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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에 붙어있나' 학원 향하는 교사들

입력 2008. 04. 26. 15:57 수정 2008. 04. 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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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서부원 기자]

노량진역에 설치된 학원 간판

ⓒ 조정래

목적이 다른데도 자꾸 같아지라 하니...

급기야 학교 문이 열렸습니다. 어떠한 바람에도 꿈적이지 않았던 학교가 드디어 '외세'에 의해 강제 개방돼 수술대에 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그저 강의실 대여 수준이 아니라, 학교와 학원을 같은 종목에서 경쟁하게 만들겠다는 복안입니다.

대학 입시가 모든 교과목과 학사 일정 등 교육 전체를 틀어쥐고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학교가 입시에 관한 한 특화된 학원을 이길 가능성은 단언컨대 없습니다.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결국 학교가 학원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 것입니다. 학교가 학원이 되고, 교사가 학원 강사가 되는 건 시간문제인 셈입니다.

학교와 학원이 분명 '동일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 아닌데도, 새 정부는 물론, 지역 교육청, 학부모까지 가세하여 자꾸만 '같아지라'고, 적어도 '어차피 같아졌으니 경쟁해 사생결단 내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결국 교사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은 학원 강사만도 못하다는 질책으로 이어지고,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곧 '입시 전문' 교사가 아니면 무능한 것이고 교사로서 자질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모양새입니다. 종래의 '철밥통'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넘어, 아예 교사 집단 전체를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쯤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이럴 바에야 왜 학교에 붙어있는가'하고 회의하는 교사들이 근래 들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학교와 학원의 경계가 사라져가는 분위기에다가 서울의 유명 사설 학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돈의 유혹을 끝내 거부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는 교사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학원으로 발길 돌리는 교사들

강남 대치동의 한 어학원에 붙어 있는 민사고 합격자 명단. 학교 자율화 이후 입시에 대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박상규

그런가 하면 아예 사표를 내고 입시 학원을 차리는 등 '기업인'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들은 목 좋은 곳에 터를 잡고 학교 재직 시절 화려한(?) 대학 입시 지도 경력을 발판으로 삼아 학부모들의 환심을 사며 아이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해서 그들은 애초부터 교사이기 이전에 자본주의 사회의 신실한 추종자였을 뿐이지만, '참교사'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로 교직에 몸담은 사람들조차도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향하는 건, 불안에 사로잡혀있는 학부모들과 '공부 기계'인 아이들만은 아닌 셈입니다.

자긍심을 잃어버린 교사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으며, 행복하지 않은 교사에게 배우는 아이들이 어찌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오로지 대학 입시를 위한 '전쟁터'에서 교사마다의 교육 소신과 철학은 온데간데없고, 학부모는 물론 아이들조차 그것을 외려 거추장스럽게 여길 뿐입니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세상이 고작 코앞의 대학 입시라는 현실이 참담합니다.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흰 도화지에 채울 그들의 꿈과 행복이 기껏 입시 성적 몇 점과 맞바꿔지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누군가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외쳤다지만, 아이들에게 학원화된 학교가, 또 하루 종일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는 교실이 그 '넓다'는 세상의 전부이고,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가 어느새 아이들이 할 줄 아는 '많기는커녕' 유일한 일이 돼버린 현실에 절망합니다.

흰 도화지에 채울 꿈이 오직 입시 점수일 뿐인 세상

새 정부의 '시급한' 주요 국정과제 중에 교원평가제가 올라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정부와 교원단체 사이에 갈등이 적지 않았지만, 기실 평가 기준과 주체, 절차 등 수많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필요성만큼은 많은 교사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학교자율화계획 이후 쏟아지고 있는 세부 방안을 보건대, 교원평가제가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정착되고 시행될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학원 강사와의 치열한 대학 입시 '성과' 경쟁에서 밀리는 순간, 퇴출되는 운명을 맞게 되지는 않을지.

교육 당국이 '멍석'을 깔아주었는데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학교 내로 행차(?)하려는 학원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학교의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돈 안 될 것 같은' 일에는 나서지 않는, 이재에 밝은 그들이 선뜻 나설 까닭이 없습니다.

결국 그들은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의 수강료를 우열반 나누듯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교육 당국에 요구할 테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해당 학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수강생을 유치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 뻔합니다.

어떻든 아이들은 학교에 등교하여 학원 수업 같은 학교 수업을 받고, 방과 후에 그 교실에서 학원 수업을 받으며, 교문을 나선 후에도 다시 학원에 가 학원 수업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확실한 수능 정보 주기위해 '철밥통' 과감히 버렸다?

퇴근 후 답답한 마음 달랠 요량으로 동료 교사와 술 한 잔 하러 가는 길에 한 학교를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학교 건물 한복판에 걸린 교훈 같은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로 아무 말 없었지만, 그 글귀를 보고 한바탕 쓰디쓰게 웃었습니다.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무리 선언적인 의미라지만,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교육 지표로 내세우는 나라에서, '상상력이 21세기를 선도한다'고 입만 열면 떠들어대는 높으신 분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게 고작 이딴 거야?"

하나 더.

'신분 보장'이라는 확실한 이점을 과감히 벗어던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 '돈'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어느 교사는 인터넷 강의를 오픈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여러분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분들에게 더 확실한 수능 정보를 주기 위해, 여러분들을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철밥통'을 과감히 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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