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웅문'의 작가 김용

2007. 11. 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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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문학ㆍ순문학 경계 짓기는 무의미"

(홍콩=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북한 군인들도 내 작품을 즐겨 읽고 있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통속문학은 순문학의 경쟁상대가 아닙니다. 양자는 서로 융합해나가야만 합니다."

대만에서 1천만부, 중국에서는 1억부 이상의 책을 팔고 전세계에 3억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홍콩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金庸.83.중국명 진융)

최근 홍콩 언론을 통해 베이징시 교육당국이 고교 교과서를 개편하면서 루쉰(魯迅)의 '아큐정전(阿Q正傳)' 대신 그의 무협소설을 실을 예정이라고 보도해 '진융'이라는 이름은 다시 한번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용이라는 이름은 국내에서도 생소한 이름이 아니다. 그의 대표작 '사조삼부곡'(국내에는 '영웅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이 국내 소개된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세대를 거듭해 읽히고 있다.

동아시아 무협소설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꼽히는 김용이 1일 홍콩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문학관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최근 김용과의 정식 계약을 통해 '사조삼부곡'을 완간한 김영사의 주선을 통해서다.

기자간담회가 이뤄진 장소는 김용 작품만을 전문적으로 펴내고 있는 밍허(明河)출판사 내 집무실. 홍콩 베이쟈오 차화루에 있는 이 출판사는 작가가 1980년대 말 설립했다. 그의 집무실에서는 빅토리아만 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인다.

김용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내 작품이 불법적으로 출판돼온 걸로 아는데 이번에 다시 정식 계약본으로 출간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사조삼부곡'의 한국어판 재출간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출간된 불법 판본들은 현재 북한으로 건너가 북한 사람들이 읽고 있으며 북한군인들까지도 즐겨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잘 아는 북한 관료를 통해 들었다"며 흐뭇해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수십년 동안 수많은 독자층을 매혹해올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나의 문학관은 무협소설을 통해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며 평화와 화합을 이야기하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협소설과 같은 통속소설과 순문학의 관계에 대해서는 "앞으로 문학은 순문학과 통속문학이 서로 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며 "상업성도 예술성이 뒷받침돼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한중 간 역사 갈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양국이 충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로 발전적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하는 솜씨가 기막히다. 비결은.

▲'사조삼부곡'은 역사책을 토대로 쓴 것이다. 일단 역사에 대해 많이 알아야한다. 인간의 보편적 갈등을 표현하는 것은 어떤 형식도 가능하다.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무협소설이었다.

사람들의 성격이 각양각색이듯 내가 그려낸 영웅들 역시 다양하다. 나쁜 영웅도 있고 좋은 영웅도 있다. 나는 한 번 그려낸 영웅은 또다시 그리지 않을 정도로 독창적인 영웅들을 창조해왔다.

내 작품에서 여자 주인공을 총명하게 그린 이유는 일단 독자들이 좋아하고 나도 여자가 총명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점이 소설에 재미를 부여한다. 한국의 고전소설 '춘향전'의 주인공 춘향도 아주 총명하지 않은가.

--'통속소설 작가'라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는데.

▲순문학과 통속문학이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문학은 통속문학과 순문학이 서로 융합해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지금 중국의 많은 문학 교수들도 순문학과 통속문학의 경계를 없애려하고 있다.

나는 '대장금', '겨울연가', '엽기적인 그녀', '조폭 마누라', '8월의 크리스마스' 등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본다. 송혜교, 배용준, 이영애, 전도연 등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홍콩 시민들이 좋아한다.

국가는 서로 다르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그처럼 비슷하다. 내가 쓴 소설을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서로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다.

--문학의 예술성과 상업성, 어떤 것이 중요한가.

▲문학의 예술성은 상업성보다 우선이다. 예술성이 있어야 상업성도 확보할 수 있다. 사람들이 베토벤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예술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대장금'과 같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도 예술성이 있기 때문이다.

--루쉰의 '아큐정전' 대신 선생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린다.

▲'아큐정전'은 대략 70-80년 전에 쓰인 것이다. 그에 반해 내 작품은 50-60년 대에 쓴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듯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의 내용도 바뀌어야한다.

예전에 중국에서 무협소설은 문학적 지위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교수들까지 무협소설을 연구할 정도로 그 지위가 상당해졌다.

한때 중국과 대만에서 내 소설의 출판이 금지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점차 유럽과 일본에서 인정받고 중국의 지도자들까지 즐겨보면서 점차 인정받게 됐다. 중국, 대만 내에 있는 여러 대학에 내 소설을 연구하는 기관이 설치돼 있다.

--고대사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에 대한 생각은.

▲중국은 한나라 때 한반도 전역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중국이 당시 차지했던 땅을 돌려다라고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한국이 중국에 대해 당시 고구려땅을 돌려달라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국은 서로 발전적인 방향을 추구해나갈 필요가 있다.

--근래 하고 있는 일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졸업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다. 논문 내용은 당나라 때 왕위 계승자들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역사에 나오지 않은 내용들을 논문에 담고 싶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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