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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무자년 스타트..'쥐'의 문화인류학

입력 2008. 02. 06. 13:40 수정 2008. 02. 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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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7일부터 무자(戊子)년 쥐띠 새해다.

12지 가운데 첫번째인 쥐는 사람과 인연이 깊은 동물이다. 지구상에 가장 널리 분포된 동물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문화에서도 쥐는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철근 콘크리트 바닥에도 구멍을 뚫고 산다.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적응성 덕에 고난을 당하는 일이 없다. 귀여운 얼굴은 친근감마저 준다. 쥐를 향한 친애의 마음이 12지신의 첫 머리에 쥐를 둔 까닭일 수도 있다.

쥐띠해에 태어난 남녀는 명랑하고 대범하다고 알려져 있다. 적응력과 순발력 등도 뛰어나다. 하지만 계획성과 인내력 면에서는 약하다는 평가다. 무엇이든 오래 지속하기보다는 약삭빠르고, 얄미운 행동을 한다는 단점도 있다고 한다.

쥐는 60갑자 중 갑자, 병자, 무자, 경자, 임자 순으로 순행한다. 방향으로는 정북, 시간으로는 오후 11시~오전 1시, 달로는 음력 11월을 지키는 방위신 겸 시간신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천진기(46) 민속연구과장은 유물을 통해 쥐와 인간의 불가분 관계를 밝힌다. 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창고형 고상 가옥에 쥐와 고양이가 장식돼 있다는 식이다. 곡식 창고로 올라오는 쥐 2마리를 노려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볼 때 곡식 창고나 뒤주의 주인은 쥐인 셈이다.

쥐는 능묘, 탑상, 불구, 생활용품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신라 진덕왕릉과 흥덕왕릉, 고려시대 이후 무덤 현실 내부의 벽화 또는 납석으로 조각한 작은 12지신상에도 쥐는 있다.

조선 시대의 화폭에도 쥐의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들이 제법 있다. 사임당(師任堂) 신씨의 '수박과 쥐'가 대표적이다. 10폭 병풍에 그려진 '초충도(草蟲圖)'의 두 번째 그림이다. 정선의 '서투서과(鼠偸西瓜)', 심사저의 '초충도첩(草蟲圖帖)'중 '당근과 쥐'에도 쥐의 모습이 잘 묘사돼 있다.

천 과장은 삼국사기 신라 본기 제9권 '혜공왕 5년조'에서도 쥐를 찾았다. '치악현에서 8000여마리나 됨직한 쥐 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고 그 해 눈이 내리지 않는다.' 또 '쥐가 배에서 내리면 폭풍우가 온다'는 속담, '쥐가 없는 배는 타지 않는다'는 속신 등을 통해 쥐의 신통한 능력을 강조한다.

설화에서 쥐는 변신과 둔갑을 자유자재로 한다. 처녀 때 손톱과 발톱을 함부로 버려서 쥐가 그것을 먹고 결혼 후에 신랑으로 변신해 진짜 신랑을 쫓아냈다는 이야기, 선비가 손톱과 발톱을 깎아 버린 것을 쥐가 먹고 그 선비로 변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이야기 등이 보기다. 비쩍 마른 쥐나 새끼 쥐를 도와줬건만 쥐가 은공을 잊고 가짜 주인으로 탈바꿈해 진짜를 쫓아내고 진짜 주인은 스님이나 고양이, 삽살개 등의 도움으로 가짜를 몰아낸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국유사 '김유신조'에 실린 추남의 환생담에서도 쥐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고구려에 추남이라는 용한 점쟁이가 있었다. 왕비가 음양의 도를 거슬러 그 징후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괘를 내 왕과 왕비를 크게 노하게 했다. 결국 그는 상자 속에 들어있는 쥐의 수를 정확히 맞히면 살고, 못하면 죽음을 당하는 시점에 놓인다. 결국 그는 죽게 된다. 상자 속에는 1마리만 있었지만 8마리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죽임을 당하면서 그는 신라의 장군으로 태어나 고구려를 멸하겠다고 저주한다. 왕은 기이한 생각이 들어 쥐의 배를 갈라봤다. 뱃속에는 새끼 7마리가 있었다. 추남이 죽던 밤 고구려 왕은 신라 서현공(김유신의 아버지) 부인의 품속으로 추남이 들어가는 꿈을 꾸고 백석을 보내 김유신을 고구려로 유인, 죽이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점쟁이가 쥐의 수를 맞히는 시험은 홍계관과 아차산 전설에도 나온다. 쥐의 왕성한 번식력 때문이다. 쥐는 생태적으로 언제나 임신이 가능하며 항상 새끼를 배고 있다. 실제 수를 맞히기가 어렵다. 다산의 상징으로 통하는 이유다. 12지의 '子'는 동음인 '玆', '滋'와 연결돼 '무성하다'에서 '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외연을 넓혔다. 싹이 트려는 '만물의 종자', 다산의 상징이 됐다.

