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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시사저널>의 엉터리 기사들

입력 2007. 06. 10. 10:28 수정 2007. 06. 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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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병수 기자]

▲ 시사저널 920호 커버스토리로 '만화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만화' 기획특집을 선보였으나 대부분의 기사가 오해와 무지, 잘못된 정보 투성이다.
ⓒ2007 시사저널

나는 데뷔 10년차 만화가다. 이번 주에 나온 <시사저널> 920호 커버스토리 '대한민국, 만화에 빠지다'는 오해와 왜곡·무지로 얼룩진 '잘못된' 기사다.

만화계 사람이면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수준과 함량이 모두 미달이다. 특히 주요 꼭지를 담당한 최만수 프리랜서 기자는 만화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갖추지 않고 기사를 썼음이 분명하다.

다음은 최 기자가 쓴 '태권V에 힘내고, 둘리에 웃고'라는 기사의 몇 구절이다.

"부활한 < 태권V >는 최단 기간 최다 관객(70만명)을 동원해 한국 만화의 역사를 다시 썼다. (중략) 1980년대 인기 만화영화 <우뢰매>를 잊지 못하는 성인 마니아들은 <우뢰매> 사이트(www.wooroemae.com)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하 생략)

< 태권V >는 '만화영화'이지 '만화'가 아니다. 만화는 출판 분야고 만화영화는 영상 분야다. 후반 제작 과정이 판이하게 다르며 유통 과정은 말할 것도 없다. < 태권V >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만화영화 (흥행의) 역사를 다시 썼을 뿐이다. 최 기자는 만화와 만화영화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우뢰매>는 실사에 만화를 합성한 '영화'임에도 억지로 만화영화에 구겨 넣어 성인들의 만화 아닌 만화(?)에 대한 추억을 자극한다.

만화-만화영화 구분 못 하나?

ⓒ2007 시사저널

이어지는 최 기자의 '시대별로 본 한국 만화 발자취'라는 기사는 무지를 넘어 왜곡까지 일삼고 있다. 만화 영화사를 만화사라고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 그 만화 영화사마저 자의적 기사로 일관한다.

최 기자는 1960년대 한국만화의 궤적에서 <개미와 베짱이>를 한국만화영화의 효시로 언급한 뒤 1969년 용우수 감독의 <홍길동 장군> 개봉에 대해 적고 있다. 그러나 1967년 개봉한 최초의 극장용 장편 만화영화인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은 쏙 빼고, 아류작에 불과한 용우수 감독의 <홍길동 장군>을 인용한 것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같은 기사의 1970년대 부분은 '신문에 실리는 네 컷 만화와 만평들도 검열 당하곤 했다'는 글을 빼고는 모두 만화영화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부실하기 짝이 없다. 1980년대는 그나마 만화에 대한 부분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데 이것 역시 만화에 대한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최 기자는 '서울문화사의 <아이큐 점프>를 비롯해 <영코믹스>, <만화투데이>, <빅펀치> 등이 연이어 창간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영코믹스>, <만화투데이>, <빅펀치> 같은 잡지들은 80년대 중반부터 만화를 줄기차게 보고 10년째 만화작가 생활을 하는 나에게도 낯설다.

<소년챔프>, <영점프>, <영챔프>, <부킹>, <주간만화>, <매주만화>, <미스터블루>, <트웬티 세븐>, <댕기>, <르네상스>처럼 인기를 누렸던 잡지들은 어디로 가고, 보지도 듣지도 못한 잡지들만 언급하셨는지 모르겠다.

ⓒ2007 시사저널

1990년대는 일본만화 <드래곤 볼>과 <슬램덩크> 때문에 국산만화가 위기를 맞았다고 쓰고 있는데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만화시장은 대본소, 속칭 만화가게가 중심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사이 <아이큐점프>, <소년챔프> 등 소년만화잡지가 등장하면서 잡지 중심의 시장구조로 급속히 재편되었다.

<드래곤 볼>과 <슬램덩크>는 각각 <아이큐점프>와 <소년챔프>의 대표 주자로 만화잡지 시장을 선도했으며, 이들 잡지가 빅히트하면서 우리나라 만화잡지 시장은 급성장하게 된다.

대본소 시절 꽉 막혀 있던 신인 등용이 이들 잡지를 통해 대거 이루어져(물론 그 후 창간된 여러 잡지들을 포함하여) 한국 만화는 바야흐로 새로운 황금기를 구가하게 된다. <드래곤 볼>, <슬램덩크>가 한때 국내 만화시장을 석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만화가 위기에 처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똘이장군>이 홍보만화? 아니다

윤지현 기자는 그나마 최만수 기자보다 정도는 덜하다. 그러나 몇몇 부분에서는 얕은 지식과 취재 수준을 드러낸다. 윤 기자는 '4각의 땅에 보물이 주렁주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만화홍보물도 근래에 들어 속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예전에도 <똘이장군> 같은 홍보용 만화가 있기는 했지만"이라고 쓰고 있다.

