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탓? 이명박 탓?' 따져 봅시다!

입력 2008. 2. 13. 09:38 수정 2008. 2. 1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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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와 관련해 논란을 벌이고 있는 몇 가지 주제들. 첫 번째 정치적인 공방이다.

△'노무현 탓? 이명박 탓?' 따져 봅시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 대표가 "숭례문 화재는 이천 화재참사, 태안반도 유조선 사고 등과 같이 노무현 정권이 지난 5년 간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무리해 가면서 했기 때문이다"라고 발언. 이어 나경원 대변인이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의 10분의 1 만큼이라도 문화재 관리에 관심을 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꼬집어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있어 '환상의 커플'을 과시했다.

그런데 문제는 국보에 대한 정부의 보호관리 책임이 당연하긴 하지만 숭례문 관리의 주무 부처가 서울시와 중구청이기도 하다는 데서 곧바로 반격이 시작됐다.

통합신당의 정청래 의원, "숭례문 앞에 잔디광장을 만들어 누구나 다 접근하게 한 서울시의 전시행정이 빚은 참사다.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시장 할 때의 일이다"라면서 숭례문은 규모가 커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 보기보다는 멀리서 보는 것이 낫고 개방하면 낙서와 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반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했다. 그리고 중구청장에게는 "아파트도 야간 경비원이 있는데 국보 1호 숭례문에 저녁 8시 이후 관리근무자가 없을 수 있냐, 숭례문이 아파트만도 못하냐"고 따졌다.

결국 '청계천에 들어가는 서울시의 연간 관리비용이 최소 60억 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노무현 대통령에겐 봉하마을이 있지만 부동산 문제는 이명박 당선인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에 '서울시장 하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신경 쓰느라 서울시정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인터넷에 쏟아져 숭례문에 대한 상대적인 무관심이 지적되자 한나라당으로서는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됐다.

△'국민성금'은 언제고 짜면 나온다?

국민성금을 보태 복원하자는 이명박 당선인의 제안에도 한편 마땅하지만 한편 못마땅하다는 여론도 있다. 지금 국민들의 안타까움이나 제대로 된 복원에 대한 열망으로는 얼마든지 국민성금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이 다수이긴 하다.

하지만 정부가 나라살림을 잘못해 거덜 난 외환위기 때는 '금 모으기 운동'하고 삼성 중공업의 유조선 기름 유출에도 태안주민 위한 성금 모으고 현장에 가서 기름때 닦고 문화유산 관리 부실로 불타면 복구성금 내고 '국민이 봉이냐?!'는 볼 멘 소리도 높다.

국민성금 모금은 책임소재를 가려 책임 질 사람들이 책임 다 지고 정부와 서울시 등 책임 져야 할 기관들이 어떻게 예산을 확보해 복구에 임하겠다고 계획이나 정책 대안을 내놓은 뒤에 꺼낼 이야기라는 비난도 있다. 그것도 대통령이 '국민성금 모으자'라고 말하면 국민성금을 내는 게 아니라 국민성금을 '걷는 것'이 되니 시민사회단체들이 꺼낼 이야기지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꺼낼 성질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지적도 따끔하다.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숭례문 복원을 위한 국민성금이 정부 조직까지 나서 활발해지면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고 생계가 막연한 태안을 비롯해 밀려 내려 온 기름으로 올해 수익이 걱정되는 전북, 전남 서해지역 어민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 우려가 있다.

숭례문 복원은 계획된 만큼 정부와 자자체 예산에서 정확히 지원되지만 어민 생계지원은 충분치도 않고 골고루 배분되기도 어렵고 보상금은 언제나 나올 지 막막해 국민성금은 기름유출사고 쪽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라고 대다수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어 괜한 걱정이라면 좋겠지만 말이다.

△'활활 타다 드디어 무너지는 숭례문!' 불꽃놀이 중계야?

C 조간신문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한 블로거가 '풍수지리적으로 불이 나면 그 곳에 있는 몹쓸 기운을 태워버리는 효과가 있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길조라고 봐도 된다'고 썼다가 '제 정신이냐, 무뇌아(無腦兒)냐' 는 비난을 샀다.

'회개하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표어를 영어, 일어, 중국어로 써가지고 화재 현장을 누빈 사람도 있어 보는 시민들이 한숨 내지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텔레비전 방송 3사들이 불이 번지던 그 시간에 영화나 오락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었는데 특보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장에서 보도하는 방송기자들의 잘못된 표현들도 지적을 받고 있다.

'활활 타고 있다'는 멋지다는 느낌이나 잘 타고 있다는 긍정적인 판단을 깔고 있는 것처럼 들려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마구 타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타고 있다', '온통 불길에 휩싸였다' 등의 표현이 적절했을 것이다.

'드디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도 기다리던 것인데 반가운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결국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기어코 무너져 내렸다'는 식의 표현이 맞다.

그리고 앵커나 기자들이 "실시간 생방송이다"라고 수시로 자기 선전 하듯이 필요 없는 말을 끼어 넣는 것도 꼴불견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CBS보도국 변상욱 기자 snip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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