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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댓글 놀이' 유행 조짐

입력 2007. 12. 30. 14:13 수정 2007. 12. 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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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어때. 이명박이 경제를 살린다는데."

'이명박 댓글 놀이'가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옵셔널 벤쳐스 주가조작 사건'(BBK 사건) 연루 의혹에도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앞세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한층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이 댓글 놀이의 형태는 지극히 단순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게재되는 주요 뉴스에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혹은 "∼하는 게 대수냐. 이명박이 경제를 살린다는데"라는 글을 올리는 게 전부이다.

예를 들어 "테러 좀 나면 어때. 이명박이 경제를 살린다는데."(파키스탄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 관련 보도에 대해), "폭설 좀 내리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대설 주의보 관련 보도에) 등의 형태이다.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이 댓글이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단순함과 재미, 무한한 응용 가능성' 등 인터넷 댓글 놀이의 3대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심오한 논리나 명확한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행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는 '노무현 댓글 놀이'를 연상케 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댓글 놀이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진 후 긴 생명력을 자랑했다. 17대 대선에서도 '참여정부 심판론' 등 반여(反與) 정서가 기세를 떨치면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될 정도였다.

이처럼 대통령을 소재로 삼은 인터넷 댓글 놀이는 모두 일종의 '분풀이식' 말 장난이지만 짤막한 재미 뒤에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결국 자녀 위장취업과 위장전입 등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청와대에 입성케 했다는 자조와 한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경숙 위원장의 '국보위 경력' 논란은 이같은 '이명박 댓글 놀이'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위원장이 1980년 신군부가 만든 국보위 입법의원을 지낸 경력이 문제가 되자 이명박 당선자 측은 "과거는 묻지 말라. 능력만 있으면 된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이에 일부 누리꾼들이 "쿠데타에 협조했으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라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이 당선자 측의 실용·능력 위주의 인사정책을 응원하는 것인지, 오히려 조롱과 냉소를 보내는 것인지 언뜻 판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 댓글 놀이가 유권자들의 복잡한 속내를 대변해 준다는 점이다.

그나저나, 이같은 '이명박 댓글 놀이'의 끝자락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또 하나의 댓글이 있다. 바로 "그런데 이명박(대통령 당선인)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면 끝이 없어 보이니 '그만큼 경제 회생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강하고 깊구나'라고 넘어가는 게 상책인 듯 싶다.

김재홍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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