 영천에서 올라왔다는 류병철(52)씨는 "미국 소들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왜 우리 국민들에게 먹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라가 미쳐 이런 일을 벌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벽부터 나오느라 농장을 남의 손에 맡기고 와서 불안하다는 최창학(55)씨도 "여기까지 오는데 버스 대여료가 200만원이다. 거기다 농장 하루 비우는 비용, 부대비용 등을 합치면 많은 비용이 든다"며 "이렇게 많은 돈을 들이면서도 여기까지 온 우리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환주·권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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