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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개방확대 '치명적 실수' 드러나

입력 2008. 05. 11. 20:21 수정 2008. 05. 1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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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농식품부 "미 동물성 사료금지 '완화'를 '강화'로 잘못 해석" 시인

민변 "미국의 기망행위…연령 해제 재협상해야"

미국 정부가 애초 예고한 것보다 훨씬 완화된 수준의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를 내놓았는데도, 우리 정부는 그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은 11일 지금까지 정부가 밝힌 미국의 '강화된 사료 금지 조처'의 내용이 미국 연방관보에 실린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청이 공개한 영문 보도자료를 우리 쪽이 잘못 해석한 데서 빚어진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미국 식약청 보도자료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난 10일 밤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영문 번역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한-미 쇠고기 협상에 참가했던 이 단장은 "미국은 이미 2005년 10월에 강화된 사료 금지 조처를 입안예고했다"며 "미국 정부가 그것을 그대로 공포·시행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연방관보로 공포한 내용은 이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안을 지난달 22일 입안예고하면서 국민들에게 핵심 내용을 잘못 알린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로 예정된 장관고시를 연기하는 것은 물론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2005년 입안예고안은 광우병 등이 의심돼 식용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연령과 관계없이 뇌와 척수를 제거해야 동물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공포한 연방관보를 보면, 30개월 미만의 소는 검사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고 모든 부위를 동물사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입안예고안보다 오히려 더 후퇴한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관련 문답자료'에서 "미국의 '강화된 사료 금지 조처'는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보에는 '검사에서 합격하지 못한 소도 사료용으로 허용한다'는 것인데, 정부는 오히려 이를 거꾸로 해석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달 30일 주한 미국대사관으로부터 연방관보에 공포한 '강화된 사료 금지 조처'의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치명적 실수가 드러났는데도 정부는 미국에 이의 제기나 재협상에 나서는 것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상길 단장은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강화된 사료 금지 조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우리가 미국 쪽에 명확히 요구한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사료 조처의 실제 내용이 달라졌다고 해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용이 조금 바뀌었지만, 30개월 미만 소의 뇌와 척수는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이 아니므로 사료금지 조처의 실효성 차원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사회를 변호사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 우리 정부와의 협상에서는 강화된 사료 금지 조처를 공포하겠다고 합의해 놓고도, 연방관보에 이와 다른 내용을 공포했다면 미국이'기망' 행위를 한 것이므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할 수 있도록 한 연령제한 해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수헌 김지은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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