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고기 먹는 노예모자..시청자들 분통!

2007. 4.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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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이충민 객원기자]정신지체장애가 있는 어머니 A씨와 아들 B씨(31)가 이웃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노예모자'로 불리는 이들은 보호자 안대훈(55세. 가명)씨 관리 아래 힘겨운 노동을 하고 있었던 것. 보호자 안씨는 "B씨가 내 밑, 그러니깐 내가 형이다. 두 모자는 무적자, 호적이 없다. 그래서 B씨를 호적상 내 동생으로 올려놓았다. 대를 이어 윗대부터 관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 ⓒ SBS 긴급출동 SOS 24

SBS <긴급출동 SOS 24>(이하 SOS)는 4일 노예모자 편에서 30년 동안 힘겨운 생활을 해 온 어머니 A씨와 아들 B씨, 보호자 안씨를 집중 조명했다. <sos>제작팀은 어머니와 아들의 처참한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보호자의 '모자에 대한 애정부족'을 지적했다.

노예모자의 집은 '처참하다'는 표현이 맞아 떨어졌다. 벽은 곰팡이로 가득했고 추운 겨울임에도 보일러가 안 들어와 전기난로와 누더기 이불로 버텨왔다. 또 그들은 위생 개념이 없어 썩은 고기를 그대로 먹으려 했다.

어머니 A씨는 촬영 중에도 상한 고기를 다시 끓여 먹으려고 하자 제작진이 만류하고 나섰다. 그러나 어머니는 썩은 고기가 아까웠던지 버리지도 못하고 물에 씻어내고 있었다. 아들 B씨 역시 제작진 측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의사 표현이 불가능했다.

이웃주민들은 모자에 대해 말하길 꺼려했다. 결국 <sos>제작팀은 어머니 A씨의 행적을 쫓기로 했다. A씨는 이른 아침, 남의 집에 들어가 일을 하고 있었다. 남의 집에서 일을 한 뒤 밥을 얻어먹는 처지였던 것. 그러나 이웃주민은 A씨에게 일을 시키고도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조차 없었다.

그 시각 아들 B씨는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중이었다. 마침 한 이웃주민이 <sos>제작팀 촬영에 협조하고 나섰다.

"저 사람이 서른하나인가. 여기서 태어났어요. 우리 큰아들이랑 나이가 같아요. 저 사람 못 배웠어요. 초등학교 문 앞에도 못 갔죠. 어릴 때부터 학교 안보내고 일 시켜먹을 욕심으로… 학교 가서 글 깨우쳤으면… 모자를 돌보고 있는 주인이 있습니다. 일부러 일시키고 그래요"

또 다른 주민도 증언하고 나섰다. 두 모자 이웃에 사는 할아버지였다. "저 사람 관리를 누가하냐면. 누구누구의 조카야. 인생이 불쌍해서 빈집에 놔두고 일 시켜. 몇 년 전부터 따로 보살피는 사람도 있고 수급비까지 나와."

노예모자의 보호자는 이웃에 사는 안대훈(가명) 씨로 드러났다. 안씨는 A씨의 아들 B씨를 자신의 동생으로 호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모자 앞으로 들어오는 기초 수급비 46만원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안씨는 "(정신지체 모자를)대를 이어 해올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이 46만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질문엔 "통상적으로 라면을 좋아합니다. 라면하고 월말에 돈 10만 원 정도. 그리고 전기료 내고 목욕하고 명절 때면 옷도 좀 사 줍니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관계기관에 알아본 결과, 모자가 쓴 전기료는 월 3000원밖에 되지 않았다. 또 현재 모자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은 약 150만원. 모자 수급비 일부는 안씨의 부인 통장에 입금되기도 했다.

면사무소 직원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전혀 몰랐던 부분"이라면서 "법적으로는 안씨가 관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우리가 볼 때는 보호도 하고 관리도 하고 그러기에..."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제작진이 "실사를 나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면사무소 직원들은 하나같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경우 제3자에게 악용 당한 일에 가깝다. 그러나 호적상 가족이기 때문에 현행법으로 제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의학전문가는 "가해자도 그렇고 피해자도 그렇고 인권침해라는 것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A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리고 <sos>제작진에 "제가 보는 시각과 선생님들이 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지금도 제 소신은 이렇습니다. 그 사람들이 집에 있으면 감기 하나 안 걸려요. 이들 모자를 병원에 가둬 놓으면 훨씬 수명이 빨리 준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SOS 제작팀이) 저를 나쁘게 보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시킨 겁니다. 제가 만약 동생 B를 학대를 했다면 B가 나를 따르겠습니까?"라고 하소연 했다.

이에 제작진이 "친동생 같으면 그곳에 살게 내버려 두겠어요?"라고 반문하자 안씨도 말문이 막혔다.

<sos>제작진 측은 A씨가 입원한 정신병원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안일한 일처리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안씨가 입원한 사유는 '알코올 의존증' 진단이었지만 내과 재검진 결과, 술과 전혀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내과원장은 "A씨가 술 때문에 간에 이상이 올 정도는 아닙니다. '알코올 의존증'의 경우, 만성적인 음주로 인해 간수치가 올라가는데 이 분은 전혀 그런 증상이 없습니다. 피검사에서도 전혀 문제없다고 나왔습니다"고 증언했다.

이제 문제는 안일한 일처리로 본의 아니게 A씨의 정신병원 입원에 일조한 관계기관으로 넘어가게 된 것. 합천군청측은 보호자에게 확인 도장을 찍어준 것에 대해 "서류상으로 보고는 못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것(노예모자)은 이번에 처음 알았거든요.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불행한 일이네요. 전 내부 지침을 따랐을 뿐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제작진 측이 실무자에게 가서 문의해보니 실무담당 공무원은 "보건소에 확인해보세요"라고 답했다. <sos>팀이 다시 보건소를 찾자, 관계직원은 "내부 지침은 보건소에 없다"고 증언했다. 강희정 노예모자 담당 변호사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어머니 A씨의 퇴원으로 다시 만난 노예모자는 이제 새 삶을 살게 된다. <sos>제작팀과 가정의학관계자, 강희정 변호사, 사회복지센터 등에 힘입어 쉼터에 입소하게 된 것. 아들 B씨는 "30년 동안 살아온 집에서 챙길 건 양말 할 켤레 뿐"이라는 제작진의 서글픈 증언처럼 홀가분하게(?) 빈 집을 빠져 나왔다.

법 전문가는 "가정학대의 경우도 당연히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 학대가 있었거나 횡령이 있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sos> 제작팀은 "현재 안대훈 씨에게 수급비 환급소송 건과 관련,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라고 밝혔다.

노예모자 사건이 해결되자 <sos>제작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웃주민이었다. 무명의 증언자는 제작진에게 감사해했다. "개 부리듯 부려먹다가 팽개치고… 제가 누구라고 밝히는 것은 힘들고 아무튼 감사합니다."

한편, 노예모자 방송에 대한 <sos> 제작팀은 피해자인 노예어머니와 아들은 물론 관계 직원들의 얼굴까지 여과 없이 노출해 시청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 신생아 때부터 앵벌이…'긴급출동 SOS 24' 가정학대 고발

데일리안 문화미디어/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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