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Play Vote] "문제는 노무현이야, 멍청아!"

2007. 12. 1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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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은 무엇일까.BBK의혹도 표심을 흔들지 못했다. 경부대운하 때문에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후보단일화가 대선 판도를 뒤집을 것 같지도 않다.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표심을 유심히 살펴보면, 이번 대선의 투표 기준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5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처럼 보인다.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40%가 넘는 지지를 받는 것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지지율이 그 절반에 멈춰 있는 것도, 지난 대선에서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을 만들어냈던 이들이 한데 모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다.청와대는 `참여정부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데 언론 때문에 몰라준다'고 불평한다. 실제로 "5년전 노무현의 눈물처럼 감동을 주는 후보가 없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5년을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지난 대선에서 노대통령을 찍었던 젊은 세대이면서 이번 대선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있는 대학생 대선기자들이 얘기한다.

"니가 노무현 찍으라고 그랬지?"

친척이나 친구끼리 모이면 으레 나오는 말이 있다. "네가 노무현 찍으라며!" 그 말에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고졸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해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고 영남출신으로 호남당에 들어가 지역감정에 정면도전, 부산에서 출마해 연거푸 떨어졌던 `바보' 노무현. 그때의 바보라는 단어는 노무현 후보의 정의로움과 청렴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었다. 지금도 노 대통령을 바보라고 부른다면, 그 뜻은 5년전과는 좀 다를 것 같다.

5년전 대통령 선거 당시 노 후보의 아마추어 이미지는 매력적이었다. 기성 정치권의 권력다툼에 물들지 않았을 것 같고 옆집 아저씨 같은 외모와 말투는 아마추어가 가진 신선함과 순수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그의 정치력까지 아마추어일 줄이야.

대통령이 된 그는 그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청와대로 불러냈다. 그중에는 검찰에 불려가고 재판정에 끌려가느라 청와대를 나와야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 사람 중에는 비리를 저지를 사람이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인기에 지나치게 민감했던 것 같다. 한나라당에 권력을 이양하겠다며 대연정을 제안하질 않나,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질 않나.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대통령직 못 해먹겠다"는 거침없는 발언은 '애교'로 봐줄수 있었지만, 나라의 중요한 정책마저 한번 `아니면 말고' 식으로 추진하니 대통령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참여정부의 아마추어 정치는 남북정상회담과 북한핵문제의 진전 등 지난 5년간 이뤄놓은 공적마저 깎아 먹을 지경이다.

서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강남이 이기나 대통령이 이기나 해보자고 했지만 강남의 집값은 폭등했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로 누구나 살 만한 경제를 만들겠다더니 서민의 지갑을 납작해졌고, 우리 20대의 취업문은 왕창 좁아졌다.

물론 핑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발맞춰가는 과도기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5년전 선거 때 "신자유주의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니 기대하지 말고 그냥 찍어만 달라"고 했어야지, 왜 그땐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 "다 해내겠다"고 약속했었나.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5년 전 노 대통령과 노사모의 열정과 풋풋함, 그리고 그의 "서민을 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에 이끌려 당시 기호 2번을 찍었던 많은 사람은 참여정부에 배신감을 느끼는 듯하다. 이번 선거에서 또 한번 기호 2번을 찍겠다는 사람이 많겠다는 것은 그에 대한 복수가 아닐까.

-대선기자단 김영은 기자(동국대)

"우리가 선택한 노무현, 잘한 것도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부여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임기 초부터 갖가지 고난을 당해왔다. 사회 기득권층이 역대 대통령처럼 받들지 않고 오히려 누르려고 했다. 노대통령도 "내가 대통령인데, 이것들이 감히"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사상 초유의 탄핵까지 당하지 않았는가.

임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 기자실통폐합, 자기 참모진에 보내는 막연한 신임, 국토균형개발정책, 부동산정책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맞다. 이런 면을 보면 노대통령을 욕한다면 나도 할 말은 없다. 충분히 욕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노대통령의 장점도 평가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선택한 대통령이다. 너무 단점만 부각된 것은 아닐까?

서민의 대통령임을 자처했던 노무현. 사회기득권층과 유일하게 맞서싸우려고 했던 노무현.

그가 토로했던 것처럼, "왜 대통령이 뭐한다고 하면 온세상이 딴지를 걸지 못해서 야단이었을까?" "우리가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에게 처음부터 너무 몰아부치기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미안함과 아쉬움도 남는다.

참여정부, 분명히 잘한 것이 있다. 먼저 나는 이렇게 현직 대통령을 노무현, 노무현 부르면서 씹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 참 좋다. 과거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는가? 참여정부는 세상의 틀을 깼고 지금도 수없이 깨려고 노력한다. 대통령이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다 보니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또 있다. 우리가 6.25 이후 이처럼 평화로운 시대에 살았던 적이 있는가? 북한에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심지어 서해바다에서 무력 충돌이 생겨도 남북한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한지 오래다. 조금 있으면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한다고 한다. 통일마저 생각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참여정부가 한 일은 많다. 경제성장, 부정부패 감소, 종합주가지수 2000대 도달.