만화 홍보는 '만화를 이용해서 특정한 상품이나 주장·정보 등을 알리는 것'을 말한다. <똘이장군>은 군사정권이 어린이들에게 반공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만든 말 그대로 '대중문화를 통한 우민화정책의 산물'이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도구였다.

이것이 어떻게 '홍보만화'가 될 수 있는지 납득이 안 간다. 게다가 <똘이장군> 역시 만화가 아니라 엄연한 만화영화다.

윤 기자의 또 다른 꼭지인 '망가 비켜라 만화가 나가신다'도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윤 기자는 "일본만화출판사들의 경우 내수시장만으로도 수익창출이 가능해 수출에 미온적이었다"면서 한국만화가 세계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반면 일본 만화는 상대적으로 세계시장에서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2007 시사저널

이 부분도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 일본만화가 분명히 내수시장만으로 수익창출이 가능한 것은 맞지만 수출에 미온적이라는 부분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코믹스 단행본 시장의 80% 이상이 일본만화다. 대만을 위시한 동남아에서는 자국 작가 만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본만화가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내가 2000년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에 갔다가 들른 프랑스의 한 만화 서점 코믹스 코너는 한 면 전체가 일본만화였다. 우리나라 만화는 이현세 작가의 작품 한 질이 유일했다.

일본의 만화 출판사가 해외시장을 스스로 개척하는 데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이 일본의 만화를 앞 다투어 수입해 갔기 때문에 굳이 스스로 개척할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이다.

일본 만화출판사들은 최근 내수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북미시장을 비롯하여 직접 배급 방식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 나라 이웃나라>가 최고 베스트셀러? 어느 나라 자료야?

<시사저널> 920호 이번 커버스토리에서 가장 민망한 코너는 만화평론가이자 언론학 박사 손상익씨의 글이다. 손씨는 '누구에게나 열린 판타지의 상자'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원복 교수의 학습만화 <먼 나라 이웃나라>는 지금까지 500만권 넘게 팔려 건국 이래 최고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현재 시점이 아니다.

2000년대는 1위 <해리포터> 시리즈를 제외하고,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비롯해 < Why > 시리즈 850만부, <신기한 스쿨버스> 700만부, <마법 천자문> 600만부, <서바이벌 만화과학상식> 530만부, <코믹 메이플 스토리> 500만부 등 2위에서 7위까지 아동학습만화가 차지하고 있다. <먼 나라 이웃나라>는 미국편이 50위권 밖에 랭크되어 있을 뿐이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가 발행한 '21세기 한국인은 무슨 책을 읽었나' 참조).

이 자료에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2000만부 가까이 팔린 것으로 나와 있다. 반면 <먼 나라 이웃나라>는 1987년 고려원에서 출간되기 시작하여 1998년 김영사로 출판사를 옮겨온 이래 20년간 대략 1000만부(고려원 판 400만부, 김영사 판 600만부)가 팔려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먼 나라 이웃나라>가 20년간 쌓아 올린 기록을 <만화 그리스로마신화>는 5년 안팎의 짧은 시간에 2배나 달성한 것이다. <먼 나라 이웃나라>를 건국 이래 최고의 베스트셀러라고 하기에 <만화 그리스로마신화>의 실적이 너무 압도적이다.

ⓒ2007 시사저널

나를 진짜 황당하게 한 것은 다음과 같은 손씨의 표현 때문이다. 손씨는 같은 글에서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로 유난히 판타지를 즐긴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썼다.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가 '유난히' 판타지를 즐긴다는 점이라니. 그럼, 동물은 판타지 말고 다른 문화 장르를 즐기고 있다는 말인가?

초등학생 남학생은 또래의 여학생에 비해 유난히 판타지를 즐긴다는 표현 정도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데 판타지를 예로 든 것은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시사저널> 편집데스크는 대체 이 글을 읽어 보기나 한 걸까?

<시사저널>이 기자들의 파업 이후 외부 필진을 끌어들여 발행을 계속해 오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후, 수준이 좀 떨어졌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이처럼 상식 밖의 글로 채워진 기사들을 커버스토리에 배치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일찍이 <아이큐 점프>를 창간하여 우리나라 만화잡지 시대를 열고,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여러 해 역임하며 오랫동안 한국만화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심상기 <시사저널> 소유주가 이번 커버스토리를 보고 어떤 평가를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김병수 기자

덧붙이는 글김병수 시민기자는 (사)우리만화연대 사무국장을 지낸 만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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