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과 노준의 물밑 작업전에 가다!

2007. 3. 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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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곽진성 기자]

▲ 백조의 물밑 작업전, 노준(왼쪽)과 나얼(오른쪽)
ⓒ2007 박휘원

지난달 28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샘표 스페이스 전시장에서는 '백조의 물밑 작업전' 오프닝이 있었다. 고고한 백조의 이면 물밑 작업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는 그 의미만큼 특별한 이력을 가진 조각가들의 2인전 이었기에 주목되었다. 바로 가수 나얼과 깜찍이 소다CF로 유명한 노준의 공동 전시회다. 2월 28일 ~ 4월 15일까지 계속되는 백조의 물밑 작업 현장, 28일 전시장을 찾아 그들을 만났다.

그들의 과거

▲ 노준(왼쪽)과 나얼(오른쪽)
ⓒ2007 박휘원

나얼

올해 나이 서른의 나얼은 브라운 아이즈의 멤버였다. 팀 해체 후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결성, 활동하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집과 솔로 활동을 한 가수 나얼은 지금 가수로서는 휴식기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나얼의 휴식은 단지 가수로서의 휴식일 뿐 그의 열정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 중이기에 주목할 만하다. 바로 화가로서의 나얼 말이다.

노준

올해 나이 서른여덟의 그는 과거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활동했다. 깜찍이 소다 CF의 캐릭터 제작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광고계를 떠나 다시 조각가로서의 길을 가고 있다. 그는 현재 독특한 캐릭터와 섬세한 의미로 갤러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 두 명의 특별한 예술가가 '백조의 물밑 작업전'에서 뭉쳤다. 가수로서, 그리고 광고 제작자로서 성공을 거둔 이들이 예술가란 꿈을 향해 공동 전시회를 열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들은 무슨 이유로 미술 현장에 있는 것일까?

나얼 혹은, 화가 나얼

▲ 나얼의 -백조의 물밑작업전- 작품
ⓒ2007 문예진 큐레이터

나얼의 작품들은 버려진 소재 위에 그려졌다. 버려져 나뒹구는 캔버스, 창틀, 널빤지 같은 것이 나얼 작품의 기본 소재다. 그런데 그 버려진 것들 위에 그려진 그림은 흑인의 모습을 담아냈다. 흑인 꼬마 아이부터, 흑인 여성, 어떤 작품에는 마틴 루터킹 목사까지 보인다.

그런데 그가 그려낸 흑인들의 눈동자는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인다. 마치 그의 소울 음악을 듣는 것처럼 애련하게 다가온다. 왜일까? 작은 의문이 들었지만 그의 작품을 본다면 이내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소울 음악이 반인종주의 차별에 항의하는 흑인들의 슬픔에서 탄생했듯 그의 그림도 그런 소울의 영감 속에서 탄생했으니까.

"음악처럼 회화도 저의 삶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에요. 음악을 통해 흑인 문화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갖게 되었다면, 회화를 통해서 그 흑인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나얼은 말한다. 자신에게 음악과 미술의 근본은 같다고, 음악을 통해 흑인문화를 알게 되었고 그렇기에 미술을 통해 흑인을 그려나가는 것뿐이라고, 그래서일까? 갤러리들을 맞는 나얼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으로 'Son of Man5'를 꼽는다. 작품에 대한 애정은 곧 그의 미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사실 나얼에게 미술은 그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학창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에서도 미술학도로서의 꿈을 이어나갔다. 그렇기에 나얼의 정체성은 미술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든 작품에 가장 애정이 가지만, 그중에 Son of Man5는 제게 특별한 작품이에요. 제가 존경하는 분 중에 마틴 루터킹 목사가 있어요. 한국에는 관련 자료가 많이 없어서 미국에 아는 동생에게 부탁해 소포를 받았죠. 그 소포위에 마틴 루터킹의 모습을 드로잉 한 작품이에요."

▲ 백조의 물밑 작업전에서 나얼
ⓒ2007 박휘원

2인전에 같이 참여하고 있는 조각가 노준은 나얼의 작품세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얼의 그림은 사람의 마음 한구석, 갇혀있는 방문을 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어요. 처음에는 가수 나얼이라고 해서 다른 화가들과 많이 다를 줄 알았는데, 열정적이고 작품에 대해서 진지하게 탐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무척 진솔한 친구이기에 같이 전시회를 많이 열고 있어요."

나얼은 화가로서의 목표에 대해 말한다.

"한동안은 흑인을 그리는 작업을 계속 할 것 같아요. 좋아서 하는 것이기에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 저는 표현할 뿐이고, 그 그림들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또 진지하게 받아들여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깜찍이 소다 혹은, 노준

▲ 조각가 노준의 작품과 이를 유심히 바라보는 갤러리들
ⓒ2007 박휘원

10년 전 쯤 TV로 방영된 깜찍이 소다 광고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깜찍이 소다 CF에서 보여준 느릿느릿 달팽이들의 대화는 소위 광고계에서 히트를 쳤었다. 하지만 지금 그 달팽이들을 만든 작가 노준은 다시금 조각가의 걷고 있다. 왜일까?

"제가 원래 조각을 하다가 클레이 애니메이션 쪽에서 일하게 되었거든요. 그곳에 오래 있다 보니 다시금 조각이 그리워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금 조각가의 길을 가게 되었어요."

광고 일을 할 때처럼 큰 돈벌이는 되지 않지만 그는 지금 조각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행복하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은 미술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특별하다. 마치 잘 만들어진 인형 같다고 해야 할까?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마저 든다.

"제 자신이 만들면서 너무 행복한 작품들이에요. 심각하게 조각한 것이 아니기에, 관객들도 보고 웃고 좋아하니까 좋네요."

하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의 대표작 'Image Mother & Son-SUDARU Submarine'은 송은 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 노란 잠수함 위에는 귀여운 수다루(수달) 하나가 올라가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귀여운 작품 속에는 현대 무기의 잔학함에 대한 각성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다.

▲ 조각가 노준의 작품
ⓒ2007 박휘원

"잠수함은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비도덕적인 무기라고 생각을 해요. 숨어서 남을 공격하는 모습이 치사하게도 비춰지죠. 그런 잠수함 위에 천연덕스럽게 수다루(수달)가 올라타 그 본래의 의미가 변화되는 거죠."

나얼은 노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을 해요. 특히 작품속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모습들, 갤러리들에게 작가의 작품이 날카로움을 아니라 친근함으로 다가서니까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런 면에서 노준 형은 매력적인 작가라고 생각을 해요."

노준은 현재 작가이외에도 모 교육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에게 조각을 알려주는 활동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노준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런 일련의 활동이 재미있다고 말을 한다.

그에게 조각이란 어려운 그 무엇이 아니다. 사람들과 쉽게 공감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놀이이자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준의 예술은 이해하기 쉽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곽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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