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땅, 개성공단]문화재 즐비한 '북한의 경주'

2007. 11. 2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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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고려왕도 개성 유적들, 입맛 따라 관광코스 선택 가능

12월 5일부터 국내 주요 관광지 목록에 '개성'이라는 새로운 지명이 추가됐다. 고려-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천년고도답게 각종 역사 유적이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성관광의 진정한 매력은 개성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곁에서 목격할 수 있는 '간접체험'에 있다.

드디어 오는 12월 5일, 천년고도 개성의 빗장이 활짝 열린다. 사실 이번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개성관광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2005년 3차례의 시범관광으로 실무적인 준비는 일찌감치 완료해놓은 상태기 때문이다.

관광업체들은 일찌감치 관광객 모집에 들어갔다. 오래 기다린 만큼 반응도 좋은 편이다. 개성관광 대리점 중 하나인 한영관광 관계자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실제 예약자도 하루 수십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당일 코스부터 2박 3일 코스까지 다양한 일정의 금강산과 달리 개성은 당분간 당일 코스로만 진행된다. 자남산 여관 등이 있지만 숙박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보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개성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 유적을 하루에 돌아보기는 불가능한 일. 그 때문에 현대아산은 박연폭포 코스, 왕릉 코스, 영통사 코스 중 입맛에 맞게 선택하도록 세 가지 상품을 준비했다. 박연폭포 코스는 영화 '황진이'에 담기 위해 북한에서 촬영해 보내주기도 한 박연폭포의 비경을 직접 볼 수 있다는 데 매력이 있다. 고려시대 문화 유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왕건릉, 공민왕릉을 돌아볼 수 있는 왕릉 코스, 대각국사 의천이 세운 영통사에 관심 있는 불자라면 영통사 코스를 추천한다. 물론 모든 코스에는 개성을 상징하는 선죽교와 고려성균관, 그리고 개성 여행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개성공단 탐방'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고려활자·고려청자·왕씨족보 등 국보급 문화재 즐비

서울에서 78㎞, 판문점에서 12㎞ 떨어져 있는 개성은 고려의 수도로 조선왕조의 교체 무대였고, 송악, 송도, 개경 등으로도 불렸다. 광복 이후에는 38선 이남으로 남쪽에 속했다가 1953년 정전협정으로 북쪽 땅이 됐다. 개성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되었음에도 역사 유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거의 유일한 도시다. 정전협상이 이곳에서 열린 덕택에 미군의 집중폭격을 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김일성 전 주석도 "고도 개성은 개발을 서둘지 마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당일 관광인 만큼 개성으로 떠나려면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출발지인 임진각에 모이는 시각은 새벽 5시 30분. 금강산 관광과 마찬가지로 휴대전화, MP3, 고배율 카메라 등은 반입 금지 품목이므로 미리 여행사 측에 맡겨둔다. 남북의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개성 시내에 도착하는 시각은 오전 9시 정도.

첫 방문지는 고려박물관이다. 고려박물관은 정몽주를 배출한 고려시대의 '원조' 성균관 건물 일부를 박물관으로 꾸며놓은 곳이다. 세계 최초의 11세기 금속활자, 고려청자 등은 물론 왕씨 족보, 불타기 전 만월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모형을 볼 수 있다. 박물관 마당에 위치한 탑동3층탑·현화사비·현화사 7층탑·흥국사 석탑 등 국보급 유적들도 만날 수 있다. 다음 목적지는 그 유명한 선죽교. 포은 정몽주가 이성계·이방원 부자에게 '정치테러'를 당한 곳이다. 1780년 조선조 당시 정호인이 선죽교 둘레에 난간을 설치해 통행을 금지하고 옆에 다리를 따로 설치했다. 북측 안내원이 '정몽주의 핏자국'이라고 설명하는 바닥의 붉은 얼룩과 한석봉이 썼다는 선죽교 비석을 눈여겨보자.

개성 전통 한옥마을에서 맛보는 인삼닭곰

선죽교까지 돌아보면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점심은 민속여관 내 식당에서 '조선의 3대 음식'으로 손꼽히는 개성음식을 맛보게 된다. 민족여관은 개성의 전통 한옥집을 그대로 보존해 관광지로 만든 일종의 민속촌. 줄지어 늘어선 기와집의 정취는 이곳이 과거 거상(巨商)의 도시였음을 실감케 한다. 이곳에서 개성의 대표적 음식인 개성약밥, 개성보쌈김치, 조랭이떡국, 인삼닭곰(삼계탕) 등을 맛볼 수 있다. 휴식시간에 짬을 내 개성 특산품인 인삼과 갖가지 건강식품, 인삼주 등을 쇼핑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결재는 당분간 미화(달러)로만 할 수 있다.

오후 관광은 선택한 코스별로 달라진다. 개성 시내 동북쪽에 위치한 박연폭포는 황진이, 서화담과 함께 송도삼절로 불린다. 재색을 겸비한 황진이는 고향산천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향토시인이기도 했다. 박연폭포의 아름다움을 두고 지었다는 "여행자여, 처산(중국의 명승지)만 높이지 말고, 우리 해동(조선)미의 훌륭함을 알아야 한다"는 시에서 그녀의 깊은 향토애가 느껴진다.

박연폭포 인근 오관산 자락을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면 영통사가 나온다. 고려 초기에 처음 세워진 이 절은 17세기에 소실됐다가 2005년 10월 남북이 힘을 합쳐 복원한 유서 깊은 곳이다. 고려시대 대표적인 왕실 사찰이 400년 만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영통사 근처에는 황진이와 서경덕의 무덤이 호수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사극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태조왕건' '신돈'의 두 주인공도 개성에 잠들어 있다. 개성 중심가에서 차로 20~30분 정도 달리면 왕건릉이 나타난다. 왕건릉은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1994년 복원했다. 최초의 통일국가인 고려 태조의 무덤답게 정성스레 단장해놓았다. 왕건릉에서 조금만 더 가면 공민왕릉이다. 공민왕릉은 공민왕이 생전에 자신과 왕후를 위해 만든 쌍묘다. 연인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노국공주를 위해 공민왕은 직접 무덤 터를 고르고 꾸며 고려왕릉 중 가장 아름다운 무덤으로 만들었다.

인민 생활상 관찰이 또 다른 개성관광 포인트

개성은 천년고도에 걸맞게 관광 콘셉트를 '역사유적탐방'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개성은 또 하나 중요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북녘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비교적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시내관광'이라는 점이다. 이는 자연경관을 위주로 한 코스여서 주민들과 접촉하기가 힘든 금강산이나 내년 시작할 백두산 관광과도 분명 다르다.

물론 관광지 외에 시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거나 주민들과 접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망대에 있는 망원경으로나 보던 개성 시내를 버스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개성관광이 단순 관광에 머물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남측 관광객들은 개성사람을 '북한 사람들'로 생각할 테고, 북녘사람도 그들이 본 관광객들을 '남조선 인민'으로 일반화할 것이다. 그 때문에 관광객들은 '민족화합' 차원에서 외국에서보다 조금 더 '세련된' 매너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관광지마다 직접 나와 해설하는 북측 여성 안내원이나 식당 봉사원들에게 돈 자랑, 자유민주주의 자랑하는 건 좀 나중에, 세월 좋아지면 하자. 이제 막 뚫린 개성-서울 길을 앞으로 좀 더 넓히는 것도 개성 관광객들의 의무 아닌 의무다.

서유상〈민족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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