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히토 "이왕 시작한 전쟁 철저히 해야"
세계 2차 대전 당시 히로히토(裕仁·1926~89) 일왕의 전쟁관(戰爭觀) 등이 담긴 기록이 발견됐다.
아사히 신문은 태평양전쟁 개전 무렵부터 일본 패망 때까지 히로히토 일왕의 시종장을 지낸 오구라 구라지(小倉庫次·사망) 전 도쿄도립대 법경(法經)학부장의 일기를 입수, 9일 전했다.
일기가 쓰여진 기간은 1939년 5월부터 45년 8월 일본의 패망 당시까지다.
일기에 따르면 히로히토 일왕은 당초 중·일 전쟁이나 독일·이탈리아·일본 3국 동맹 등을 마땅찮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왕 시작한 전쟁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39년 7월5일 일기에는 당시 이타가키 세이시로(板桓征四郞) 육군대신이 중·일 전쟁을 추진했던 군 간부의 승진 인사 내용을 설명하고 돌아갔지만, 히로히토 일왕이 순순하게 결재하지 않음으로써 육군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고 적고 있다.
또 39년 10월19일 3국 동맹을 추진했던 시라토리 도시오(白鳥敏夫) 이탈리아 대사가 귀국해 보고하자 "또 놀림을 당하게 되는 모양"이라고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중·일 전쟁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예상 외로 강하다. 전쟁 전망을 모두가 잘못하고 있다"(1940년 10월12일)고 우려했다.
다만 전쟁 진전에 따라 시각도 바뀌었다. 42년 12월 이세(伊勢)신궁 참배를 위해 교토(京都)를 방문했을 때는 "중·일전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는 소련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전쟁은 시작할 때까지는 신중해야 하지만 시작했으면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쟁 말기 전황이 불리해지면서 왕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자 "책임 없이 왕족들이 이야기를 하니 곤란하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p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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