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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쇠고기 파문] 재협상은 희망사항.. 美는 응할 의무 없어

입력 2008. 05. 06. 18:46 수정 2008. 05. 0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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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6일 고위 협의회에서 논의한 핵심 내용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거나 발생 위험이 높을 경우 재협상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광우병 발생이 현실화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국내 상황을 들어 이미 타결된 쇠고기 수입 조건을 재협상하자는 우리측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그나마 당정간 협의에선 재협상이냐, 개정이냐는 용어 혼선도 빚어졌다.

◇재협상 검토,실효성 의문=쇠고기 수입 재협상의 전제조건은 실제 광우병이 발생했거나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광우병 발생 요인이 있다면 쇠고기 협상이 잘못된 근거에 의해 타결된 것이므로 재협상 요구를 행사할 수 있다"며 "핵심은 재협상은 무조건 안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상 내용과 달리 미국에서 검역조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면 수입금지 조치 등이 거론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이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한다 해도 미국이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달 18일 한·미간 합의된 쇠고기 수입 조건은 재협상이 매우 까다롭게 돼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더 낮은 단계로 낮추면 재협상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미국에서 광우병 위험이 다시 높아졌다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5월 OIE에 의해 '광우병 위험통제국'으로 지정됐다. 미국이 광우병 위험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선 1997년 이후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없다. 따라서 현재로선 미국에 대한 OIE의 평가가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협상·개정 용어도 혼선='재협상'이라는 용어도 문제다. 한나라당은 브리핑을 통해 재협상이라고 밝혔으나 정부는 재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개정'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공개한 문답 자료를 통해 OIE의 국제 기준이 변경되거나 미국이 광우병 위험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일본 대만 등이 한국보다 강화된 수입위생 조건을 체결할 경우에 한해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고 바로 재협상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이번 협상은 양국이 국제적, 과학적 기준을 근거로 타결한 조건이므로 특별한 상황 없이는 재협상은 물론 추후 개정도 어렵다"고 말했다. 재협상은 타결된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을 무효화하고 국내 고시 이전에 다시 협상하는 것이며, 개정은 이번 수입 조건이 시행되는 가운데 상황이 변해 새 수입 조건을 맺는 것이다.

◇대책은 대부분 국내용 조치=당정이 사실상 합의한 쇠고기 수입 대책은 대부분 국내 조치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의무 대상 음식점의 전면 확대, 광우병 발생 위험시 집단급식소에서 미국산 쇠고기 급식 전면 중단, 수입산 쇠고기 사용 가공품에 원산지 미표시자 처벌 등이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정부는 국내 조치이기 때문에 (위험 발생시 급식 등을) 즉각 중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협의회에는 정부측에서 한 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국무위원들이, 당에서는 강재섭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 등은 "내일(7일)이 당장 청문회인데 이런 수준의 답변은 곤란하다"며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오라"고 정부측을 강하게 질타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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