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역사교과서에 퇴행적 이념 똬리"

2007. 9. 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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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3국 근현대사 교육' 주제 심포…"이데올로기 差극복이 평화 출발점"

한ㆍ중ㆍ일 3국의 근현대사 교과서들을 지배한 것은 반공주의(한국), 국가주의(일본) 반제국ㆍ반봉건주의(중국) 등 퇴행적 이데올로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미 국민대 연구교수와 왕시량(王希亮) 중국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연구원은 15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역사교육을 통해 본 동북아시아의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열리는 평화심포지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김영미 국민대 연구교수는 '한국근현대사의 한국전쟁서술'이라는 발표문에서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5종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분석, 반공주의 일색의 한국전쟁 해석방식을 비판한다.

발표문에 따르면 현행 교과서들의 한국전쟁 기술목표는 '북한정권의 남침에 대한 실증적 증명' 이다. 교과서들은 전쟁 전 이승만 정부의 무력북진통일론은 언급하지 않는 반면,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일성의 사진, 김일성과 스탈린의 대화록 등을 전면에 배치, 북한의 전쟁책임론을 부각시킨다.

남한정권의 도덕적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서술도 특징적이다.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해 북한은 죄없는 주민을 학살한 것으로 기술한 반면, 남측에 의한 학살은 어쩔 수 없이 공산군에 협력한 양민들까지 피해를 당했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기술하고 있다.

또한 거창양민학살, 국민방위군사건, 한강교폭파사건 등 남한정부에 의한 인권유린행위, 국가폭력문제는 누락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행 역사교과서의 전쟁기술은 남한정부의 국익만을 중시한 반공주의에 입각한 해석으로, 평화에 대한 계몽의지가 결여돼있다"고 비판했다.

왕시량 연구원은 '전후 중일 역사 교과서의 변화경향과 특징분석'이라는 주제발표문에서 전후 일본과 중국 교과서의 이념지향적 기술을 비판한다.

발표문에 따르면 전후 일본교과서는 국가주의 강화라는 국가정책의 도구로 쓰였다. 일본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제도가 바뀐 1950년대 처음으로 침략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평화주의 역사교과서가 출현했으나 보수주의 정당들은 이를 적색(赤色) 교과서라고 공격했고, 1955년 자민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70~80년대에는 메이지천황의 교육칙어 전문을 게재하고 '침략'을 '진출'로 바꾼 교과서 등이 출현했다.

90년대 평화주의 운동의 압력으로 남경대학살, 731세균부대 등 일본의 전쟁범죄를 기술한 교과서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일본사회의 우경화와 맞물려 최근 다시 역사교과서를 국가주의적 관점으로 기술하는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건국초기(1949년)부터 76년 개방 전까지 현대사 기술의 기본방향은 반제ㆍ반봉건주의였다. 태평천국의 난, 양무운동, 아편전쟁 등의 사건에 대한 시각이 대표적.

예컨대 56년 '중국역사' 에서는 아편전쟁을 '인민들이 무장하여 침략군을 공격, 사상자가 많았던 사건' 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태평천국운동은 '남녀가 경제적 및 정치적으로 평등한 지위를 갖게 되고, 봉건적인 매매혼이 폐지됐다' 고 기술하고 있다.

60년대 문화혁명기에는 중국인민의 반제반봉건투쟁정신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나아가는데, 양무운동과 무술변법 같은 자산계급의 개량주의 운동까지 반동적 노선으로 폄하하고 있다.

이 심포지움을 기획한 이신철 아시아평화역사교육연대 운영위원장은 "3국의 현대사 교과서는 자국중심의 이데올로기, 특정정파중심의 이데올로기가 투영돼왔으며, 동북아시아의 평화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창출은 이 같은 과거의 이데올로기들을 극복하는데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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