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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중섭·이상 옛집 4년 관리하다 '이 집' 아니네

입력 2008. 05. 19. 08:51 수정 2008. 05. 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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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화재청·서울시, '엉뚱한 집' 문화재로

오류 드러나자 뒤늦게 '지정해제' 추진

등록문화재로 관리돼 온 화가 이중섭과 시인 이상의 집이 엉뚱한 곳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 유산의 지정에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문화재청과 서울시 관계자들은 18일 "지난 2004년 '창작의 산실'이라며 나란히 등록문화재로 지정한 이중섭과 이상의 집이 두 작가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져 지정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드러난 이중섭의 집은 서울 종로구 누상동 166-10 소재의 단층 가옥(등록문화재 86호)이며, 이상의 집은 종로구 통인동 154-10 소재의 단층 가옥(등록문화재 88호)이다.

서울시 문화재과는 최근 관련자료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중섭이 머문 곳이 2층 양옥이라는 각종 기록을 확인해, 등록문화재가 된 단층집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과의 김수정 학예사는 "1956년, 1969년 두 차례에 걸친 지번 변동을 추적한 결과, 애초의 166-10 필지가 잘게 나눠지면서 진짜 창작의 산실은 166-202 지번을 새로 부여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중섭이 1954년 6개월 정도 머물며 그림을 그리고 미도파화랑 전시회를 준비했던 '창작의 산실'은 문화재로 지정된 집에서 한 집 건너에 있는 2층집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4년 9월 문화재 등록 당시 근대문화재가 훼손된다는 여론에 밀려 등록을 서두르면서 정확한 고증을 거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는 "등록 과정에서 이중섭 생존 당시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이중섭의 조카와 한 차례 동행만 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로 등록된 단층집의 주인 정아무개씨는 "화가 지망생들이나 대학생 등이 이중섭의 옛 집으로 알고 자주 찾아온다"며 "문화재로 알고 자긍심이 있었는데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4년 가까이 엉뚱한 곳을 관리하는 동안 이중섭이 살았던 2층집은 지난해 큰 보수를 했으나 골격은 그대로여서 문화재적 가치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 가옥'의 경우엔 이상이 머물다가 1933년 집을 판 뒤 집 장사들이 헐어내고 그 터에 새로 지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가 지정·등록 문화재는 원형성이 필수인 만큼 현재의 집은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이상의 집은 문화재청이 오는 21일을 시한으로 '등록말소'를 예고한 상태여서 특별한 이의가 없으면 등록이 말소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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