다산은 풍요 기원으로 확장됐다. 농경사회에서는 매해 풍년을 기원하는데, 쥐 관련 풍속을 통해 풍년을 바라던 선조의 마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다만 특이한 것은 다산의 상징으로서 쥐에게 빌었다기보다 쥐의 구제를 통해 풍년을 기원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정월 열나흗날 농가에서 쥐불놀이(쥐불놓기·쥐불싸움)를 하는 풍속에는 해충을 제거하고 불탄 재가 거름이 돼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잡초를 태우듯 쥐도 불과 함께 없어지라는 의도도 함께다. 다른 풍속으로는 농신제 때 쥐에게 지내는 고사를 들 수 있다. 강강술래 놀이의 한 대목인 쥔쥐새끼놀이도 있다.

재물이나 부를 상징하는 쥐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혼쥐'라는 설화에는 어느 마을에 사는 한 부부가 남편의 코에서 나온 생쥐가 도망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자 생쥐가 들어간 구멍 속에 황금이 가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부자로 산다'는 말도 재물을 지키는 존재인 쥐의 특징을 대변한다. 보통 쥐는 훔친다는 이미지가 강해 지탄의 대상이 되지만, 반대로 근면과 저축이 강하다. 아무리 딱딱한 물건이라도 조그만 앞니 하나로 구멍을 만들어내고 부지런히 먹이를 모으는 습성 때문에 인내심, 근면성, 재물지킴이의 존재로 여겨진다.

쥐를 나타내는 가장 많은 말은 속담이다. 쥐의 생김새나 행동, 습관 등을 보고 만들어낸 '고양이 죽은 데 쥐 눈물 만큼'이나 '쥐구멍으로 소를 몰려 한다', '멍석 구멍에 생쥐 눈 뜨듯' 등은 현재까지도 자주 쓰인다. 약자와 약삭빠름을 묘사한 '나라에는 도둑이 있고 집 안에는 쥐가 있다', '곳간 쥐는 고마운줄 모른다'등도 마찬가지다.

쥐는 정보원이자 해결사이기도 하다. 함경 지방의 무가(巫歌)인 '창세가'에는 불과 물의 근원을 알려준 생쥐 이야기가 있다. '황금 구슬'이라는 옛날얘기에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쥐가 나온다.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집안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된 증거다.

문학작품에서는 쥐를 도둑의 이미지로 많이 묘사했다. 이규보의 '쥐(鼠)'에서 쥐는 도적의 이미지다. 정약용의 '이노행(貍奴行)'에서는 들쥐가 백성의 곡식을 수탈하는 지방관리, 집쥐는 궁궐에서 국고를 탕진하는 간신배를 가리킨다.

종교에 따라 쥐가 뜻하는 의미가 다르다. 불교의 '아함경(阿含經)'에서 하얀 쥐와 검은 쥐는 일생을 갉아 먹는 시간을 상징한다. 유교에서는 간신, 수탈자에 비유된다. 유교적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삼는 사회에서 쥐는 부정한 동물로 인식됐다. 악마, 사탄, 게걸스런 탐욕자로서 기독교에서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힌두교는 사려깊고 미래를 예측하는 신비한 동물로 해석, 지혜의 신인 가네샤(역경의 극복자)의 수레를 끄는 동물로 여겼다. 인도에는 쥐 수백마리를 모시는 사원이 있다.

<관련사진 있음>

이승영기자 sy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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