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땅, 개성공단]평화와 번영의 새 희망 개성공단

2007. 11. 2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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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8월 9일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초대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결심했소이다. 개성을 줄 테니 가서 구경해보시오"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 동력을 얻는 개성경제특구가 이 말 한 마디로 시작됐다. 그로부터 3년 여 뒤인 2003년 6월 30일 개성공단 착공식에서 터뜨린 오색 축포는 500년 고려 성도의 고요한 잠을 깨우는 첫 신호음이었다. 공단 건설 과정에서 분양이 이뤄지는 게 보통이지만 북한지역 내 개발이라는 특수성을 고려, 한국토지공사가 개발사업을 맡았다.

그로부터 다시 4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11월에 시범단지 공사(330만㎡)를 마치고 225개 기업이 입주를 결정했다. 10월 현재 45개 공장이 가동 중이며 고용된 북한 노동자는 1만9433명이다. 2005년 1월부터 2007년 9월 말 현재까지 개성공단의 총생산은 2억 달러 선을 넘어섰다. 월별 생산 수준은 1600만 달러까지 늘었다. 국토연구원은 개성공단 1단계가 100% 가동될 경우 국내생산 유발효과는 약 5조 원에 이르고, 인력고용도 약 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과 토지가 결합한 개성공단. 이 사업에서 북한은 경제기반을 구축하고 남한은 기업생산성을 제고하는 경제적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남북이 소통하는 통로가 열린 것이다. 개성에 방문자(연인원)는 무려 1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에 446명의 한국 근로자가 개성으로 출근한다. 차량 265대가 자유의 다리를 건넌다. 2010년이면 근로자 3720명과 차량 2790대가 매일 DMZ를 왕래하게 된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연구소 교수는 "개성은 남과 북의 문화와 정치가 소통하는 탈(脫)분단의 장"이라고 규정하고 "개성공단 완공으로 한반도에서 평화경제의 첫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통일은 진행 중이다"라는 한국 통일부의 한 관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개성은 사실상 통일 상태다"라고 보도했다. 개성공단은 '한반도에서 경제협력과 평화의 선순환을 보여주는 징표'라는 얘기다. 개성이 갖는 상징성은 이런 의미를 부여하는 데 손색이 없다. 김연철 교수는 "개성은 고려의 수도로 '역사도시'이며, 1951년 최초의 휴전협상이 시작되었고, 남북한의 군사력이 대치해 있는 중부전선의 접경도시라는 점에서 '평화도시'로 의미를 갖는다"면서 "더 나아가 개성공단은 '위탁가공지역'이 아니라 '직접투자지역'으로 새로운 모델을 창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개성공단 분양에서 경쟁률은 2.3 대 1이었다. 무려 200개 기업체가 미래의 잠재적 투자자로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2건의 중국 투자와 1건의 독일 투자가 확정되면서 단지 남북 경협단지가 아니라 국제적 경제특구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외국기업도 투자 결정, 국제적 공단으로 도약 가능성

이는 서울과 인천항과의 근접성에다가 파격적인 저임금과 분양가격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채산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게다가 생산기지 개성공단과 물류기지 인천, 금융 및 회계 자원이 풍부한 서울의 3각 지대 연계가 가능하다. 또한 향후 시베리아횡단철도(모스크바-시베리아-블라디보스토크), 중국횡단철도(중국 렌윈항-카자흐스탄-러시아-유럽)와 연계한 물류 수송이 가능해지면 유럽까지의 물류 비용을 지금보다 무려 25% 절감할 수 있다. 평당 분양가격은 14만9000원이다. 최근에 분양된 구미 4단지(39만 원/평)나 시화단지(150만 원/평)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가격이다. 노동자 임금은 57.5달러로 책정되어 있다. 중국 후발도시인 칭다오(靑島·153 달러)와 비교해도 무척 싼 임금이다.

이 같은 '성공기반'을 토대로 토지공사는 오는 12월 3일부터 제2차 개발사업을 착수하기 위해 협의할 예정이다. 김재현 토공 사장은 북한 주동찬 중앙특구 개발총국장을 만나 개발지역과 개발규모 그리고 개발착수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이다. 김은종 토공 개성사업처장은 "제1차 개발사업(시범공단)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개성공단의 추진현황을 토대로 장단점과 문제점 극복방안 등을 고려해서 2단계 사업추진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종 개성사업처장은 "토공은 2단계 사업으로 825만㎡을 개발하도록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제2차 공단조성을 앞두고 서광이 비추고 있다. 지난 11월 16일 끝난 남북총리회담에서 '개성의 3통'(통관·통행·통신) 개선을 위한 원칙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질 높은 노동자와 싼 지가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통관절차, 제한된 통신 회선과 통행은 개성공단 투자환경을 악화시켰고 국제경쟁력도 떨어뜨렸다. 입주업체들의 숙원이던 '3통 문제의 개선'은 곧 대북 투자환경과 기업경영의 획기적인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입주업체들도 3통 개선을 크게 반기고 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이 되지 않아 정보교류와 금융 관련 업무 처리에 지장을 많이 받아왔다"면서 "통신 기반을 확충한다니 사업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국제 수준의 복합도시 조성이 목표

제1차로 조성된 지역에는 봉제·섬유 산업 등 경쟁력이 떨어지고 중국으로 옮기기도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선정됐다. 김은종 개성사업처장은 "앞으로는 전략적으로 선정할 것"이라면서 "2단계 사업지역에선 점차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의 유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1차 사업에서 탈락한 200개 업체 중에서 꽤 견고한 중견기업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게 김은종 처장의 말이다. 개성공단의 완공계획 시기는 2012년. 여의도 면적의 24배인 6600만㎡(공단 2640만㎡, 배후도시 3960만㎡)에 조성되는 개성공단이 완성되면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한국은행은 향후 5년여 동안 남북에 각각 10만4000개, 72만7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남한 경제에는 4000억 원의 부가가치가, 북한에는 연간 6억 달러의 수입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개발하면 한국 경제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면서 "언어문제가 없어 교육이 쉽고 중국과 비교해서 인건비가 싸다"고 말했다. 토지공사도 "주거와 업무·상업이 함께 공존하는 국제적 복합도시의 건설이 필요하다"면서 "국제수준의 투자환경 조성을 통해 동북아 생산거점 도시 건설과 남북 공동발전 및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교류협력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개성공단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스재단 소장은 "개성공단 문제도 핵 위기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 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북핵 사태 속에서도 금강산과 개성공단 프로젝트 사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남한 정부의 비핵화 약속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문제와 연장선상에서 '개성공단에 공장을 세운 16개 회사 가운데 13개가 지난 2년 동안 손실을 기록했다'는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의 주장을 전하면서 "만일 개성에 진출한 기업이 아니라면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해줬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개성에 진출한 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전략물자 반출문제도 복병이다. '전략물자 반출 금지로 인해 전기·기계·전자업종의 입주가 불가능하다. 심지어 개성공단에서는 인터넷과 무선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문제 역시 북핵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나 기업의 선택 여지는 크지 않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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