한미 자유무역협정, 기자실 통폐합 - 누가 해도 해야했다. 과거 박정희가 이렇게 밀어붙였어도 이렇게 욕을 먹었을까?

추진하는 과정이 성급했고 앞뒤 안보고 밀어붙였던 것은 인정한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노 대통령은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 국민이 옛날처럼 숨죽이고 멍청하게 가만히 있지 않는다. 똑똑해진 국민 앞에 대통령 노무현은 너무 저돌적으로 들이댔다.

결과적으로 지난 5년간 빈부의 격차가 더 커졌고 많은 비정규직이 양상돼 서민들은 울고 있다. 그렇다고 정권이 바뀌고 다른 대통령이 들어서기만하면 이러한 현상들이 말끔히 해소되는 것일까? 차기 정권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때엔 오히려 "노대통령 때가 나았다"며 좋은 평가가 나올 것이다.

앞으로 5년뒤 차기정권을 평가할 때 노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어떻게 재조명될 것인지 궁금하다. 그 때는 지금처럼 운없게 단점만이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받길 바란다.

-대선기자단 장해남 기자 (성균관대)

"노무현이 억울한 정조라고? 아니올시다."

정조(正祖) 열풍이다. 조선의 22대 임금 정조는 올 한해 서점에서, 브라운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왜 사람들은 정조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삶이 고단해지면 현실에서 도피할 곳을 찾는다. 특히 지도자에 대한 실망이 생기면 그 지도를 대신할 이상적인 지도자를 찾게 마련이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사극 열풍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조는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의 주인공이다. 아버지는 뒤주에 갇혀 죽음을 당했고 왕에 즉위해서는 강한 개혁드라이브를 걸며 보수 세력과 잦은 충돌을 일으켰다. 그의 반대 세력이었던 보수 세력에 의해 독살을 당한 것 이라는 소문을 남기며 의문의 죽음을 당함으로써 영화 같은 삶에 마침표를 찍는다.

사람들은 정조의 개혁성에 주목하고 있다. 탕평책을 써서 젊은 인재들을 등용했고 수도 천도를 추진했으며 화성을 축조하고 천주교를 인정하는 등 사회변혁에 심혈을 기울였다. 팍팍한 이 세상을 시원하게 뒤집어줄 개혁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정조를 불러낸 것이다.

2002년 이른바 '노풍'을 통해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된 것도 정조를 불러낸 국민들의 심리와 다르지 않다. 케케묵은 지역감정, 특정 인물에 줄서기 바쁜 보스 정치, 서민들은 생각하지 않는 상류계층의 기득권 지키기 등을 깨끗하게 걷어낼 인물로 국민들은 노무현을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정권 출범 시 노무현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개혁적 성향의 정권으로 평가 됐다. 국민들은 답답한 세상을 시원하게 갈아 엎어줄 것을 기대했고 그 어느 정권보다도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정권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성향을 들어 사람들은 노대통령을 21세기의 정조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 그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정권 초기 받았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지면 '아니올시다' 이다. 나름의 개혁 정책을 시도할 때마다 보수 세력에 가로막혀 번번이 그 노력은 좌절됐고 그 때마다 변명과 막말로 국민들의 기운을 쏙 빼놨다. 그러더니 그토록 수구 보수 세력이라며 비판하던 한나라당에게 현대판 탕평책이라며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노 대통령이 정권 말미엔 한 미 FTA를 추진하며 진보 개혁세력의 극렬한 저항에 직면했다.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진보세력을 지지하는 세력과 중도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기회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범여권을 향한 쓴소리였다.

실제로 우리사회가 보수화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자신이 진보적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노무현 정권을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노무현 정권을 두고 세월이 지나면 높이 평가 받을 정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이쯤 되면 평가는 이미 끝난 것이 아닐까?

먼 훗날, 지금의 정조처럼 노무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소설이 나온다면 과연 지난 5년을 어떻게 묘사할까.

사실 정조는 결과만 놓고 본다면 실패한 개혁군주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보수 세력의 저항을 끝내 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가 추진했던 개혁 정책들도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드라마나 소설 속의 정조에겐, 기득권층의 저항에 힘겨워 눈물을 흘리면서도 세상을 바꾸기 위한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은 진심이 있었다. 노 대통령은 그 진심을 지켰을까. 국회 과반수가 넘는 여당과 탄핵에서도 지켜줬던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그가 해낸 것은 무엇이 있었는가. 먼 훗날의 작가들이 어떻게 볼지는 몰라도, 지금의 유권자들은 5년전 그의 진심이 지금도 남아있는지 의심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대선기자단 박노엘 기자 (경기대)

"이상은 높았고 현실은 야박했다."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놈'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를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실제 노무현은 정치 지형상 미약한 힘으로 출발했다. 이후 광주에서 시작된 '노풍'을 타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태풍을 일으켜 기적적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대통령 노무현은 곧 개혁의 상징이 되었고 실제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제2차 정상회담을 실용적으로 끌어냈다.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만들고 친일세력을 청산했다. 국민들이 억울하게 당했던 사실을 파헤치고 보상해줬다. 사회복지정책 측면 또한 지원 대상을 차상위 계층까지 확대했다. 물론 노 대통령이 소신을 갖고 정책을 만들고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지원자인 시민사회의 활발한 참여 때문이었다.

