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 말고 익은지도 아시나요

2007. 10. 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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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우리말' / 장승욱 지음 / 하늘연못 발행ㆍ467쪽ㆍ1만3,000원

"싸이의 노래 <완전히 새됐어>는 'X됐어'라고 하면 방송 불가 판정이 나올 것이 뻔할 뻔자니까 이를 비켜가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다." "백인 래퍼 에미넴의 스승인 닥터 드레(Dr. Dre)의 이름은 본명(안드레)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말 '곤드레만드레' 에서 영감을 얻었을 가능성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차원의 글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글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데는 그 같은 접근법이 돋보인다.

신문ㆍ방송기자와 PD를 두루 거친 장승욱씨가 10년째 남북한의 국어사전 등을 뒤지고 정리해 색깔있는 우리말 책을 펴냈다.

2003년에는 한글문화연대가 수여하는 '우리말글 작가상'을 받기도 한 그가 이번에 쓴 책은 우리 말과 글 이야기가 톡톡 튀는 팩션처럼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그가 말밑(語源), 시쳇말, 외래어 등은 물론 이모티콘이나 외계어 등 테크놀러지에 맞춰 확장중인 한국어의 외연을 따라 잡았다.

"윷은 크게 가락윷과 밤윷으로 나뉘는데, 가락윷은 채윷, 밤윷은 좀윷으로도 불린다. 가락윷은 다시 대중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중간자리는 서울윷, 큰 것은 장작만하다고 해서 장작윷이라고 한다." '밤윷'을 설명하는 항목이다. 조금은 생소한 이 물건을 현실감 있게 설명하기 위해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 서울특별시의 홈페이지 중 '서울 600년사' 중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러시아 출신 축구선수 신의손은 구리 신씨, 독일 출신의 방송인 이참은 독일 이씨, 국제 변호사 하일은 영도 하씨의 시조라는 등 언론에 몸담은 사람답게 시속의 일을 시시콜콜히 들춰내 자칫 딱딱할 수도 있을 주제를 풀어가는 솜씨가 곳곳에서 번득인다.

풋김치, 묵은지, 익은지, 개미(묵은지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 등 김치와 관련된 다양한 단어를 소개해 가던 책은 또 한번 튄다. "그러면 김치 가운데 가장 맛이 없는 김치는? 그야 물론 '기무치'다."

조심스레 건의도 한다. "살갗이나 털에 윤기가 없고 조금 거칠다"라고만 풀이돼 있는 '까칠하다'라는 단어에 요즘 회자되듯 "성격이 까탈스럽다"는 뜻까지 추가시킬 것을 제의하는 등 사전이 현재의 언어 관행을 재빨리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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