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이겨낸 김기철 화백 이번엔 전시 오픈날 암 수술

2007. 7. 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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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웃기는기라예. 이제 뭐 좀 해볼라카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전시 오픈하는 날에 배를 오픈하게 생겼심더."

세간의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화법으로 전업작가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온 김기철(59·사진) 화백. 3년전 두 차례 뇌경색에 걸려 불굴의 의지로 일어선 그가 이번엔 직장암 판정을 받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산 출신의 김 화백은 중앙대 미대를 나와 서울 통인시장의 허름한 작업실에서 30년간 만물이 고리처럼 끈끈하게 이어진 모습을 형상화하는 '고리 시리즈'에 매달려왔다.

붓을 잡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병마를 이겨내고 지난해 겨우 활기를 되찾은 김씨는 18일부터 24일까지 관훈동 갤러리토포하우스(02-722-9883)에서 개인전을 연 뒤 내달 4∼18일 미국 뉴욕의 허드슨 리브 갤러리 초대전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시 준비에 한창이던 지난 3일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들렀다가 직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세가 더 깊어지기 전에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서울전시 개막일(18일)에 개복(開腹)하는 운명에 놓였다.

김 화백은 무엇보다 미국전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미국전시는 대학동기인 변종곤(뉴욕거주) 화백이 주선했다. "이 친구랑 30년의 우정으로 마련된 전시인데 면목이 없습니다. 갤러리측에서 건강이 회복되면 언제라도 전시를 열겠다고 약속했다니 희망을 잃지 않겠심더."

물감값 벌기도 어려울 만큼 작품이 팔리지 않지만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일보 150인 미술전에서 2점을 팔아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던 김 화백이었다. 인생의 고빗길에 그는 다시 서 있다. 뇌경색 때 그랬듯이 이번에도 험로를 건너야 한다. 개막행사에 참석하진 못하지만 수술 후 친자식같은 작품들을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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