이렇게 잘한 부분이 많은데도 많은 사람들은 지난 시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태풍으로 정치 지형을 뒤흔들던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이유가 뭘까.

요즘 세금 때문에 투덜거리는 사람들을 자주 접한다. 오래 전에 집을 샀는데 국토균형발전 이랍시고 전국을 투기 현장으로 만들어 놓으니 집값만 오르고, 손에 들어온 돈은 없는데 세금만 왕창 물어야할 형편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더해 종부세 등의 징벌적 세금을 강화했고 서민들의 원성은 더 커지게 됐다. 유류세도 그렇다. 안 그래도 고유가 때문에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원가보다 더 높은 세금을 거둬 간다. 불만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참여정부의 관심은 평화적인 남북관계, 과거사 정리, 복지정책 등 모두 저 높은 곳을 향해 있다. 서민들은 당장 세금 때문에 울고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높은 취업문을 넘지 못해 또 한 번 울고 있다. 일자리에 한계가 있으니 정부는 `신자유주의' 탓을하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 문제가 심화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집착과 피해의식으로 한쪽만을 고집한 그의 집념이 결국 국민들을 공(功)마저도 보이지 않는 장님으로 만든 건 아닐까.

-대선기자단 장우정 기자(성균관대)

"좌에도 우에도 벗어나려 했던 대통령,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남달랐다.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 날, 그는 주부들이 즐겨보는 아침프로에 부인 권양숙씨와 함께 출연했다. 대통령에 출마하게 된 사연, 어린시절 이야기, 부인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여느 연예인 못지않게 스스럼 없이 이야기 했다.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도 이런 아침프로에 출연해도 되는 구나'라고 느꼈다. 이런 파격을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바 대통령의 '권위 의식'을 스스로 깨버렸다.

나는 참여정부 5년동안 우리사회 분위기가 여유로워졌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많은 부분이 투명해지고 권위만 내세우던 정부의 어깨에 힘이 빠졌다. 과거 흑과 백만 존재하던 시대를 벗어나 다양한 생각이 소통되고 존중받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인간 노무현은 거짓없고 꾸밈이 없다. 대통령으로 있으면서도 자신의 권력을 이양시키고 쓸데없는 권위의식을 스스로 무너뜨리려 노력했다. 좌나 우나 치우치지 않고 국가를 위해 필요한 결정을 위해서는 사상을 버리고 국가의 이익을 택했다.

혹자는 노무현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해버렸다'라고 말한다. 이런 노무현의 쌩뚱맞음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을 지지했던 2030 개혁세력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노무현은 원래 그런사람이다. 그에게 오른쪽 왼쪽이라고 하는 이데올로기란 처음부터 없었다.

임기말 극적으로 타결한 FTA도 마찬가지다. 빨간색 노무현을 지지해 왔던 반미개혁세력은 노대통령이 FTA를 운운하자 그에게 가졌던 모든 희망과 지지를 거두고 더욱 강력한 노무현 반대세력으로 부상했다. 칭찬에 인색하던 한나라당은 '대단한 성과'라고 칭찬했다.

깍두기 노무현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졌다. 어느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은 어느쪽도 가까이 할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것이다.

그러나 대중은 노무현을 욕한다. '무능한 정부였다, 말만하는 정부였다'라고 평가한다.

2007년을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들은 불의(不義)보다는 불이익(不利益)에 분노한다. 다함께 잘살자는 비현실적인 이념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가 잘살게 될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사도 단연 경제, 일자리 만들기다. 그런데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법이 사실 권영길 민노당 후보를 빼놓고는 다 비슷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누굴 찍든지 결과는 비슷비슷 할 것이다. 그럴바에는 참여정부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을 찍자"라는 것이다. 앞으로 10여일 남은 대선에서 판도를 뒤흔들만한 변수가 없다면 이번 대선의 표심은 `반 노무현'이 될 것이다.

누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직업이 초등학교 선생님인 한 선배가 말했다. "아이들은 담임을 닮는다. 학년말이 되면 담임의 성격처럼 아이들이 변해있다" 라고. 우리도 어느 순간 노무현 대통령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노대통령처럼 솔직함을 무기로 무책임한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말 그대로 '막말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노대통령처럼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노선없이 이쪽저쪽 시류에 편승하는 '기회주의'사회가 되어버렸다.

노 대통령에게 호되게 당한 국민들이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덕목은 정의롭지 않아도 좋으니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되어달라는 것이다. 이젠 정의나 형평성 보다는 추진력과 효율성을 가진 대통령을 원한다. 이것이 현재 참여정부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대선기자단 장윤미 기자 (숙명여대)

국민일보 쿠키뉴스 2007대선기자단 김영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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