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영국인들의 축구 문화가 집약된 곳을 한군데 꼽으라면 펍(Pub)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호프집' 정도 되는 이 공간은 평상시에는 동네 사람들, 학교 친구들이 모여 맥주 한잔 기울이며 수다 떠는 곳이지만 축구시합이 있는 날에는 다 함께 축구 보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영국 주말의 일상이다.
영국에 흔한 것 중 하나가 펍이지만, 맨체스터에는 조금 특별한 펍이 있다. 'The Trafford'라는 이름의 펍이 그것이다. 트래포드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The Trafford(더 트래포드)는 맨유를 대표하는 팬펍(Fan Pub) 중 하나다.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 구장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이 펍의 외관은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온통 빨간색으로 도배 되어 있는 벽과 소품들, 그리고 맨유의 역사를 보여주는 수 많은 액자와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영국의 많은 펍들과 마찬가지로 경기가 있는 날이면 트레포드 펍 역시 대형 스크린 앞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다만 조금 틀린점이 있다면 킥 오프 시간에 맞춰 펍의 모든 문들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걸어 잠근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야말로 맨유 팬들만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가 끝나는 늦은 시간에도 팬들은 으레 'The Trafford'로 발길을 옮긴다. 그도 그럴것이 7만명이나 되는 관중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트람(경전철)과 버스를 타려면 약 1시간 정도는 걸리는 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이곳에서 때우는 것이다.
트래포드 펍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열기는 뜨거워 진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 응원단을 다시보는 느낌이다. 초면이든 구면이든 상관없이 서로 얼싸 안고 펍이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논스톱 응원 퍼레이드를 시작한다.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맨유의 구호를 외치고 오직 맨유를 위한, 선수들을 위한 노래만이 흘러나온다. 당연히 맨유의 팬이라면 누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곳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경기가 있는 날에는 'No Away Fans'라는 문구와 함께 어웨이 팬들의 입장을 철저히 막고 있다. 혹시라도 있을 불상사에 대비 경고 겸 주의 문구인 셈이다. AS로마전 당시 예기치 못했던 폭력사태에 트래포드 펍은 경기 중계도 하지 않은 채 문을 닫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가 없는 날에는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장소로 이용된다.
이곳에서 친구가 되는데 나이와 국적은 상관없다. 축구에 대한 열정과 맨유에대한 사랑만 있으면 충분하다. 스위스인인 마이크와 영국인인 다니엘은 축구 외엔 그 어떤 공통점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트레포드 펍에서 축구와 맨유에 대한 열정을 함께 나누며 자연스레 누구보다도 가까운 펍 메이트가 됐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각각 솔샤르, 긱스, 로날도, 루니 등 맨유의 선수가 되어 맨유의 이상향을 꿈꾼다. 오늘도 역시 이들은 서로를 솔샤르, 긱스, 로날도라 칭하며 맨유의 승리와 번창을 바라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매일 경기장으로 보내는 열렬한 지지가 맨유가 승승장구하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 한다.
맨체스터=이효정 통신원
깊이가 다른 축구전문 뉴스 스포탈 코리아(Copyright ⓒ 스포탈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탈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