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교사 할당제' 재추진..여성계 반발

2008. 3. 2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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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시교육청이 교사들의 남녀 성비 불균형을 해소한다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남교사 할당제'를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26일 "교원임용시험에서 한쪽 성의 합격자가 일정 비율 미만일 때 추가합격을 시켜 성비를 조정하는 '양성균형임용안' 도입을 교육과학기술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3년부터 일반 공무원 시험에 도입된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교사선발 시험에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남교사 할당치는 약 30%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의 여교사 비율은 초등학교는 74%, 중학교는 64%, 고등학교(일반계고)는 42%였고, 서울시 초등학교의 경우는 83%였다.

시교육청은 "교원의 성비 불균형을 해소해 달라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연구보고서가 최근 완성됐다"며 "교과부에 이를 전달하고 관련 법 개정 등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부터 대학교수와 일선 교사들로 연구팀을 꾸려 '교원의 양성균형 임용에 관한 연구'라는 인식조사를 해왔다. 서울시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 31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학부모의 80%, 교사의 74% 정도가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들은 학습지도면에서는 남녀 교사의 차이가 없으나 인성·생활지도와 단체활동 측면에서 남교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교육청으로부터 연구자료를 넘겨받으면 공식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알려지자 여성계와 예비 여성교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실장은 "여성들이 교직에 몰리는 것은 다른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이런 현실을 무시한채 인위적 할당비율을 맞추겠다는 접근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대학원에 재학중인 이아무개(27)씨는 "이미 교대 입시에서 남학생에게 혜택을 주는데, 채용 때 또다른 혜택을 주는 것은 이중특혜이며 여성에 대한 이중차별"이라고 반발했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도 "교직에 여성이 많은 이유는 남녀간 직업 선호도의 차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남교사 할당제는 여성의 교직 진출의 기회를 그만큼 빼앗는 것으로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5월에도 시도교육감회의를 주도해 '남교사 할당제'를 추진했으나 교사의 질 저하, 평등권 침해 소지, 이중혜택 논란과 함께 '여교사 비율이 우리보다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도 교원 성비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교육부가 거부 의사를 밝혀 무산된 바 있다.

유선희 정민영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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