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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약 8년 전 이주노라는 커다란 후광을 입고 'Give it up''이라는 노래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김선아(24)는 현재 뮤지컬 전문 배우로 다시 대중 앞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는 어렸으니까. 잘 몰라서 오히려 용감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웃음)"
최근 인기 뮤지컬 '오디션'에서 자신과 동일한 이름의 여자주인공인 '김선아'역을 (트리플캐스팅) 맡고 있는 그녀는 가수 데뷔 시절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데뷔하게 된 계기도 독특하다. 김선아의 한 살 아래 남동생이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가 우연히 기획사 관계자에게 '하이틴 연기자로 데뷔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자신은 연기에 뜻이 없음을 밝히고 대신 "친누나가 노래를 잘해 유명하다"고 관계자에게 귀뜸해준 것.
"사실은 솔로 가수로 데뷔할 계획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여성 3인조 그룹이었죠. 그러다가 4인조로 바뀌어서 2~3년 함께 합숙하며 연습을 했어요. 보컬 트레이닝도 받고 작곡·작사도 배우고 코러스도 녹음하구요"
그러나 앨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 시간이 길어지면서 앨범 발매가 지연되기 시작했고 막내인 김선아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고민을 하게된다. 어린 나이부터 준비했지만 '과연 스무살이 넘기 전에 앨범을 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목표가 조금씩 흔들리며 조바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앨범 발매 날짜가 확정되지 못하자 멤버들은 모두 각자의 길을 찾아갔다. 멤버중 막내였던 김선아는 마지막까지 홀로 남게 됐고 묵묵히 기다린 끝에 솔로 앨범을 내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운이 좋았는지 제 역량에는 과분한 사람들과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애초에 솔로 데뷔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갑자기 찾아온 기회가 좋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요"
김선아는 1집 발표 후 조금 더 깊이 있는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재학 당시 2집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학교 수업에 빠지면서 준비하고 싶진 않았다고. '아직 덜 익은 자신'을 위해 악기를 다루고 연습에 매진하며 음악공부에 충실했다.
"대학 때 학장이셨던 김광민 선생님께서 '넌 아무래도 뮤지컬이 어울릴 것 같다'며 오디션이 생기면 참여할 것을 권해주셨죠. 그리고 앨범 작업을 안하더라도 쉬지 말고 활동하라는 조언도 해주셨어요."
대학 때 스승의 권유로 조금씩 뮤지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게 무엇이냐고 묻자 ''팀 간의 교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깨달았다''고 말한다. 혼자만 돋보이려 하거나 잘하려고 무리하게 욕심을 내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뮤지컬을 하면서 타인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욕심을 비우게 됐다고 말한다. 라이브 무대이다 보니, 체력과 집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선배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옆에 있는 자신이 반할 정도라는 것. 그녀를 겸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다.
"춤, 연기 그리고 노래. 어렸을 때는 잘하고 못하는 것이 따로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느낌과 표현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일종의 믿음이랄까요? 사소한 몸짓 하나에도 자신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남들이 보기에도 '참 아름답다',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하며 대단하다고 여기지만,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서 어려운 연기를 하더라도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 반대의 느낌을 같게 되는 것 같아요"
김선아는 어느 쪽일까. 한번도 자신이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자신이 후자인 것 같다고 겸손한 고백을 한다. "아직 부족한 것 같고, 내 자신을 못 믿는 것 같아서 껍질을 깨기 위해 무대에 끊임없이 서는 것"이라고 말하는 표정에는 이제 8년 전 가수로 활동했던 김선아는 사라지고 갓 데뷔한 신인들의 순수한 열정이 묻어났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이오? 중·고생들을 위한 아침 특별공연이죠. 어린 학생들이라 반응이 그렇게 즉각적일 수 없어요. 배우가 대사를 하면 함께 말을 건네기도 하고 순수하게 반응을 해요. 관객하고 교감하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저렇게 진심으로 순수하게 공연을 보는데 연기하는 사람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의식하면서 연기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의 배우가 공주처럼 폼만 잡으려고 한다면 참 부끄러운 일이겠죠. 무대를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진실해져야겠다고 늘 다짐합니다. 앞으로 많이 지켜봐 주세요"
그런데, 데뷔 초 김선아와 같이 앨범을 준비하던 멤버들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그 멤버들은 모두들 각자의 길을 찾아 솔로 앨범을 내기도 하고 다른 그룹으로 데뷔도 했다고. 누구인지 말해줄 수 없느냐는 질문에 김선아는 곤란한 듯 '비밀'이라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당시 멤버들 또한 모두 자신이 거쳐 간 그 시간들을 자양분 삼아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지금의 김선아처럼.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http://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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